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세고비아 – 스페인, 세고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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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행하면서 한 곳을 두 번 이상 방문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2년 전 5월의 새벽, 마드리드 공항에 내려 아침 일찍 세고비아(Segovia)를 찾았다. 그때 느꼈던 세고비아의 인상이 너무나 강렬해서, 우리는 두 번째 방문을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

포르투갈로 넘어오면서 흐렸던 날씨가 차츰 개기 시작하더니, 카스티야-라만차(Castilla-La Mancha)에 들어섰을 땐 해가 쨍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반짝이는 오후 햇살 아래 마주한 세고비아의 모습은 역시나 강렬했다. 하지만 2년 전에 봤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는데, 햇살의 방향이 그때와 달랐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림자의 방향이나 하늘색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여전히 세고비아는 매력적이었다. “내 기억 속에 세고비아, 내 사진 폴더 안의 세고비아, 니가 짱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산책을 시작했다.

※ 포스팅된 대부분의 사진은 2년 전 여행에서 촬영됐다.

 

반갑다, 세고비아!

 

세고비아에 도착하면 대부분 수도교를 제일 먼저 만나게 된다. 세고비아는 협곡이 도시를 감싸고 있는 형태인데, 그 입구에 수도교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옛날 로마인들은 수도교를 통해 산에서부터 필요한 곳까지 물을 이동시켰다. 그 기술과 정성이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세고비아는 수도교가 가장 잘 보존된 것으로 매우 유명하다. 특히 그 규모가 상당해서 웅장함이 대단한데, 보는 사람을 압도할 만하다.

입이 떡 벌어지는 수도교의 위용.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래 서 있는 사람과 비교해보라. 수도교를 따라가면 언덕에 올라갈 수도 있다. 그나저나 이렇게 큰 돌을 어떻게 옮겨서, 차곡차곡 쌓아 올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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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고비아를 둘러싼 파란하늘과 흰 구름, 그리고 푸른 산과 녹색 들판

 

세고비아 중심에 위치한 마요르 광장과 세고비아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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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찍은, 가장 좋아하는 세고비아의 사진. 그 장소를 다시 만난 감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백설공주님의 배신

 

“저기로 좀만 가면 백설공주 성이 있어!”
“진짜 무지 예쁘거든! 성에 올라가 볼 수도 있어.”

잔뜩 기대로 부풀어 백설공주성으로 잘 알려진 알카사르(Alcazar, 이슬람 세력이 지은 궁전으로  일명 Palacio Arabe)를 찾아갔다.

그런데 알카사르는 ‘공. 사. 중’. 잠시 멘붕에 빠졌다. 갑자기 웬 공사인 거니, 하필 왜 지금인 거니… 그래서 이렇게 사람이 없었던 거니… 갖은 생각들이 우리를 더 깊은 멘붕상태로 몰아넣었다. 세고비아의 5할은 알카사르인데 말이다. 으흐허허흙흙햘햝하하핡! 친구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에 가슴이 찢어졌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신나게 밥을 먹으러 갔다.

 

공사 중인 알카사르 성. 공사는 2016년 7월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8월 이후에는 온전한 알카사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사진은 2년 전의 알카사르 성이다. 월트 디즈니 백설공주 성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성에 올라서 바라본 세고비아의 맑은 하늘과 들판. 그리고 세고비아 대성당 너머 저 멀리 있는 만년설도 볼 수 있다

 

 

세고비아의 명품 먹거리 대결, 꼬치니요 아사도 VS 스페인판 김밥천국

 

세고비아에는 꼬치니요 아사도(Cochinillo Asado)라는 유명한 음식이 있다. 꼬치니요는 ‘새끼돼지’, 아사도는 ‘구운’이라는 뜻으로, 새끼돼지를 구운 요리이다. 새끼돼지는 육질이 부드러워 사람들에게 매우 인기가 좋다. 우리 역시 요걸 먹으러 꼬치니요 아사도로 가장 유명한 식당인 ‘Meson de Candido’로 달려갔다. 하지만 주방이 8시부터 가동된다는 슬픈 소식을 듣고 말았다. 우리가  6시도 안 되어서 도착했는데, 참고로 스페인에서는 저녁 8시라도 저녁 식사하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다.

어쩔 수 없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우리가 찾아간 곳은 꼬치니요 맛집 바로 옆에 있던 ‘100 Montaditos’. 100가지 미니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로 스페인판 김밥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종류의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아름다운 식당이다. 그전까지는 친구들을 한 번도 데려가지 않았기 때문에 요기나 하자는 심정으로 찾아갔는데, 이게 웬걸 친구들이 그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다. 심지어 한 친구는 스페인에서 먹었던 음식 중 가장 맛있고 인상 깊었다는 말까지… 갑자기 원효대사의 해골 물 얘기가 생각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했다. 그동안 나름 맛집만 데리고 다녔는데 김밥천국에 감동할 줄이야! 아무튼 맛있게 잘 먹었다니 좋은 일이다. 다행히 두 시간 정도 후에 꼬치니요 아사도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17유로에 즐기는 훌륭한 만찬. 사진에는 없지만 감자튀김도 있었다. 즐거운 식사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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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치니요 아사도 맛집 Meson de Cand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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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로 착각하게 만드는 그대 이름은 꼬치니요 아사도

 

 

 

작별, 아쉬움…

 

사실 세고비아는 한국에서 온 일행과 함께하는 마지막 도시였다. 너무 아쉬웠다. 한국에서는 주말마다 만나서 놀 수 있었는데, 이제는 감히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워졌다. 오랜만에 호텔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일찍 마드리드 공항에서 친구들을 떠나보냈다.

“정말 즐거웠어, 조심히 잘 가!(우리는 쿠엥카(Cuenca)에서 더 놀고 갈게…)”

 

수도교 앞에서 함께 추억을 남겼다. 그렇게 깊어가는 아쉬운 밤. 그리고 헤어짐. 애들아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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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대리

투대리

같은 회사 6년 차 대리였던 부부. 과장 안 하는 길을 선택하고, 과장 안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세비야에서 살고 있어요.

* 블로그 : 2daeri.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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