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해변을 찾아서 – 스페인, 마요르카

 

플라야 산타 폰사(Playa Santa Ponsa). 바닷물이 정말 깨끗했다. 해변은 ‘ㄷ’자 형태로 뻗어 있고 주변으로는 대형 리조트가 둘러싸고 있다. 모래사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파라솔과 비치타올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파라솔은 해변의 낭만 그 자체다

 

마요르카에서의 첫날은 두 곳의 해변을 찾았다. 하나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플라야 산타 폰사(Playa Santa Ponsa)라는 곳인데, 유명한 해변답게 주변에는 많은 대형리조트가 있고, 식당, 카페, 기념품점 등 관광객을 위한 시설도 잘 갖추고 있다. 리조트가 많다 보니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았다. 이곳에서는 넓게 탁 트인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해변에는 금방이라도 자리 깔고 누울 것 같은 나무가 있었다. 피곤(?)했나 보다. 모래사장에 나무들이 꿋꿋하게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해변을 쭉 둘러서 대형리조트 및 아파트, 그리고 개인 별장으로 보이는 예쁜 집들까지! 해변의 사람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아름다운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번화가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편의시설은 거의 다 있다

 

플라야 산타 폰사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물이 굉장히 맑고 깨끗했다. 여기에 스페인의 눈부신 햇빛까지 내리쬐면서 푸른색으로 반짝였다. 아니, 가장 쉽게 갈 수 있다는 바다가 이 정도면, 숨어있는 해변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플라야 산타 폰사를 보면 볼수록 마요르카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었다.

 

이렇게 손을 꼭 잡고 가는 부부의 모습은  참 좋아 보인다

 



 

해발 1,445m, 너를 만나러 가는 길

 

지도에서는 그리 멀지 않았는데…

 

아름다웠던 플라야 산타 폰사를 뒤로하고 우리는 새로운 해변을 찾아 떠났다. 구글 지도 검색을 통해 몇 군데의 해변을 미리 체크해놨는데, 북쪽에 있는 해변 중 가장 가까운 곳으로 향했다. 토렌트 데 파레이스(Torrent de Pareis). 왠지 이름에서부터 예쁠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다.  그런데 막상 내비게이션에 입력해보니 예상 소요시간이 1시간 30분이나 나왔다. 길어봐야 1시간 정도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는데…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가 싶었는데 팔마 시내를 나와서 보니 그 이유를 알았다.

토렌트 데 파레이스에 가기 위해선 1445m 높이의 푸이그 마요르(Puig Mayor) 산을 넘어야 했다. 이 푸이그 마요르 산은 마요르카는 물론이고 발레아레스 제도에서도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한다. 마요르카에 이렇게 높은 산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운전하다 갑자기 나타난 높은 산에 우리는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심상치 않은 구불구불한 도로를 타고 올라가는 길. 갑자기 돌산이 나타났다.  김대리 말로는 마켓오에서 파는 초콜렛 크래커를 닮았다는데… 정상이 너무 날렵해보여서 사람이 설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이어서 갑자기 등장한 터널. 그냥 구멍만 뚫어 놓은 듯했다. 터널을 지날 때 동굴 탐험을 하러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 도로는 토렌트 데 파레이스 해변으로만 가기 위해 만들어진 길 같았는데, 정말 어떻게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구불구불했다

 

그냥 갈 수 있는 해변이 아니라 큰 산을 하나 넘어야 갈 수 있는 곳이라니… 원래 계획은 쉬엄쉬엄 해변 구경을 하기로 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일정이 빡빡해졌다. 게다가 산길이어서 도로는 우리나라의 대관령처럼 좁고 구불거렸다. 속도를 낼 수도 없었고 안전을 위해선 운전하는 내내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다행히 가는 길에 펼쳐진 풍경들은 신기하고 예뻐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빈티지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바의 표지판.  휴게소 주변을 산책하며 김대리가 사진을 찍어왔는데 자세히 보면 사람들이 조그맣게 보인다.  산 모양도 신기하고, 그 산을 지나는 구불구불한 도로의 모습도 신기하다

 

구불구불 올라가는 길을 지나면서 만든 사람들도 참 대단하고, 이 길을 지나는 운전자들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고가 자주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들 조심스레 운전하는 것 같았다.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바(Bar)가 나타났다. 바에선 간단한 요기 거리와 음료를 팔고 있었다



 

동굴을 지나 숨어 있던 해변을 만나다

 

주차하고 들어가는 길. 해변까지는 약 10~15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가는 길에는 레스토랑, 카페 등이 있다. 입구에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데 유네스코 마크를 볼 수 있다. 갑자기 나타난  파란 바다. 이미 해가 기울고 있는 시간이어서 물빛이 예쁠 때가 아니였는데도  참 예뻤다. 게다가 물도 정말 깨끗해 보였다

 

토렌트 데 파레이스는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관리가 잘되고 있었다. 대신, 주차비가 약간 비싼 편이었다. 우리는 좀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2시간 정도 머물렀는데 주차비가 5유로 정도 나왔다. 주차비 외에는 기타 입장료 등은 없었다.

주차하고 5분정도 걸어가니 해변과 레스토랑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먹고 마시는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자연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해변까지 가기 위해서는 좀 더 걸어 들어가야 했다. 레스토랑을 지나오니 예쁜 해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바닷가 주변에는 화장실과 샤워실 같은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었다. 유료이긴 해도 비싼 편은 아니었고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어서 물놀이 하는 사람들이 이용하기 좋을 것 같다.

 

새롭게 등장할 해변을 기대하며 산책로를 걷는다

 

해변으로 가기 위해선 저 동굴 같은 터널을 지나야 한다. 동굴 내에는 미끄럼 주의 표지판이 있고 파란색과 초록색 조명이 길을 밝히고 있었다. 분위기가 괜히 놀이동산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터널은 하나만 지나면 될 줄 알았는데, 또 하나가 나타났다. 여길 지나면 진짜 해변을 보게 된다

 

해변으로 가는 길도 산책로처럼 예쁘게 잘 관리되고 있었다. 꼭 해변까지 가지 않더라도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길이라고 해야 할까. 어린아이들과 같이 온 가족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해변까지 가기 위해서는 동굴을 지나야 했다. 동굴 안에는 조명이 있었는데 환하게 밝은 조명이 아니어서 뭔가 놀이동산에 입장하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도착! 다른 행성에 온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해변 뒤로는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사막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한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사람들이 슬슬 물놀이를 마치는 분위기였다. 큰 개도 보인다. 종종 애완견이 금지되는 해변도 있었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두 개의 터널을 지나 드디어 해변에 도착했다. 바다를 둘러싼 암벽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다른 행성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바다가 가장 아름다웠을 시간은 이미 지난 뒤였다. 제때 왔다면 더 좋으련만…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힘들게 왔으니 잘 감상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해변을 둘러싼 암벽. 정말 거대하다. 저 작은 사람들을 보시라… 늦게 도착한 탓에 파장 분위기였지만 끝까지 남아서 열정적으로 물놀이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특이하게 암벽을 따라 계단이 있었다. 누가 만들었는지, 아마도 다이빙 용도가 아닐까 싶다.  계단이 있으니 색다른 분위기였다

 

물이 고여 있던 곳.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이면 물웅덩이가 더 커질 것 같다. 작은 웅덩이에 생긴 반영이 아름답다

 

해변을 돌아볼수록 좀 더 일찍 도착했으면 어땠을까, 미련이 남는다. 예쁘기도 예뻤을 테고, 시간적으로도 훨씬 여유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오늘은 둘러보기만 하기로 했으니 아름다움은 내일로 기약했다. 인상적이었던 건 해변에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는데도 주위로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부러워진다.

 

돌아가는 길이다. 내려왔던 계단을 다시 올라간다. 옆의 아저씨는 바다를 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배를 타고 저렇게 유유자적 떠다니는 것도 참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가는 길, 입구에 있던 해변에서는 아직도 물놀이가 한창이다. 몇 번을 봐도 바닷물이 너무 깨끗하다. 해변 규모가 크지 않고 둥근 모양이라서 아기자기한 분위기다.  해변을 떠날 무렵 레스토랑의 가로등도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아르따(Artà)의 추억, 물따(Multa, 벌금)!

 

이 길로 레스토랑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나무와 조명 때문에 길이 더 예쁘게 보였다. 레스토랑에서는 모두 삼삼오오 식사하거나, 술을 한 잔씩 하고 있었다

 

우리는 아르타(Artà)라는 마을에 숙박했다. 위치상으로 여러 곳의 해변을 찾아 움직이기에 나쁘지 않은 곳이었다. 마을 분위기도 좋은 편이었다. 두 곳의 해변을 다녀온 뒤 저녁 늦게 마을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둘러보는데, 마을 곳곳이 잘 꾸며져 있어서 첫인상이 아주 좋았다. 마을 한 귀퉁이에 차를 잠시 세우고 늦은 저녁 식사를 했다. 마요르카에는 독일이나 영국 사람들이 많이 산다더니 음식도 스페인 같지 않고 두 나라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순찰하는 경찰을 발견하고는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일단 식사가 먼저였다. 그런데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차로 돌아가니 마요르카 시에서 선물한 ‘벌금 딱지’가 놓여 있었다. 우리가 주차한 곳을 다시 살펴보니 노란색 선이 있었다. 밤이라서 못 봤던 건데… 스페인에서는 파란색 또는 하얀색 선이 있는 곳에서만 주차할 수 있다. 노란색은 ‘주차금지’라는 의미다. 슬프지만 우리는 벌금을 내고 말았다. 주변에는 우리 말고도 딱지를 뗀 차들이 몇몇 있었는데, 괜히 안쓰러워 보였다.

 

영광의 벌금 딱지. 원래는 80유로인데 우리는 경찰서에 가서 직접 내는 거로 할인(?) 받아 40유로만 냈다. 마요르카에서 벌금을 내게 될 줄이야… 그렇게 피 같은 우리의 돈을 떠나보냈다. 이 이후로 주차할 때면 주위를 꼼꼼하게 살피는 등 엄청나게 신경 쓴다

 

마요르카에서의 첫날, 별일이 다 있었다. 일정이 예상보다 힘들었는지 우리는 모두 떡 실신했다. 힘든 여행이 더 기억에 남고 재밌는 법이지만, 너무 힘들면 그것도 문제다. 앞으로는 좀 더 쉬엄쉬엄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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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대리

투대리

같은 회사 6년 차 대리였던 부부. 과장 안 하는 길을 선택하고, 과장 안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세비야에서 살고 있어요.

* 블로그 : 2daeri.tistory.com
투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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