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야 할 그곳 – 스페인, 코르도바

코르도바(Cordoba)는 세비야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도시다. 지금은 인구가 세비야(Sevilla)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고대 로마시대에는 주도로, 이슬람 지배기에는 이슬람 세력의 수도 역할을 했던 유서 깊은 곳이다. 특히 중세 도시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어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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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행자 입장에서 코르도바를 일정에 넣기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스페인 남부로는 세비야, 그라나다(Granada) 같은 걸출한 도시들이 있고, 그 중간쯤에는 론다(Ronda)라는 아름다운 마을이 있다. 그라나다-론다-세비야로 이어지는 깔끔한 동선에서 소도시인 코르도바가 끼어들 틈이라곤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이유로 코르도바는 그라나다나 세비야에 비해 들르는 사람이 적고, 세비야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길에 기차역이나 도로 표지판 정도만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코르도바는 항상 지나가기만 했던 도시였다. 늘 ‘저길 한번 가봐야 하는데’라는 생각만 하던 곳이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드디어 그 소망을 실현했다. 비록 1박 2일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그 유서 깊은 역사와 맛과 멋이 너무 아까운 도시다. 스페인의 다른 소도시들과 비교해도 코르도바의 매력은 전혀 손색없을 정도다. 그래서 코르도바의 소감을 요약하면 ‘잊지 말자’이다.



 

코르도바의 명물은 메스키타? 카테드랄?

 

코르도바의 명물은 뭐니 뭐니 해도 메스키타(La Mezquita)일 거다. 메스키타는 아랍인이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하던 시절에 지었던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Mosque)를 뜻하는 스페인어인데, 지금은 고유명사처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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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키타를 내려다보고 있는 캄파나리오 탑(Torre Campa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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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키타에 들어서니 흥겨운 춤판이 벌어져 있었다. 표정이 살아있네!

 

코르도바로 가는 길에 동행으로부터 이 메스키타에 대해들을 수 있었는데, 계속 메스키타가 아닌 카테드랄(La Catedral, 대성당)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코르도바에도 대성당이 따로 있나?’ 라고 생각했는데, 코르도바에 가보니 그가 왜 그랬는지 의문이 풀렸다.

메스키타는 이스탄불에 있는 ‘아야 소피아(Ayasofya)’처럼 이슬람과 가톨릭, 두 종교가 동시에 사용했던 곳이었다. 이슬람 지배기에는 모스크로, 이후에는 대성당으로 사용됐다. 한 건축물 안에 두 종교의 양식이 혼재돼 있는데, 마치 이슬람 풍 건물에 성당이 들어서 있는 모습이랄까. 일반적인 대성당에서는 볼 수 없는 두 종교의 묘한 동거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메스키타를 모스크와 성당으로 혼용해서 부르는 건 자연스러워 보일 정도다. 실제로 메스키타 정식 안내 책자에도 이 두 가지 표현이 병기돼 있다.

 

이슬람 풍 기둥으로 가득한 메스키타 내부

 

 가톨릭 풍 천장 벽화, 그 스케일과 디테일이 경이롭다. 이슬람 문양으로 장식된 벽면에 그리스도가 걸려 있다. 실제 사람처럼 조각상에 감탄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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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예배당은 화려했다. 그리고 어느 대성당에나 빠지지 않는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이 오르간은 300개가 넘는 파이프로 이뤄졌다는데, 그 소리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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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흔적이 보이던 벽면 장식. 그라나다의 알함브라나 각지의 알카사르에서 보던 것과 비슷하다. 이슬람어도 곳곳에 적혀 있는데, 무슬림으로 추측되는 어느 가족이 열심히 글자를 해독해 보지만 고어라서 그런지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캄파나리오 탑(Torre Campanario)

 

메스키타 내부를 빠져나와 오렌지 정원을 지나서 캄파나리오 탑으로 향했다. 맑은 날씨와 초록색의 오렌지 나무가 조화를 이루면서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에는 높은 곳에 올라가 사방의 풍경을 내려다보는 것도 좋겠다.

탑 이용요금은 2유로이고, 메스키타 입장료와는 별도이다. 30분마다 20명만 올라갈 수 있으므로 미리 표를 끊어 놓는 게 좋다. 매표소는 탑 입구에 있다.

 

회랑 너머로 탑이 보인다. 정원에 있던 조그만 초록 열매. 이 열매가 자라서 오렌지가 된다

 

탑을 오를수록 풍경이 달라진다. 탑을 반쯤 올라가니 조금씩 도시가 보인다. 왼쪽이 구시가 골목길, 오른쪽이 오렌지 정원이다. 꼭대기에 오르니 드디어 메스키타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 규모를 짐작해볼 수 있다. 시선을 좀 더 멀리 두니 코르도바 전체가 보인다. 도시 끝의 지평선은 잔잔하기 그지없어 보이지만, 사실 산이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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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사르 너머로 보이는 콰달키비르(Guadalquivir) 강. 이 강이 흘러 흘러 세비야를 지나고, 대서양까지 간다



로마 다리(Puente de Romano)

 

메스키타 구경을 마치고 로마 다리로 향했다. 로마인들이 지어서 그렇게 부른다지만, 우리말로 부르니 뭔가 어색하다. 로마 다리는 코르도바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콰달키비르 강을 건너는 다리이다. 메스키타와 로마 다리 조합은 코르도바를 대표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다리로 가는 길에 높다란 동상이 보이는데, 바로 산 라파엘 동상이다. 동상을 자세히 보면 머리 위에 천사 도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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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빠지지 않는 눈치 없는 비둘기

 

다리를 건널수록 메스키타가 점점 한눈에 들어온다. 코르도바를 대표하는 장면. 중세시대를 연상케 한다



 

가는 곳마다 축제!

 

알아보고 간 건 아닌데, 마침 우리가 갔을 때 코르도바도 페리아(La Feria, 축제)가 진행 중이었다. 이런 고급정보를 입수한 만큼 축제장 분위기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벌써 놀고 돌아오는 듯한 미녀들과 뭇 남성들의 시선들. 5개의 시선이 동시에 그녀에게 집중되고 있다. 축제 분위기는 세비야와 비슷했다.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고…

 

누군가는 마차를 타고, 누군가는 떼 지어 걷는다

 

관광객과 사진을 같이 찍어주는 미녀 떼. 재밌는 건 가운데 있는 아주머니를 이틀 후 세비야에서 또 만났다는 거. 참 기막힌 인연이다. 프랑스 분인데 스페인에 여행 오셨단다. 너무 반가워서 사진도 같이 찍었다. 아주머니 다음으로 젊은 남성이 미녀 떼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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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분수 뒤로 보이는 아리따운 모녀

 

축제장을 둘러보고 오는 길에 어느덧 해가 졌다. 밤 풍경도 매우 아름다웠다



 

코르도바를 떠나며…

 

다음 날 아침. 이렇게 멋진 코르도바를 떠나야 한다는 아쉬운 마음에,  아침을 먹기 전 골목을 한 번 더 돌아봤다. 그리고 아침은 호스텔에서 간단하게 빵과 주스, 커피 조합으로! 스페인은 오렌지 주스가 참 맛있다. 현장에서 직접 오렌지를 짜서 주기 때문에 신선하다. 코르도바의 아침도 오렌지 주스만큼 상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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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는 오렌지 나무를 가로수로 쓰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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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골목길과 기념품 가게들은 관광객들의 발을 사로잡는다. 골목에 걸린 화분마저 심쿵하게 만드는 코르도바

 

1박 2일간의 코르도바 여행은 대만족이었다. 좋은 날씨, 멋진 장소들, 맛있는 음식, 흥겨운 축제까지! 어느 하나 빼놓을 것이 없었다. 만약 안달루시아를 여행한다면 코르도바도 꼭 둘러보길 추천한다. 물론 일정이 허락해야겠지만…

“잊지 말아요, 코르도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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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대리

투대리

같은 회사 6년 차 대리였던 부부. 과장 안 하는 길을 선택하고, 과장 안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세비야에서 살고 있어요.

* 블로그 : 2daeri.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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