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쿨살론을 지나 얼음의 나라 동부 피오르로 – 아이슬란드 겨울여행 #4

 

 

 

새벽 촬영을 마치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떼었더니 어느새 동이 트고 있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일출이었는데, 게르디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이 됐다. 밤늦게 도착해서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산과 탁 트인 들판, 거기에 하늘까지… 주변 풍광이 무지무지하게 아름다웠다. 다른 여행자도 이 장면을 셀카로 담기 위해 촬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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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을 위해 레스토랑에 들어갔더니 이렇게 방명록이 있었는데, 아빠가 남기신 글에 동생이 우리가족을 그려 넣었다. 몇 개의 선만으로 하나같이 닮은 우리를 표현했다 역시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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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을 가득 채우던 황금빛 햇빛과 함께한 조식은 만족스러웠다. 비바람과 광풍에 시달렸던 어제의 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그저 평화로웠다. 사실 게스트하우스 게르디는 주변 풍경과 조식을 먹던 홀의 분위기를 제외한다면 그다지 특별한 숙소는 아니다. 한 가지, 요쿨살론과(Jokulsarlon)는 15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어서 요쿨살론을 방문하려는 여행자에게도 좋은 위치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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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을 마치고 부리나케 요쿨살론으로 향했다. 보통 이곳에서는 노란색 수륙양용차를 타고 유빙들 사이를 떠다니며 칵테일 잔에 얼음을 띄워 위스키를 마시는 체험을 한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그런 사진을 많이 보긴 했지만, 생각보다 크거나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진 않았다. 우리 가족은 해안가를 둘러보기만 했다.

 

 

날이 슬슬 추워지는지 곳곳에서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바다에는 떠내려온 빙하들이 가득했다. 빙하들 뒤로 멀리 보이는 빙벽은 마치 신기루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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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사진가를 만났다.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담고 500px 같은 사진 사이트에 올리는 친구들이 많다더니, 실제로도 그랬다. 왠지 이곳에 살면서 사진을 찍지 않으면 죄를 짓는 기분이 들 것 같았다.

 

 

작은 돌 위로 수정같이 부서져 있던 얼음조각들은 맑고 투명했다. 아이슬란드를 가게 되면 꼭 한 입 하고들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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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른 물 위로 빙하 조각들이 떠 있다. 러시아 이르쿠츠크(Irkutsk)의 바이칼(Baikal)호수에서 봤던 거대한 빙판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빙하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물속에 잠겨 있던 빙하가 소리 없이 올라오기도 한다.

 

 

길을 건너 요쿨살론의 명소로 꼽히는 해안가로 향했다. 해가 뜨는 장면과 함께 빙하를 찍으면 정말 근사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아쉽게도 일출은 이미 숙소에서 본 뒤였다. 검은 해변 위로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빙하, 그 뒤로 비치는 황금빛 일출… 생각만 해도 놓치기 아까운 장면이다. 아이슬란드에 다시 와야 할 이유가 점점 많아졌다. 검은 해변과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하얀 얼음이 함께 있는 모습은 차가운 물을 먹고 난 뒤 초콜릿을 씹은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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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올라갔는지 어느새 해무들이 생겼다. 해무는 점차 도로를 지나 산 쪽으로 스멀스멀 이동했다. 검은 모래를 한줌 쥐어 필름 통에 담고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요쿨살론의 풍경은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요쿨살론을 끝으로 아이슬란드 남부 여행은 막을 내렸다. 이제 다시 1번 도로를 타고 링로드에 올라 월터미티의 동부 피요르드로 향했다. 도로를 지나가다보면 도시별로 휘장 같은 것들이 표시 된 표지판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걸 다 모아보면 뭔가 재밌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리 튼튼한 말이라도 아이슬란드의 매서운 바람을 버티긴 힘들었나 보다. 오래된 건물에서 말들이 바람을 피하고 있었다.

 

조금 달리다 이내 점심시간이 되었다. 남부의 마지막 마을 회픈으로 들어가 식사를 하기로 했다. 사실 이곳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는데, 요쿨살론 인근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요쿨살론의 빙하 관광을 위해 머무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냥 눈에 보이는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찾아 들어간 곳은 카페 호니드(Kaffi Hornid). 이곳에서 나는 최고의 양고기를 맛보게 됐다.

음식별로 자세한 가격은 확인 못 했지만, 3명 메인디쉬급 요리와 수프를 시키고 나온 금액은 9,800 ISK, 거의 9만 원 돈이 나왔다. 손이 떨리지 않을 수 없는 금액이다. 우리는 앞으로 몇 번의 식사를 마트에서 산 식재료를 사용해 해결하기로 합의하고 이번만큼은 건하게 먹었다.

넓고 따뜻했던 카페 호니드에는 지역 작가의 그림이 전시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카페나 음식점을 전시장소로 활용하는 작가-카페 사이의 협업관계가 잘 이루어지고 있어서 그런지 반가웠다.

 

드디어 나온 양갈비. 호텔에서 먹었던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맛있었다. 게다가 양도 제법 되어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강추하고 싶다. 이곳의 양갈비는 정말 최고다. 동생이 시켰던 랍스터 수프도 무척 맛있었는데, 특히 추위로 지쳐있던 우리에게 기운을 북돋워 줬다. 이 메뉴를 시키면 카운터 쪽에 있는 썰어놓은 빵을 가져와서 함께 먹을 수 있다. 여행기를 쓰는 중에 호니드를 찾아봤더니 역시 후기와 점수도 좋다. 괜히 더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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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쉴 새 없이 바뀌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동부의 피요르드 해안선을 따라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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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저게 뭘까, 굉장히 궁금하게 했던 장면이다. 배가 동그란 가두리양식장 같은 걸 끌고 천천히 이동 중이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연어를 양식하는 곳이라고 한다. 역시 연어는 북유럽산이구나!

 

동부 피오르 해안의 도로가 굽이굽이 계속 이어진다. 멀리 눈이 쌓인 산을 보면서 감탄을 연발을 했는데, 우리가 저곳을 넘을 줄은 이땐 몰랐다. 잠시 후 해가 비치자 건너편 지형의 웅장한 디테일이 살아났다. 빛이 드는 곳과 아닌 곳의 차이가 확연했다.

길이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표지판에도 비포장도로 표시가 돼 있다. 슬슬 긴장될 수밖에 없다. 자갈길에서 돌이 튀어 유리창이 파손되거나 차체가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역시 자갈 보험 들어놓기를 잘했다.

 

길을 가던 중에 작은 폭포가 보였는데,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유명한 장소인가 싶어 잠시 하차했다. 사진으로는 무척 평온해 보이지만 바람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세게 불고 있었다. 잠깐 나와서 이 장면을 찍는데도 차가운 바람에 손이 얼얼했고, 자칫 휘청했다가는 자갈길을 데굴데굴 굴러갈 지경이었다. 그런 중에도 스즈키 짐니를 타고 놀러 온 저 친구들은 여유가 있었던지, 폭포까지 내려가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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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디스 피오르(Seydisfjordur)로 가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다. 이곳부터 길의 상태는 급격하게 나빠진다. 우리는 출발 전에 아이슬란드의 도로 상황을 수시로 파악했다(http://road.is, 5분 간격으로 실시간 도로 상황도 확인할 수 있다). 사이트에서는 현재 도로 상태를 여러 색깔로 표기해 알려준다. 보통 링로드는 제설작업이 빠르게 진행되는 편이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스바루 포레스터의 Xmode를 구동시켰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별거 아니었다. 특히 이후에 등장할 코스에 비하면 상당히 안전했다. 그래도 급경사를 비롯해 비포장도로가 갑자기 나타나는 절벽에선 엄청 긴장한 상태로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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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가 점점 높아지면서 길에는 눈이 쌓여 있었고, 눈발까지 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도로를 거뜬하게 달리던 믿음직한 스바루 포레스터(feat 스노우타이어).

 

길 위가 거의 다 눈으로 뒤덮인 상태였지만 여전히 잘 달렸다. 잠시 눈이 녹았다 싶었다가도, 아주 새하얀 길이 등장했다. 경험으로 안 사실 한 가지는, 스노우타이어 + 사륜구동 조합으로도 넘기 힘든, 위험천만한 구간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road.is에서는 하늘색으로 표시되는데, 바로 빗물이 살짝 얼어버린 Icy Road이다. 그 위를 달리는 건 아주 최악의, 끔찍한 경험이었다.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전하겠지만, 여행 마지막 날 레이캬비크로 복귀하는 중 도로 옆 도랑에 두 대의 차가 전복된 걸 보고 기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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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힘들겠지만 이곳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스케이트보드 장면이 촬영된 ‘월터 미티의 93번 도로’다. 내리는 눈이 바로 얼어붙을 정도로 도로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거기에 한계령을 떠올리게 하는 커브까지 연속해서 이어졌다. 수십 년의 운전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드라이버인 아버지조차도 손에 땀을 쥘 수밖에 없었다.

 

 

세이디스 피오르의 불빛이 나타났을 때는 무사히 도착했다는 사실에 모두가 탄성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요쿨살론에서부터 시작된 운전이 장장 4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식사시간까지 합치면 대략 5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아이슬란드 여행 카페에서는 10월 말에도 눈이 쌓여 있어서 동부나 북부는 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볼 수 있었는데, 다행히 우리는 이곳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세이디스 피요르드의 숙소인 포스트 호스텔(Post-Hostel)은 깔끔했다. 공동주방이 겸비돼 있어 식사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어서 아무 때나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았다. 추천할 만한 숙소였다.

 

 

차에서 짐을 모두 내렸을 땐 이미 어두워졌지만, 내일도 역시 아침부터 일정이 바로 시작되므로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산책 중 카페 라라(Kaffi Lara)를 발견했다. 이곳은 카페 겸 펍(Pub)인데 간판에 있는 ‘로컬 비어’라는 글자를 보고 바로 들어갔다. 아, 맥주! 추운 겨울 여행의 묘미는 역시 잠들기 전 마시는 맥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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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내일 북부로 이동하면서 지나칠 에일스타디르(Egilsstadir)의 도로 표지판. 이곳 역시 겨울철에는 길이 좋지 않기로 유명하다. 북부에 있는 뮈바튼(Myvatn)과 후사빅(Husavik) 일정까지 소화하기 위해선 이곳을 무사히 지나가야 한다. 여행 카페에서도 10월에 북부로 넘어가다가 이곳에서 고립됐다는 이야기를 종종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도착 전까지 긴장을 놓지 않았다. 밤새 눈이 오지 않기만을 바라며…

 

 

맥주를 마셨다. 세이디스 피오르의 밤 풍경을 바라보며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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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밴드의 합을 맞추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굉장히 열심히 연주하고 있었다. 아이슬란드 국민의 절반 이상이 뮤지션이라는 말처럼, 아이슬란드인들의 음악 사랑이 얼마나 대단하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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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왔는데 아버지가 아직 안 주무시고 계셨다. 꽤 늦은 시간이어서 맥주를 사 올까 고민하다가 주무실 것 같아 말았는데, 좀 섭섭해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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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인

박상인

케묵은 니콘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와 방구석에 놓여 있는 더플백을 번갈아 쳐다보며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시대착오자 / goliathus

* 블로그 : sangin1122.tistory.com
박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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