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에 집 짓고 사는 사람들
만약 안달루시아 지방을 렌터카로 여행한다면 세테닐(Setenil)은 빼놓지 말아야 할 도시다. 작은 마을이지만 신비로운 장면으로 가득하다. 신기하게 생긴 절벽을 벽 삼아 그 아래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 때문이다. 세테닐에 도착하면 깎아지른 듯 한 절벽에 한 번, 그 아래 지어진 집을 보고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세테닐은 론다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어서 두 도시를 함께 들르기 좋다. 골목이 좁고 일방통행이 많기 때문에, 마을 입구로 들어서기 전에 주차하는 것을 권한다.
오빠와 길을 걸으며 ‘도대체 어떻게 이런 곳에 집 짓고 살 생각을 했을까’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절벽도 신기하지만 절벽 아래 자연적으로 패인 공간을 이용했다는 게 놀랍다. 절벽을 이용해 만든 집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한다. 마치 자연 동굴처럼 말이다.
세테닐은 그냥 봐도 예쁘지만 시간을 좀 더 들여서 작은 골목들을 둘러보는 게 좋다. 오르막길이 많아서 조금 힘들 수는 있지만 소소한 볼거리가 많아서다. 동굴처럼 지어진 집들은 물론이고, 곳곳에 있는 작은 교회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 두 시간 정도면 여유롭게 사진 찍으면서 구경하기에 충분하다.
오르는 수고가 아깝지 않은 세테닐의 전망대
세테닐에는 마을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두 개의 전망대가 있는데, 우리는 그중 한 곳을 가보기로 했다. 전망대로 가는 길에는 레스토랑들이 있는데, 2년 전에도 이곳에서 맛있게 식사했던 기억이 있다. 레스토랑들 역시 절벽 아래 지어진 경우가 많다. 뜨거운 태양을 머리 위에 두고 오르막을 오르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가는 길에 소소하게 볼 거리가 많아서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드디어 전망대에 도착했다. 9월인데도 안달루시아의 햇살은 뜨겁기만 하다. 아마도 한여름이었다면 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만큼은 정말 멋졌다. 우리가 올라온 골목과 언덕 사이로 하얀 집들이 빼곡하게 있었다. 힘들게 올라온 수고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전망대에서 풍경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고는 다시 내려갔다. 골목은 자연적으로 그늘이 만들어지는 곳이 많아서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 제격이다. 우리는 이미 세비야의 태양과 더위에 익숙해진 터라 그렇게 뜨겁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한국에서 온 오빠는 뜨거운 태양 때문에 고생 좀 했다.
돌아서는 발길을 붙잡는 세테닐의 풍경들
이제 아쉽지만 세테닐에 작별을 고하기로 했다. 두 번의 경험으로 비추었을 때, 세테닐은 해가 있을 때 더욱 멋있는 마을 같다. 물론 그냥 그 모습 자체로도 굉장히 멋있지만, 온통 하얀색으로 칠해진 집들은 파란 하늘과 쨍한 태양이 함께 있을 때 더 멋지고 아름답다.
굽이진 길을 따라 세테닐을 빠져나가는데 중에 아름다운 장면을 만나 차를 멈추게 됐다. 사실 나가는 길은 굉장히 좁아서 버스 같은 큰 차는 어떻게 다닐까 싶을 정도다. 신기하게도 그런 길 한 편에 정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한 눈에도 굉장히 어렵게 마련한 공간이란 걸 느껴졌다. 정식 전망대는 아니었지만, 이곳에서도 넓게 펼쳐진 평원과 세테닐 그리고 올리브 밭을 감상할 수 있었따. 전망대에서 봤던 장면과는 또 달랐다. 계속 발길을 멈추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세테닐이다.
세테닐은 두 번째였음에도 신기한 건 여전했다. 물론 예쁘기도 했고. 최근 렌터카 여행이 늘고 있는데, 기왕 한 렌트라면 세테닐처럼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려운 소도시를 들어보기를 권한다. 분명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1 comment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의 이야기와 좋은사진이 눈을 즐겁게 하는 정보와사진에 감사합니다. 세비야에서 즐겁고 행복한 생활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