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마요르카 여행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3박 4일 동안 있었지만 그 시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음에는 좀 더 길게 있고 싶어졌다. 마요르카는 원래 여름철에 항상 사람들로 붐비지만, 우리는 9월 초에 방문해서 한참 사람이 많을 시기는 피할 수 있었다.
마요르카 여행에서는 렌터카가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교통이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방문할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다. 게다가 이동에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고려한다면 렌터카가 훨씬 더 합리적 선택이다. 공항 내에 렌터카 업체가 많아서 차를 빌리는 건 어렵지 않다. 다만 밤에 도착하는 비행기라면 문을 열고 있는 업체가 하나뿐인데, 이 업체가 굉장히 악명 높다는 게 문제다. 우리도 문제가 생겨 상당한 실랑이를 벌였다. 이 업체에 관한 리뷰들을 찾아보니 우리는 굉장히 마무리가 잘 된 케이스였다.
마요르카에서의 첫날, 토마토 축제부터 마요르카까지 일정을 함께 했던 다른 일행은 스쿠버다이빙을 하러 가고 우리 둘은 마요르카를 둘러보기로 했다. 오기 전에 급하게 이 지역을 검색하니 몇몇 아름다운 해변들이 순위에 올랐지만, 우리는 일단 마요르카 산골에 있는 발데모사(Valldemossa)라는 작은 마을에 방문하기로 했다. 발데모사는 마요르카 중심지 팔마(Palma) 시내에서 약 30분 거리에 있다. 마을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보통 당일치기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가보니 야경도 참 예쁠 것 같았다. 만약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숙박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쇼팽이 사랑한 도시, 발데모사(Valldemossa)
발데모사(Valldemossa)는 마을 규모도 작을뿐더러, 골목도 굉장히 좁아서 허가된 차량 이외에는 마을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그냥 들어갔을 경우 벌금 받기에 십상이다. 관광을 위해 들렀다면 마을 입구에 마련된 주차장에 주차한 뒤 들어가야 한다. 주차장은 마을 입구에서 비교적 눈에 잘 띄는 편이다. 대부분의 주차장이 그렇듯 시간대별로 미리 주차 티켓을 산 뒤 차 안에 넣어두면 된다.
발데모사는 쇼팽이 머물렀던 도시로 유명하다. 알려진 것처럼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은 쇼팽이 발데모사에 머물던 시절에 썼다. 그래서인지 지도를 비롯한 마을 곳곳에 쇼팽과 관련된 그림이나 상호 등을 찾아볼 수 있었다. 마을을 천천히 둘러보니 쇼팽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기에 충분히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굳이 쇼팽을 이야기할 것도 없었다. 발데모사라는 마을 자체만으로도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넘쳐나고 있었다.
스페인 북부의 전형적인 건물이라고 할 수 있는 돌벽에 초록색, 민트색, 하늘색으로 칠한 창문이 있는 모습은 정말 그림 같았다. 집마다 예쁜 화분으로 잘 꾸며놓은 것도 좋은 볼거리였다. 귀여운 포인트를 한가지씩 가지고 있던 게 인상적이었다. 사실 예쁘긴 해도 관리하는 게 귀찮을 법도 한데 다들 상당히 신경 쓴 모양새였다.
골목골목 놓치기 아쉬운 풍경들
지도를 살펴보니 마을 곳곳에 전망대가 있었다. 그냥 지나치려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한 번 가봤는데, 역시나, 발데모사가 산골에 위치해서 그런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상당히 멋졌다.
전망대에서 걸어 나와, 마을 산책을 좀 더 해보기로 했다. 마을 규모가 작아서 금방 본다고 하길래 한 시간이면 넉넉하겠거니 싶었는데, 사진 찍기 좋아하는 우리에게는 턱없이 부족했다. 마을 곳곳을 둘러보면 둘러볼수록 아기자기한 매력에 빠져버렸고 저녁은 또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떠나야 하는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아쉬움이 많은 산책이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발데모사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같이 여행하는 일행과 만날 시간이 다가와 발데모사와는 작별을 고했다. 마을 전체를 대충 훑듯이 둘러본 것 같아 혹시나 놓치는 것이 있을까 싶었다. 다음번에 온다면 꼭 숙박하면서 발데모사의 밤 모습도 봐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골목마다 조명이 켜진다면 분명 낮과는 또 다른 멋이 있을 거다.
발데모사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내려가는 길에 마을을 올려다볼 수 있는 포인트를 발견했다. 마침 주차할 수 있는 장소도 있어서 그냥 가기 아쉬운 참에 잠시 차를 세우고 발데모사를 감상했다. 마을의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봤던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마요르카에서 발데모사 같은 작고 귀여운 마을을 놓치면 아까울 것 같다. 물론 뭐니뭐니해도 마요르카의 하이라이트는 해변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