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속의 아름다운 작은 마을, 세이디스 피오르 – 아이슬란드 겨울여행 #5

 

어제의 장거리 운전으로 피곤해진 몸을 일으켰다. 동이 틀 무렵이었다. 본격적으로 하루를 시작하기에 앞서 포스트호스텔 이곳저곳을 기웃거려보기로 했다. 1층은 공동주방, 2층은 복도식으로 방들이 늘어서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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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지난 저녁의 외식비를 충당하기 위해 직접 해 먹었는데, 아이슬란드 현지 생활에 특화된 동생이 솜씨를 발휘했다. 이날 아침,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샌드위치가 탄생했다. 아이슬란드의 채소나 과일, 유제품 등은 대부분 수입산일 텐데도 상태가 엄청 신선해서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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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공동주방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이다. 어제 밤에는 보지 못했던 세이디스 피오르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그러던 중에 창가에 있는 티볼리 오디오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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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디스 피오르는 아이슬란드 동부에 위치한 인구 700여 명의 작은 소도시로, 1848년 노르웨이에서 건너온 정착민들에 의해 세워졌다고 한다. 본래 어업과 생선 가공업 등이 주요 산업이었으나 현재는 관광도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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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주변 풍경. 이 물길은 피오르 해안선을 지나 노르웨이 해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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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가운데에는 작은 호수가 있는데 주변으로 벤치가 마련돼 있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고즈넉한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얼음 아래로 파릇한 나뭇잎이 비친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마을을 감싸 안은 산맥과 반영. 아이슬란드의 매력은 계절별로 풍광이 달라진다는 거다. 겨울에는 겨울대로 여름에는 여름대로 확연하게 달라지는 빛은 여행자가 이곳을 다시 찾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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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마을은 너무 작아 여행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일정에 넣을지 고민했다. 영화 월터 미티의 스케이트보드 장면을 촬영한 마을의 진입로도 겨울이라면 온통 눈이 덮여 있어 위험하기만 할 뿐이라는 여행 카페의 댓글들도 신경 쓰였다. 하지만 곳곳에 숨겨진 작은 아기 자기 한 즐거움과 팝업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아름다운 마을 풍경은 그런 고민을 한꺼번에 보상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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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디스 피오르에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이유는 어느 블로거가 올렸던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는데, 바로 민트색의 벽 2층 창가에 세워져 있었던 저 사람 모양의 모빌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냥 저 모습이 그렇게도 보고 싶었다. 막상 도착했을 때 몇 개월 만에 치워버리진 않았을까, 너무 구석에 있는 집이어서 못 찾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까지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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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일듯한 블루처치(blaakirkjan). 이곳은 교회이지만 여름철에는 각종 콘서트가 열리는 문화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아쉽게도 내부에는 들어가 보지못했지만, 외관만큼이나 내부도 아름답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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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뒤로하고 아스비르기(Asbyrgi)와 데티포스(Dettifoss)를 향해 출발했다. 세이디스 피오르에서 데티포스까지는 약 180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겨울철 열악한 도로사정과 이동하는 중간에 식사와 풍경을 즐기면서 가다 보니 5시간이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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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중 운 좋게 순록 떼를 발견했다. 사실 순록들은 상당히 먼 곳 있었는데, 마침 가져갔던 Nikkor-Q 13.5cm F3.5 와 크롭으로 그나마 이 정도로 남길 수 있었다. 여행에서는 상황에 따라 망원렌즈도 광각만큼이나 큰 위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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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에서 만난 토요타 랜드크루져. 차량 왼쪽으로 보이는 마을이 에이일스타디르(Egilsstaðir)이다. 잠깐 마을에 들려서 주유와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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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인

박상인

케묵은 니콘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와 방구석에 놓여 있는 더플백을 번갈아 쳐다보며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시대착오자 / goliathus

* 블로그 : sangin1122.tistory.com
박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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