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위의 마을 – 스페인, 쿠엥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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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고비아(Segovia)에 이어 여행은 마드리드 근교에 위치한 작은 도시 쿠엥카(Cuenca)로 이어졌습니다. 1주일 동안 친구들과 함께 할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친구들을 마드리드 공항에 내려다 준 다음, 남은 시간을 어느 도시에서 시간을 보낼까 고민했습니다. 마드리드 근처의 도시들을 찬찬히 살펴보다가 문득 2년 전 스페인에 왔을 때 포기했던 도시, 쿠엥카가 번뜩 떠올랐습니다. 쿠엥카는 마드리드 근교에서 유명하다는 3대장(세고비아, 톨레도, 쿠엥카) 중 하나라죠.

쿠엥카로 가는 길은 굉장히 피곤했습니다. 지난밤,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아쉬움에 끝없는 수다를 떨고 늦게 잠든 것도 모자라, 공항으로 가기 위해 새벽같이 서둘러서 세고비아를 떠났기 때문이죠. 잠도 쏟아지고 친구들과 헤어진 바로 뒤라 허전함까지 밀려오니, 막상 쿠엥카로 출발할 때는 신나기보다는 아쉽고 피곤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마드리드에서 쿠엥카로 떠났습니다. 보통 쿠엥카까지는 1시간 50분 남짓 걸리지만, 중간중간 쉬어가며 2시간 30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반갑다 쿠엥카(Cuenca) 🙂

 

쿠엥카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낮잠입니다. 지난밤 채 5시간도 못 자고 친구들을 보낸 탓에 많이 졸렸거든요. 숙소는 관광하기 좋도록 구시가지 중심에 있는 곳으로 예약했습니다. 쿠엥카의 구시가지는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을 만큼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고 보존 또한 굉장히 잘 되어있습니다. 규모가 크지 않아서 전체를 다 둘러보더라도 30~40분 남짓이면 충분합니다. 곳곳이 다 아름다워서 걷다가 사진을 찍고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더군요..

 

절벽 위에 저런 집이 있다니 너무 신기할 따름입니다. 절벽들을 찬찬히 보다보면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됐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사진에서 멀리 보이는 게 바로 파라도르(Parador, 성이나 요새를 개조해 만든 고급 숙박업소)입니다. 파라도르는 어딜 가더라도 가장 아름다운 전망을 볼 수 있는 환상적인 위치에 있는 것 같습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서 보는 전망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듣고 김 대리와 같이 오르막길을 올라봅니다. 쿠엥카에는 노상에 주차할 수 있도록 구획이 나뉘어 있는 무료주차장이 있습니다. 주차 장소가 비록 약간 오르막길이긴 하지만, 구시가지를 구경하는 데에는 충분합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마저 아름답고 예쁘기 때문이죠! 잠시 멈춰서 예쁜 사진을 담기에도 좋습니다. 근처에 카페, 레스토랑도 있어서 경치를 감상하며 쉬어가기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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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구시가지와 파라도르의 전경이 한눈에 담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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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서 다정하게 설정 샷도 찍어봅니다. 넘나 작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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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날씨는 변덕스러웠습니다. 한참 즐겁게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져 근처에 있던 카페에서 까페라떼(Café con leche)를 마시며 비를 피했습니다. 카페 앞에 보이는 구역들이 무료주차 구역이에요

 

절벽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는 다시 구시가지로 내려갔습니다. 쿠엥카에는 은근히 박물관과 미술관이 많습니다. 하지만 도착했던 날이 하필 토요일이라, 다들 문을 열지 않거나, 문을 일찍 닫는 곳이 많았네요. 내려오는 길에 Muralla라는 박물관을 잠깐 들렀습니다. 문은 닫혀 있었지만 박물관 옆으로 올라가 볼 수 있는 아치와 예쁜 꽃나무들이 있어서 주위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어봅니다. 쿠엥카에서는 도시 여기저기에 정말 오래된 것 같은 절벽들이 많이 보입니다.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대륙의 융기가 생각납니다. 도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멋진 절벽이 완성되는 걸까요. 나무에 보이는 나이테처럼, 절벽에도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Muralla 박물관 옆. 닫혀있었지만 옆에 꽃나무들은 이쁩니다. 분홍분홍 한 꽃 사진을 찍어봅니다. 우리나라 진달래보다 좀 더 선명한 색깔이에요. 가까이서 보면 이런 모양입니다. 꽃 모양이 풍성해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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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alla 박물관 옆으로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아치형 전망대(?)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정상 방향을 올려다본 풍경입니다. 지붕과 함께 어우러진 마을이 사실 예뻐 보이는 색깔은 아닌데, 굉장히 고풍스러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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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엥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절벽인데요. 마을 여기저기 아찔한 절벽이 많습니다. 절벽 사이로 푸른 나무와 풀들이 자라고 있고, 잘 보시면 작은 강도 흐르고 있습니다. 절벽의 파인 부분에 센스 있는 누군가가 그림을 그려놨네요. “지켜보고 있다!!” 버섯기둥 같은 절벽도 있습니다. 자연이 이렇게 신비롭네요….

 

쿠엥카의 대성당! 다른 도시에 비해 대성당의 규모가 크진 않습니다. 하지만 너무 예뻐요. 대성당 주변에는 얼핏 이탈리아의 무라노 섬이 생각나는 알록달록한 집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날씨가 맑으면 더욱더 예뻤을 것 같아요

 

대성당에서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잘 보시면 스페인에서는 신랑, 신부에게 잘살라는 의미로 흰 쌀을 뿌린다고 합니다. 실제로 보면 뿌린다는 느낌보단 던진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쌀을 맞아도 행복한 부부의 모습. 신랑 눈에서 꿀 떨어지네요. 좋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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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엥카의 명물 카사스 콜가다스(Casas Colgadas). 아슬아슬하게 절벽에 매달려 있습니다. 저 집 발코니는 무서워서 못 나갈 듯…

 

 

 

쿠엥카(Cuenca)의 명물, 산파블로 다리(Puente San Pablo)

 

쿠엥카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카사스 콜가다스(Casas Colgadas)입니다. 그냥 해석하면 ‘매달려있는 집들’이라는 뜻이에요. 말 그대로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서 붙여진 이름인데, 지금은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저희가 갔을 때는 아쉽게도 닫혀있어서 들어가진 못했어요. 그래서 카사 콜가다스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산 파블로 다리로 가봅니다. 쫄보는 접근금지… 너무나도 높고 약간은 무서운, 그렇지만 꼭 가봐야 하는! 산 파블로 다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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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리를 건너야하는데…

 

다리 중간에 멈춰서서 용기를 내어 사진을 찍어봅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쿠엥카의 모습. 날씨가 흐려서 아쉽긴 했지만, 나름 흐린 날씨와 함께 멋진 조화를 만들어냅니다. 남산에 가면 볼 수 있는 사랑의 자물쇠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사랑의 맹세를 나눈 이들… 지금도 행복하겠죠? 정말 높습니다. 고층아파트 부럽지 않은 해발고도를 자랑하는 쿠엥카의 가정집들. 무서워 죽겠는데, 갑자기 하얀 고양이가 나타나서 유유히 다리를 건넙니다. 그것도 다리 끝으로!

 

사람이 많이 없는 틈을 타 다리를 전세 내고 사진을 찍어봅니다. “우린 무섭지 않다!!” 바람까지 막 불어주고요….. ” 나는 무섭지 않다!! 나는 쫄보가 아니다!!”라고 외쳐봅니다. 외치기만 합니다. 얼굴이 지못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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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에서는 모든 커플이 더욱 다정해집니다. 자세히 보면 살려고 움켜쥐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신나게 사진 찍고 있는데 갑자기 웨딩드레스 입은 신부와 신랑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갑니다. 드레스의 분홍리본이 다리 밖으로 나부낄 때는 제가 다 무섭더라고요. 이들은 겁이 없는 건가… 한 친구가 자꾸 난간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사진을 찍는데, 볼 때마다 어찌나 무섭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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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우정. 가운데 할아버지가 무서워하시자 양쪽에서 친구들이 호위무사처럼 지켜줍니다. 가운데 할아버지는 친구들의 팔짱을 꼭 끼고 다리를 건넙니다

 

후들후들하며 다리를 겨우 건넙니다. 이거 고소공포증 있는 분들은 어려울 수도 있겠어요. 더군다나 높은 해발고도 때문인지, 바람도 꽤나 불어서 다리도 약간 흔들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물론 설계가 잘 되었다는 증거겠죠. 다리를 건너고 나면 파라도르가 바로 앞에 있습니다. 파라도르에서 묵으면 바로 구시가지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역시 전망하면 파라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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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도르에서 바라본 다리. 진짜 높죠!

 

 

 

쿠엥카(Cuenca)의 밤

 

비가 그친 뒤 야경은 더 깨끗하고 멋졌습니다. 맑고 깨끗한 야경을 보니 미세먼지로 고생하는 서울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하하.. 밤의 쿠엥카는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인지 고요한 느낌이었습니다. 구시가지는 조용했지만 도시 곳곳에 야경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조명들이 있어서 무섭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고, 참 도시가 아기자기하고 이쁘다는 생각만 들더라구요. 낮에 보았던 풍경과는 또 다르게 아름다운 쿠엥카의 밤입니다. 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는지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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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앞. 젖은 바닥이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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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을 정말 이쁘게 잘 설치한 것 같아요. 카사 콜가다스의 모습이 더 극적으로 보이네요

 

다리 가운데서 찍어봤습니다. 사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무서웠습니다. 밤에 보는 절벽과 함께 멋진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다리를 중심으로 한 번 더 찍어봅니다. 절벽과 조명이 어우러지니 더 멋지네요

 

쿠엥카는 여행 동선 때문에 제외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마드리드에서 당일치기로 선택하실 수 있는 다른 여러 도시도 있구요. 하지만 저는 쿠엥카를 정말 강추, 합니다. 제 개인적은 느낌으로는 론다보다 더 웅장한 절벽 마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론다가 누에보 다리 중심의 아기자기한 느낌이라면, 쿠엥카는 정말 웅장하고 거대한 절벽마을의 느낌이거든요. 마드리드 일정이 여유롭다면, 또는 마드리드에서 발렌시아 방향으로 여행한다면 쿠엥카에 한 번 들러보시길, 또 여유가 있으시다면 숙박까지 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절벽 마을의 야경은 위압감이 들 만큼 멋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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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대리

투대리

같은 회사 6년 차 대리였던 부부. 과장 안 하는 길을 선택하고, 과장 안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세비야에서 살고 있어요.

* 블로그 : 2daeri.tistory.com
투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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