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캬비크를 떠나 셀야란즈포스로 – 아이슬란드 겨울여행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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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캬비크 시내 구경을 대충 마치고 다시 숙소 근처의 주차장. 아이슬란드의 날씨는 정말 10분마다 이랬다 저랬다 변덕이 심했다. 사진을 찍을 때도 조금만 더 이동해서 찍으려 하면 어느새 해는 사라진다. 비가 내리다가도 강풍이 불고, 그러다가 갑자기 주변이 설국열차의 한 장면처럼 눈으로 뒤덮여 버리기도 한다. 이런 난감한 상황에는 역시 4륜 구동 차량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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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링로드 일주를 계획하는 여행자들은 이렇게 마트에서 일주일치 식량을 구입한다. 아이슬란드의 비싼 물가 때문이다. 섬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물자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척박한 기후 탓에 물류비용도 적잖게 들어간다. 공산품의 가격도 유럽 국가 등 중에서 꽤 비싼 편이다. 여기에 시급이 14,000원이나 되는 높은 인건비도 한몫한다. 높은 물가 때문에 현지인들도 조차 음식을 사 먹기보다는 직접 해 먹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대형 마트와 비슷한 개념의 할인마트가 아이슬란드에도 있었으니, 바로 Bonus 마트다. 아침과 점심을 해결할 만한 재료를 구입했다. 겨울철이기 때문에 음식 상할 일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주재료는 샌드위치에 들어갈 것으로 선택했다.

아이슬란드 일주를 하는 6박 7일 동안 아침 5끼와 점심 2끼 정도를 해결해야 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구매한 식재료의 값은 ISK 14,298 크로네, 이는 한화로 약 132,272원 정도 들었다.

 

1) 베이커리 입구
2) 빵집에서 판매하고 있는 샌드위치의 가격은 사진과 같다. 환율을 계산할 때는 상황에 따라 조금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 여비가 넉넉하다면 x9를, 그렇지 않고 빡빡하다면 x10을 하면 된다.
3)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아이슬란드의 독특한 빵들
4) 가운데 보이는 초코파이 비슷한 빵을 샀다. 추운 나라라 그런지 달달한 종류의 빵이 많았던 베이커리.
5) 구매비용은 역시 4인 샌드위치와 그밖에 맛보기용 빵 두어 개. ISK 4,395 = 40,662원

 

링로드에 올라서기 직전,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베이커리에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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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에서 나오니 어느새 구름을 헤치고 해가 떴다. 링로드에 오르기 전, 무언가 희망스러운 조짐이었다. 워낙에 청정지역인 아이슬란드라 빛이 참 좋았는데, 역시 대기오염 없는 곳의 하늘과 빛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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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식 스바루 포레스터, 이 차는 장차 어마어마한 일을 하게 되는데…. 베이커리에서 샀던 빵으로 배를 가득 채우고 출발! 빵은 참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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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이라 어머니의 폰에서 빌려 왔다. 하필이면 날이 맑았을 때 운전을 하고 있었다. 참 아쉬웠지만, 아무튼 링로드의 시작부터 멋진 절경들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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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초반에는 시간에 쫓기면서 거의 차를 세우지 않고 달리기만 했는데, 그게 참 아쉽다. 만약 아이슬란드의 링로드를 달리면서 멋진 광경을 보게 된다면, ‘지나가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주저 없이 내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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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30분 정도를 달려서 셀야란즈포스(Seljalandsfoss)에 도착했다. 비는 거의 그쳤지만 바람이 많이 불었다. 폭포 뒤로 들어가더라도 바람에 날리는 물에 카메라가 홀딱 젖을 판이어서 가지고 있던 비닐봉지로 방수팩을 급조했다. 효과는 대박이었지만 필터 앞에 튀는 물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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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60m의 폭포. 엄청난 수량의 물이 계속해서 쏟아져 내린다.

 

셀야란즈포스-아이슬란드

 

슬슬 안쪽으로 이동해본다. 폭포골 인해 생기는 풍압으로 물방울들이 정말 비 오듯 꽂혔다.

 

셀야란즈포스-아이슬란드

 

깊게 파인 안쪽 트레일에서 바라본 셀야란즈포스. 500px.com에서 해 질 녘, 해 뜨는 때의 셀야란즈포스가 담긴 사진을 보고 나서 이곳을 여행 코스에 포함시켰는데, 현실은 우울했다. 우중충한 날씨, 바람에 날리는 물은 끓임없이 필터로 튀었다. 물기를 닦고, 찍고, 또 닦고 찍고를 반복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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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셀야란즈포스에 대한 나의 기대는 대단했다. ‘밤에 혼자 와서 오로라를 배경으로 찍어봐야지’ 이런 말도 안 되는 꿈에 부풀어 온 곳이었다. 하지만 정신없이 쏟아지는 물보라에 오로라 지수는 2… 정말 운이 좋거나 현지인이 아닌 이상 500px에서 봤던 환상적인 장면은 구글링으로 감상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안렌즈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셀야란즈포스는 어안렌즈를 쓰기 딱 좋은 곳이었기 때문에 출발 전까지도 렌즈를 가지고 올까 말까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어차피 이 포인트에서만 쓰고 이후엔 짐이 될 게 뻔했기 때문에 결국 가져오지 않았다. 날씨라도 좋았으면 렌즈를 두고 왔던 걸 크게 후회할 뻔했을 텐데, 그렇지 않아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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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야란즈포스의 반대편 풍경. 폭포가 흘러내려오던 가파른 절벽이 끝나고 다시 드넓은 평야지대가 펼쳐진다. 여기저기 크고 작은 폭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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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는 셀야란즈포스와 검은 모래 해변인 디르홀레이(Dyrhólaey) 사이에 있는 미공군 수송기 추락 지점 솔헤이 마산뒤르(Sólheimasandur Plane Crash)였다.

셀야란즈포스에서는 약 40분 정도 소요되는 곳으로,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다. 이곳으로 가는 길은 따로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다. 구글맵을 통해 가는 길과 비행기의 추락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수송기 추락에 대한 내용은 링크를 통해 공부하고 가자)

구글맵 외에도 다양한 지도 어플을 활용해 경도와 위도를 찍어서 이동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현장에 가보면 많이 당황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DC-3(추락한 수송기)는 얕은 구릉지 아래에 있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기 전까지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파도가 보이는 해변의 끝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진짜 끝까지 다가갔을 때 어느 순간 ‘짠’하고 기체가 나타난다. 가는 길은 오프로드지만 자갈들이 작고 단단해서 다져진 길만 잘 이용하면 2륜은 물론 경차로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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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직접 눈으로 보게 된 DC-3. 이 비행기는 미 해군 소속의 DC-3 수송기로 1973년 11월 24일 이곳, 솔헤이마산뒤르 해변에 불시착하게 되었다. 얼마 전 저스틴 비버가 꼴 사납게 팬티 한 장 걸치고 촬영한 뮤직비디오에 나온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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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시착한 기체를 보기 위해 몰려든 차량들.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다.

 

 

솔헤이마산뒤르 해변에서 촬영한 여러 사진들이다. 이곳에는 DC-3 수송기만 있는 게 아니다. 검은 모래와 주변의 풍경들이 만들어내는 장관은,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꼭 추천하고 싶은 장소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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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n SP / Micro-Nikkor 5cm F3.5 / Kodak E100G

 

이번 여행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진(슬라이드 필름)

 

 

동생이 찍어준 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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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헤이마산뒤르는 디르홀레이랑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이곳에서도 검은 모래 해변을 볼 수 있다. ‘꽃청춘’에서도 디르홀레이 해변 아래쪽으로 간 것으로 보이는데, 나는 가보지 못해 아쉬웠다.

해변 쪽으로 가지 않고 등대만 보실 분들이라면 이곳에서 아예 해변까지 가보는 것도 좋다. 놓치기는 너무 아까운 장관이었는데 솔직히 파도소리가 엄청나게 컸기 때문에 겁이 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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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동안 시간을 보내자 날이 어두워졌다. 이제 숙소로 가기 위해 다시 차에 올라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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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처럼 비가 계속 쏟아지는 가운데 드디어 둘째 날 숙소인 스코가포스(Skógafoss) 호텔에 도착했다. 바로 짐을 풀고 다이닝룸으로 이동해서 주린 배를 채우기로 했다.

 

양갈비구이, 폭립, 송어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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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겪게 된 문화 충격. 변기가 꽤 높은 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나도 키가 작은 편이 아닌데 뒤꿈치가 붕 뜨다니… 아무리 바이킹의 후손들이라고 해도 이렇게 신장 차이가 클 줄이야. 축구 국가대표 전에서 북유럽 국가들과 붙으면 왜 그렇게 제공권 이야기를 하는지 몸소 체험했던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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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인

박상인

케묵은 니콘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와 방구석에 놓여 있는 더플백을 번갈아 쳐다보며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시대착오자 / goliathus

* 블로그 : sangin1122.tistory.com
박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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