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해변의 디르홀레이와 스카프타펠 빙하 – 아이슬란드 겨울여행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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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들리던 빗소리가 좀 잠잠해진 것 같아 새벽에 나가보았더니 글쎄 우박도 내렸나 보다. 이놈의 날씨는 정말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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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틀 무렵 호텔 스코가포스의 풍경. 날씨가 좋아질 징조인지, 밤새 흩뿌리던 비구름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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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가포스는 레스토랑으로도 제법 평이 좋은 곳이다. 출발 전 조식으로 든든히 배를 채웠다.

사진으로는 못 남겼지만, 인상적인 음식이 하나 있었다. 식초에 청어 살을 담근 일종의 청어 절임은 같은 음식인데, 처음엔 그 독특한 맛에 깜짝 놀랐지만 먹다 보니 새콤하고 고소했다. 우리 가족은 빵과 함께 먹으면 제법 어울리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음식은 어느 숙소를 가더라도 볼 수 있었는데, 북유럽 지역에서는 피클만큼 사랑받는 존재인 것 같았다. 하지만 한 입 뜯어먹을 때마다 식빵 사이로  삐져나오는 작은 생선 가시들은 적응하기 힘들었다. 나는 특이한 음식 맛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이 음식을 먹을 때면 ‘세상에나… 내가 지금 뭘 먹고 있는 건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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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닝룸의 전경. 밤에는 새까만 탓에 주변에 뭐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아침에 해가 뜨니 저 멀리 스코가포스 폭포까지 보이면서, 풍경이 정말 좋았다. 폭포가 워낙 크기 때문에 물소리도 엄청나서, 이곳까지 들린다. 무슨 공장 옆에 와있는 기분이 든다. 식사하기 참 좋은 위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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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주변의 잔디 위로 밤새 서리가 내렸다. 폭포는 아래에서 구경할 수도 있고 위에서도 볼 수 있는데, 위로 가려면 오른쪽 길을 따라가야 한다. 밑에서 봤을 땐 만만해 보였지만 직접 올라가 보니 제법 숨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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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열심히 풀을 뜯어 먹는 양들. 멀리서 보면 하얀 점 같이 보이는데, 양들이 조금씩 움직이는 걸 보면 정말 귀엽다. 아침에는 정말 온몸이 오들거릴 만큼 추웠는데, 양들은 저 두꺼운 털 덕분에 아침에도, 눈과 비바람에도 끄떡없다.

 

 

걸음을 뗄 때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졌고, 빛도 달라졌다. 아이슬란드는 놀라운 풍경의 연속이었다. 꼭 카메라가 새로 출시되면 같이 나오는 카탈로그에 들어갈 법한 장면들이 빨랫줄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어떻게 찍어도 눈앞의 장대한 풍경을 제대로 담을 길이 없었다. 나와 동생은 그저 셔터만 계속해서 누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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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돌아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꽤 높이 올라왔다. 양 떼들은 어느새 흰점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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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오기 전, ND1000 필터를 사올까 꽤 고민했었다. ND필터를 사용하면 대낮에도 폭포의 궤적을 드라마틱하게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촬영환경이 터프한 아이슬란드에서는 장노출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을 테고, 가족여행 콘셉트의 이번 여행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었다.  포기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제외시켰다.

날이 흐렸기 때문에 조리개를 조이는 일이 쉽지 않았다. 가능한 최대값으로 세팅한 뒤 그럭저럭 담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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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이었는지, 사진 여행을 온 관광객인지는 모르겠으나 진중히 촬영에 몰두하고 있던 모습이 멋있었던 여행객. 아이슬란드에선 너도, 나도 사진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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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안렌즈로 찍으면 무척 드라마틱한 구도가 나올 것 같아서 기대했던 스코가포스의 포인트. 흐린 날씨와 골렘 혹은 고블린을 닮은 바위의 형상 덕분에 신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폭포가 뿜어내는 수증기 탓에 길은 온통 진창이기 때문에 조심 또 조심해야 했다. 아이슬란드에는 천길 낭떠러지로 향하는 길이 수십 개가 넘는다.

 

 

날씨가 좋아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빙하 트레킹을 하면서 멋진 풍경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코가포스에 햇빛이 들기 시작하면서 춥고 어두웠던 대지가 금세 황금빛 표정을 짓는다. 아름다운 대지… 좋은 이름 놔두고 국명을 아이슬란드(Iceland)라고 붙인 게 아이러니하다.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지었다는 속설이 있다.

밑으로 내려와 스코가포스를 바라본 뒤, 다시 여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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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은 모래 해변의 디르홀레이(Dyrholaey)를 향해 달린다.

 

 

디르홀레이에는 두 개의 포인트가 있다. 하나는 ‘꽃청춘’에서 소개되었던 검은 모래 해변이고, 다른 하나는 등대가 있는 전망대다. 전망대 위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는 게 포인트다.

종이가 먹을 덮었다가 먹이 종이를 덮었다가… 그저 바라보는 거 외엔 어찌 표현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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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르홀레이의 등대 쪽 풍경. 이곳은 오르막길을 돌아서 올라가야 하는데, 경사도 급한 데다 겨울철에는 바람이 강하게 분다. 아이슬란드에서도 바람세기로는 최강이기 때문에 운전 할 때는 상당히 주의해야 한다. 정작 저 등대 안에는 바람이 너무 강해서 들어갈 생각조차 못 했다.

 

 

빙하 트레킹을 위해 떠나기 전, 분명 그리워할 장소일 것 같아서 이곳을 한 번 더 찍었다. 다음에는 꼭 저 아래로 가봐야지.

지대가 워낙 높아서 다른 방향도 모두 장관이다. 찬바람에 눈물이 줄줄 흘렀지만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바람결에 Nikon SP가 날아가 한 번 떨어진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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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코끼리바위가 이곳에도 있다. 오키나와의 만좌모와 비슷하기도 한 모습이다. 저 멀리 바다 끝 구름 사이에는 소나기가 한 차례 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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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프타펠(Skaftafell) 빙하지대로 향하는 도중 첫 번째 주유. 주유기 옆에 설명이 워낙 자세히 나와 있어서 주유는 어렵지 않고, 표기도 잘 돼 있어 디젤과 가솔린의 혼유 가능성도 적다. 가솔린은 녹색으로 표기돼 있는데, 95옥탄을 찾으면 된다. 간혹 카드가 안 읽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고민하지 말고 점원을 부르면 된다. 아이슬란드 기름값은 리터당 가솔린은 1,800원, 디젤 1,700원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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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르홀레이에서 바트나이외쿨(Vatnajokul) 빙하지대로 이동하다 보면 아이슬란드 특유의 이끼로 덮인 지형이 중간 정도에 계속 나온다. 무척 특이한 풍경이라 잠시 차를 세우고 자세히 살폈는데, 보기보다 상당히 부드럽고 푹신푹신하다.

저스틴 비버 뮤직비디오에서는 저런 바위 위에서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는데, 이끼는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만지거나 할 때는 상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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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에 자전거 일주를 하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설마 아이슬란드 북부로 향할까 싶었는데, 이 바람 속에서 자전거로 전진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주고 싶었다.

 

스카프타펠 국립공원 가이드 서비스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빙하체험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이곳에는 몇 개의 빙하 트레킹 업체가 있는데, 가이드 서비스와 함께 트레킹 장비들을 대여해준다. 정확한 명칭은 ‘Icelandic Mountain Guides Sales Lodge’. 트레킹은 참가 인원이 모이는 대로 팀을 꾸려서 출발한다.

이곳에서는 주상절리 폭포인 스바르티포스(Svartifoss)로도 트래킹이 가능한데, 1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해서 일정상 생략했다.

트레킹 소요시간은 약 3시간 정도 걸리며, 8세 이상부터 가능하다. 부츠와 아이젠은 무료로 대여해주기 때문에 신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트레킹은 10:00, 14:00 하루 두 번 출발한다. 우리는 마운틴가이즈.IS 의 ‘Blue Ice Experience’ 패키지를 선택했다. 2시간 동안 스비나펠스요쿨(Svinafellsjökull)의 초입부를 트레킹 하는, 비교적 가벼운 코스다.

 

 

차를 타고 빙하지대로 15분 정도 이동해  장구류 일체를 받는다. 그리고 빙하지대로 오르기 직전 아이젠(미끄럼방지장치)과 비상시를 대비한 하네스(낙하방지장치)를 착용한 뒤 오리엔테이션을 한다. 빙하 위에서 아이젠을 이용해서 걷는 요령과 대열을 따라서 이동하는 방법 등을 교육한다.

 

역시나 이놈의 날씨,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진에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제법 많은 비가 내리는 중이다. 아이슬란드 여행 중엔 방수 상의( 최소한 윈드브레이커)와 바지는 정말 필수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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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에서는 빙하 클라이밍이 한창이었다. 멋있어 보이긴 했지만 체력의 한계로 굳이 해보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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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는 훈훈한 외모에 무척 친절하고 쾌활한 아이슬란드인이었는데, 비가 오는 날씨 속에서도 우리를 격려하며 조금은 조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종일관 밝은 모습이었다.

스비나펠스요쿨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영화가 바로 인터스텔라다. 얼음 행성의 촬영지가 바로 이 위치라며 비행선이 착륙한 지점을 가리켰다. 이곳에 오기 전에 인터스텔라와 월터 미티(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감상하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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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걷히고 푸른 하늘이 드러나자 그 빛깔이 빙하 위에 바로 투영되었다. 변화무쌍한 날씨만큼 빙하는 아름다웠다.

 

얼음동굴까지는 아니었지만, 아쉬운 대로 제법 큰 크레바스(Crevasse)에 들어가 볼 기회가 생겼다.

사실 오로라만큼이나 기대했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아이슬란드 얼음동굴 투어였다. 그래서 출국 전에 ‘가이드투아이슬란드’ 스텝과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투어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역시 10월에는 얼음동굴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불가능했다. 얼음동굴은 매년 그 위치와 규모가 바뀌기 때문에 로컬가이드들은 10월 말부터 동굴이 형성되는 지점을 찾아 이곳저곳을 다닌다고 한다.

작년부터 연중 투어가 가능한 바트나이외쿠틀의 얼음동굴이 개장하긴 했지만, 인공으로 얼음 터널을 뚫은 곳이라 아무래도 그 감흥이 덜할 것 같아서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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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이 벌어져 녹아내리기 시작한 빙하의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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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의 최대 볼거리인 오로라와 얼음동굴. 8,000km나 떨어진 이곳에 온다 한들 자연이 허락하지 않으면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매정하지만, 한편으로는 고개가 끄덕거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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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화산재에 덮인 오래된 빙하와 멀리서부터 천천히 새로운 빙하가 흘러 내려온다.

어느새 오후 5시가 넘으면서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다. 비가 오는 추운 날씨여서 그런지 몸이 으슬으슬하다.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제법 심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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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달려 게스트하우스 게르디(Gerði)에 도착했다. 이곳은 요쿨살론(Jokulsarlon) 근처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다.

아이슬란드는 기본 물가가 높아서 게스트하우스와 호텔의 숙박비는 큰 차이가 없다. 대신 어디를 가더라도 기본 이상의 깔끔하고 만족스러운 룸 상태를 자랑한다. 비싸긴 해도 돈값은 한다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게스트하우스 게르디의 장점 중 하나는 주변 풍광이 정말 멋지다는 점이다. 새벽에 오로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별이나 좀 찍다가 다시 아침 일출 시간에 맞춰 나왔다. 호수 같이 잔잔한 물가가 한없이 펼쳐져 있었는데, 나중에 구글맵을 보니 작은 만이라고 해야 하나, 기다란 형태의 육지에 막혀있는 곳이었다.

해가 뜨자 밤에는 보지 못했던 웅장한 변 지형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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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인

박상인

케묵은 니콘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와 방구석에 놓여 있는 더플백을 번갈아 쳐다보며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시대착오자 / goliathus

* 블로그 : sangin1122.tistory.com
박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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