그때도, 지금도 내 심장은 두근거린다 – 이탈리아, 피렌체

FIRENZE

 

피렌체(Firenze). 너무 사랑하는 도시라 차가운 키보드에 손가락 힘을 빌려 몇 글자 적자니 가슴이 벅차올라 몇 번을 미루었다.

오래된 작은 골목 사이사이로 두오모(Duomo)가 등장했을 때. 그 장면이 아직도 너무 생생하다. 충격적인 아름다움이었다. 그때의 그 느낌은 십 년이 더 지났는데도 닭살이 다시 돋을 정도로 기억해 낼 수 있다.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피렌체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방문한 도시이기도 하다. 수도인 로마에서 기차를 타면 2시간 내외로 갈 수 있고, 위치적으로 주변 도시들을 탐험하기 좋아 이탈리아 여행의 베이스로 장기간 체류하기에 좋다.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자 싶으면 주저 없이 고르는 도시이다.

 

골목 사이로 보이는 두오모

 

피렌체 여행의 시작은 산타 마리아 노벨라(Santa Maria Novella) 기차역일 것이다. 기차역은 시내 중심에 닿아 있는 터라 도착하는 즉시 도시를 돌아볼 수 있다. 역에서 나와 걷다 보면 어렵지 않게 두오모를 볼 수 있는데, 길 사이사이로 등장하는 웅장하고 그 아름다운 모습에 홀리듯 빨려 들어가 버린다.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 꽃의 성모 마리아)

 

그날은 떠오른 해가 아침을 예쁘게 비추고 있을 때였다. 그다지 이른 시간도 아니었는데 길거리는 이상하게 한산했다. 관광객이 드문 거리를 걷는 것. 이토록 유명한 여행지에선 굉장히 어색한 일이지만 운 좋은 일이기도 하다. 그 시간에는 나와 그것만이 온전히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나와 작은 골목들을 헤맨 뒤 마침내 두오모의 전신을 눈에 담았다. 그때 느낀 문화적 충격이란. 사람이 손으로 만들어 낸 것 중 이토록 아름답고 거대한 창조물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수많은 사람으로 복잡한 두오모 주변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한 두오모의 주변. 길 위에는 거리의 연주자들과 수많은 관광객이 있다. 내가 두오모와 처음 마주했을 때가 운이 참 좋았던 거라는 생각이 방문할 때마다 스친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붉은 돔. 햇볕을 받아 빛나는 하얀 대리석

 

두오모를 구성하고 있는 흰색, 초록색, 분홍색의 대리석들은 아직도 어찌나 선명하고 기품이 있던지. 다른 곳에서 보고 온 건축물이나 유적지들이 좀비 같이 느껴질 정도다.

그냥 두오모 앞에서 피렌체 여행을 끝내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어디 다른 곳을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 무엇도 허무하게 만드는 아름다움이었다. 그때는 당시는 어렸고, 처음이었고, 순진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번째 갔을 때도 골목 사이로 두오모가 보이기 시작하자 심장이 두근거리더니 그 앞에 섰을 땐 마찬가지로 넋을 잃고 말았다. 이미 보았다고 내심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했던 나를 그날과 똑같은 그 모습으로 가뿐히 제압해 버렸다. 마치 다 잊어버린 ‘멋진’ 옛 연인을 길거리에서 다시 봤을 때 심장이 제 맘대로 움직이는 그런 느낌일까. 그렇게 난 처참히 KO패를 당했다.

 

두오모를 볼 때면 나를 뒤흔들어 놨던 그날이 떠오른다

 

여전히 산타 마리아 노벨라 기차역에 내려서 두오모가 보이기 시작하면 참을 수 없이 설렌다. 20대의 청춘을 뒤흔들어 놨던 그 날의 두오모를 다시 만나러 온 아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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