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위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한 때 – 스페인, 마요르카

칼라 갓의 여유로운 하루

 

해변 입구. 계단 아래로 간단한 음료를 파는 바와 대여 가능한 선베드가 보인다. 계단을 다 내려가면 작은 모래사장과 칼라 갓의 아름다운 물빛이 등장한다. 해변에는 먼저 온 사람들의 파라솔과 비치 타올이 가득했다. 사람들은 태닝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평화로운 칼라 갓의 풍경

 

마요르카에서의 2일차, 오늘은 조용한 해변 한 군데를 찾아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어제는 북쪽에 있는 해변을 둘러보았으니, 오늘은 숙소에서 가까운 동쪽에서 한 군데를 골라보기로 했다. 마요르카 섬에는 쭉 넓게 펼쳐진 해변(Playa, 플라야)도 있지만, 구글 지도를 통해 찾아보니 작은 만(Cala, 깔라)에 있는 바다의 풍경도 아름다웠다. 마요르카는 섬이다 보니 크고 작은 만이 많았는데, 크지 않은 규모였음에도 그곳만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가볼만한 곳을 미리 찾아둔 게 아니라서 한 손에는 핸드폰을, 다른 한손에는 지도를 들고 적당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숙소가 있던 곳에서 가까운 칼라 갓(Cala Gat)이 눈에 띄었다. 풍경이 아름다웠던 건 물론이었고, 접근성도 굉장히 좋아서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칼라 갓에 도착하니 주창이 따로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공간들이 있었고, 적당한 자리에 주차를 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도로나 보도블럭 등에 노란색 선이 그어져 있는 곳은 피해야 한다. 주차를 마치고 잘 닦여진 계단을 따라 바다로 향했다. 전반적으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인상이었다. 이 해변은 애완견을 동반할 수 없었다. 해변 뒤로는 나무가 울창하게 조성돼 있어 푸른 느낌이 더해졌다.

바닷가에 도착하니 물놀이와 태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하지만 그보다 놀라웠던 건 정말 맑은 색으로 빛나던 바다였다.

 

 

미션! 명당을 찾아라

 

파도가 없어서 심심할 법도 하지만, 파도가 없으면 어떠랴. 그냥 앉아만 있어도, 누워만 있어도 좋은 바다니까. 스페인의 해변에는 소위 ‘자리 장사’하는 사람들이 없다. 사람들을 각자 파라솔 등을 가져와 자리를 만든다

 

바다는 정말 깨끗했다. 모래사장도 말할 것 없이 좋았다. 사람들을 살펴보니 간단한 음료와 책 한 권을 챙겨와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다들 어찌나 느긋하던지, 우리도 빨리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에는 파라솔 대여 시스템이 없다. 각자 알아서 준비를 해야 한다. 여름 시즌에는 파라솔이 기본 장비라고 할 수 있다. 마트나 해변 기념품 가게 등에서 비싸지 않은 가격에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매번 파라솔을 따로 챙겨야 하는 게 좀 귀찮긴 해도, 그 덕분에 바다를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으니 감수할 만한 불편함이다.

 

뒤에 있는 절벽 덕분에 작은 공간에는 그늘이 드리웠다. 햇빛은 가려졌고 바다도 가까웠다. 이미 명당에 자리를 잡은 아이들은 신나게 논다. 물이 너무 맑아서 발만 담그러 들어가도 물속에서 움직이는 물고기들이 보인다. 파란 하늘과 눈부신 햇빛에 투명한 물빛이 더 아름다워진다

 

자리를 잡으려고 둘러보는데 이미 대부분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한 상태. 게다가 우리는 파라솔은 커녕 비치타올만 달랑 세 장 있었을 뿐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가, 혹시 우리가 못 본 자리가 있을까 싶어 좀 더 시야를 넓혀서 열심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 때, 나타난 한 줄기 희망!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 옆에, 절벽으로 가려져 잘 보이지 않던 또 하나의 공간이 있었다. 절벽 때문에 저절로 그늘까지 생기는 자리였는데, 마침 한 가족이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 괜히 감이 좋다.

 

결국 튜브를 끼고 출동한 최 대리. 김 대리가 위험을 무릅쓰고 찍어줬다. 물이 워낙 맑아서 스노클링을 즐기는 사람들도 자주 보였다. 한편에서는 제트스키를 타고 다니기도 했는데, 나중에 보니 이들 역시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사실 우리는 바다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바닷물에서 놀 때는 좋은데 나왔을 때 몸에 남는 소금기도 그렇고, 늘 사람으로 북적이는 해변도 별로였다. 그런데 마요르카의 여기 바다를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런 생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튜브를 들고 바다로 출동했다.

 

바위에서 예사롭지 않은 폼을 잡더니 잠시 후에 바다로 뛰어들었다. 고꾸라지는 것 같긴 했지만, 나름 멋있는 입수였다

 

칼라 갓은 파도가 거의 없어서 사람들은 튜브보다 누울 수 있는 비치 베드를 선호했다. 어떤 사람이 비치 베드에 누워서 책을 읽는데 그렇게 편안해 보일 수 없었다. 물이 워낙 깨끗해서 스노쿨링 장비를 챙겨 와 물고기 구경에 여념 없는 사람들도 많았다. 튜브를 타고 물 위에서만 봐도 물고기 지나가는 게 보이는데, 장비까지 갖춘다면야… 꼭 여기가 아니더라도 어느 바다를 들어가도 전부 포인트다. 이런 휴양섬에 스노쿨링 숍이 왜 없는지 알 것 같았다.

 

칼라 갓-마요르카

튜브도 나쁘진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잔잔한 바다에 누워보고 싶었다. 비치베드를 사는 거였는데…

 

 

쉬엄 쉬엄, 칼라 갓 한 바퀴

 

절벽에 올라가서 보니 애정 행각에 열중하는 커플들이 많았다. 대단하네, 싶다가도 바다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칼라 갓은 작고 둥그런 형태를 하고 있어서 한 바퀴 둘러보기 좋다. 마침 바다를 따라 산책로가 잘 마련돼 있었다. 걷다 보니 우리가 있던 해변이 보인다. 처음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았는데, 이렇게 보니까 그렇지도 않았다. 해변 규모에 적당한 숫자였다. 해변절벽이 동그랗게 감싸고 있어 프라이빗 해변 같은 기분도 든다

 

신나게 물놀이를 하다가 모래사장에 누워 낮잠을 청하기도 하고, 우리는 칼라 갓에서 정말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사람으로 북적이는 시끄러운 해변이 아니라서 좋았다. 각자 자리를 잡고 누워 태닝을 하거나 조용히 책을 읽고, 파도마저 높지 않고 잔잔했다.

한참을 누워서 휴식을 취하다가, 호기심 많은 김대리가 카메라를 매고 산책하러 길을 나섰다. 내려오는 길에 해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발견해서다. 산책로를 따라 주변 풍경을 감상했다.

 

칼라 갓-마요르카

깨끗하고 푸른 바다는 정말 넋 놓고 볼 수밖에 없다. 바다 위로 햇살이 부서지고, 그 위로는 비치베드에 누워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여행 첫 날 만난 바다도 아름다웠지만, 칼라 갓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깨끗하고 고요한 바다는 무얼 하지 않아도 좋았다. 모래사장에 누워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졌다. 예전에는 휴양지로 바다와 산 중 어느 쪽을 택하겠냐고 하면 망설임 없이 산을 골랐다. 하지만 마요르카의 바다를 경험한 지금은, 약간 망설여진다. 꼭 한 번 다시 가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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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대리

투대리

같은 회사 6년 차 대리였던 부부. 과장 안 하는 길을 선택하고, 과장 안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세비야에서 살고 있어요.

* 블로그 : 2daeri.tistory.com
투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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