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하게 솟아오른 작은 마을 – 스페인, 론다

론다는 내가 스페인에서 좋아하는 도시 중 하나로 벌써 3번째 방문이다. 처음 스페인에 여행 갔던 2009년, 그때만 해도 론다는 유명한 도시가 아니었다. 론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을 정도니. 그저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면서 론다가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도시이니 반드시 가봐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을 뿐이다. 말로만 듣던 론다에 도착했을 땐 1월 중순쯤이었다. 마치 동화처럼 가로수에 오렌지가 달려 있는 풍경을 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Hola de nuevo(새롭게 안녕), 론다!

 

세비야에서 론다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린다. 론다는 큰 마을이 아니어서 론다 초입에 있는 교회(Iglesia de nuestra señora de merced ronda) 인근에 주차를 하고 둘러보면 좋다. 누에보(Nuevo) 다리 근처에는 주차장도 많지 않고 때때로 관광객들이 많아 차가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이미 몇 번이나 찾은 론다였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여전히, 아름다웠다. 다만 올 때마다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느낌이다. 론다를 찾는 사람 대부분이 패키지관광이다 보니 2~3시간 또는 당일치기 여행이다. 온전히 이곳을 즐기기 위해선 아무래도 숙박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재작년에 들렀을 때도 낮에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저녁부터는 관광객들이 빠지고 숙박하는 사람만 남아서 마을 분위기가 꽤나 조용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친 오빠와 함께하는 여행이라 론다를 꼭 보여주고 싶었다. 론다에서 숙박하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이번에는 다른 여러 소도시를 방문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았다. 아쉽지만 당일치기 여행으로 들렀다. 론다는 크지 않기 때문에 누에보 다리와 투우장 같은 포인트만 본다면 반나절도 충분하다. 물론 우리처럼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면 빠듯할 수 있지만…

 

작은 전망대. 이곳에 서면 론다가 얼마나 높고, 가파른 곳에 있는 마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전망대는 이 풍경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전망대 근처에는 공원이 있고, 작은 발코니 같은 공간이 많아서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공원은 정돈이 잘 돼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놀러온 가족들이 자주 보였다. 다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도 공원을 둘러보며 발코니에서 론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론다의 파라도르(Parador, 성이나 요새를 개조해 만든 고급 숙박업소)이다. 어느 지방이나 파라도르는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위치에 있고, 론다 역시 마찬가지이다. 좀 전까지 서서 실컷 사진 찍던 전망대를 둘러보는데, 멀리서보니 아찔하다. 저기 어떻게 있었나 싶다. 안전에 문제는 없는지 괜한 걱정을 해본다

 

론다는 어디서 봐도 참 신기하지만, 추천하고 싶은 곳은 누에보 다리 아래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다리 아래로 내려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지만, 산책 삼아 가볍게 걸어가면 20~30분 정도 걸리고, 차로 가면 5분 만에 내려갈 수 있다. 다들 이 포인트를 알고 있는지, 다리 아래에서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누에보 다리를 예쁘게 바라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뷰포인트. 다리 아래로 내려가서 올려다보는 게 일품인데, 사진에서 보이는 저 곳이다.  이번에는 못 내려가서 2014년에 찍은 사진을 첨부한다. 이렇게 밑에서 올려다 본 누에보 다리는 정말 놀라울 만큼 높다. 이베리아 반도에는 어떤 지질운동이 있었길래 이렇게 신기한 마을이 많은 건지 궁금하다

 

 

누에보 다리 위를 누비는 사람들

 

이번에 방문 했을 때 특별한 장면을 목격했다. 정확히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줄에 매달려 이동하고, 강을 건너기도 하고, 줄을 타고 내려오다가 다시 줄을 잡고 올라가기도 한다. 암벽 등반처럼 일종의 스포츠 행사라고 봐야겠지만 그렇다고 익스트림 스포츠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듯한 느낌이랄까, 하여간 신기한 장면이었다.

 

줄을 타고 이동하는 사람. 무섭긴 했지만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 물론 그 뒤의 과정이 엄청나게 험난하지만… 사진을 보고 있으면 론다가 얼마나 높은 곳에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무시무시한 절벽 사이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나마 반대편에서 보니 누에보 다리 원래의 모습을 더 잘 볼 수 있었지만 곳곳에 사람들이 있는 걸 볼 수 있다. 난간에 서서 선수들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저 모습조차 아찔해보였다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론다의 랜드마크인 누에보 다리에서 재밌는 경험이겠지만 누에보 다리를 조용히 감상하러 온 우리 같은 사람에겐 좀 아쉬운 일이었다. 이를 테면, ‘꼭 이곳에서 해야 했나’ 같은… 행사장에서 얼핏 들어보니 이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발렌시아, 바르셀로나처럼 먼 곳에서 왔다니, 참가자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되었을 것 같다.

 

선수들은 줄을 타고 건너와서 줄을 타고 내려온다. 그런데 줄을 타고 내려오면 또 어딘가를 올라간다

 

아쉬운 대로 줄 타는 사람들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이제 보니 이것 또한 흥미로웠다.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은 분명하니 말이다. 누에보 다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어드벤처랄까… 게다가 올해가 첫 행사라고 하니 우리에게도 나름 의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비에호 다리. 비에호, 누에보의 의미는 사실 별 게 없다. 누에보=NEW, 비에호=OLD. 즉, 舊(구)다리, 新(신)다리라는 뜻이다. 이 다리에서도 사람들은 줄을 타고 내려온다. 줄지어 내려오는 사람들 덕에 줄이 과열돼 끊어질까 싶어 따로 물을 계속 뿌려주고 있었다. 비에호 다리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면, 개천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서 다시 줄을 타고 다리로 올라간다

 

 

론다 둘러보기

 

투우장 입구. 세비야 투우장보다 규모는 좀 작은 것 같지만, 그래도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주변에는 투우사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주차장 근처에 있던 교회(Iglesia de nuestra señora de merced ronda)

 

론다는 투우장으로도 유명하다. 론다에 있는 투우장은 스페인에서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입장료는 7유로로 저렴한 수준은 아니지만 투우장 경험이 없다면 추천할 만한 곳이다. 론다는 누에보 다리와 비에호 다리를 지나면 대부분의 포인트를 지났다고 보면 된다. 누에보 다리를 볼 수 있는 전망대를 가거나, 마을 골목을 한 번쯤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마을 골목골목은 비교적 한산하고 고요하다. 누에보 다리는 언제 봐도 웅장하다. 특히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볼 때면 아찔하다. 10월의 안달루시아는 약간 사막 느낌이 난다. 푸릇푸릇한 봄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누에보 다리를 편하게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돈 미겔(Don Miguel)호텔 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내려가는 길이 있다. 펠리페 5세 아치. 비에호 다리를 지나 마을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데, 이 아치를 통해 보는 풍경이 참 좋다

 

론다는 ‘꽃할배 시리즈’에서 알려진 이후 날이 갈수록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방문에서는 이틀씩 머무르면서 아침, 저녁으로 산책하기도 하고 주변의 소도시들도 둘러보곤 했는데, 이번에는 당일치기로 다녀오니 역시나 아쉬움이 좀 남는다.

 

보통은 차와 사람들로 붐비는 누에보 다리 초입. 모처럼 한산한 순간을 포착했다. 유럽에서 운전하다보면 흔히 마주치게 되는 회전 교차로에서 한 컷. 최 대리만 빼고 유난히 시원한 사람들의 옷차림이 눈에 띈다

 

마을 규모가 크지는 않아서 금방 둘러볼 수는 있지만 여행이라는 게 늘 그렇듯, 같은 풍경이라도 언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게 기억된다. 론다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때 천천히 감상하며 둘러보기에 좋은 도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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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대리

투대리

같은 회사 6년 차 대리였던 부부. 과장 안 하는 길을 선택하고, 과장 안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세비야에서 살고 있어요.

* 블로그 : 2daeri.tistory.com
투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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