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는 처음이었다 #4 – 대만, 타이베이

투어의 반은 가이드가 좌우하더라

 

아무리 대만이 해양성기후라지만 이건 더워도 너무 더웠다. 하지만 그만큼 날은 맑았다. 우리 앞에 온 친구는 3일 내내 비바람만 몰아쳤다고 한다. 투어버스를 탈 때 가이드도 최근 며칠이 근래 가장 좋은 날씨였다며 우리가 운이 참 좋다고 했다.

대만 여행하면 대부분 ‘예스진지 투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예류지질공원(野柳地質公園), 스펀(十分), 진과스(金瓜石), 지우펀(九份)을 뜻한다. 예스진지 투어는 보통 택시를 이용하는데 적어도 3명 이상은 되어야 가격 대비 만족스럽다고 한다. 우리는 진과스를 가지 않고 남은 예스지 투어만 가기로 했다.

숙소를 MRT로 잡은 건 투어 출발 전 모임 장소가 대부분 MRT이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전해준 요긴한 팁이다. 우리는 투어 모임 전 더위도 피할 겸 지하에 있는 스타벅스로 향했다. 현지인처럼 아메리카노를 시킨 뒤 모임 장소를 가보니 이미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투어를 하면서 두 가지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 첫째는 함께 가는 사람들이다. 우리 팀은 모두 시간을 칼 같이 지켰다. 투어 일정을 밀리지 않고 제시간에 소화했다. 이런 사례가 별로 없었는지 가이드로부터 찬사를 듣기도 했다.

또 하나는 가이드다. 사실 둘 중에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가이드를 꼽겠다. 투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이곳저곳을 버스로 타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중간 중간 공백이 생기기 마련인데, 특히 첫 스팟인 예류지질공원까지는 거리가 꽤 된다. 하지만 우리 가이드는 이 공백을 훌륭하게 방어했다. 팀 사람들이 심심해질 틈 없이 자신이 대만에 오게 된 이유부터 살면서 느낀 점, 대만 사람들의 성향, 오늘 투어 장소의 역사와 유래, 쇼핑 팀 등 수많은 정보를 쏟아냈다. 가이드 때문에 이 투어가 만족스러웠다고 할 정도다.

 

예류지질공원 입구

 

처음 도착한 예류지질공원은 호불호가 제법 있는 편이지만, 바다를 좋아하는 우리는 이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진을 찍었다. 특히 클레오파트라 여왕을 닮은 바위는 유명세 때문에 사진 찍으려는 줄이 너무 길었다.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기로 한 시간까지 우리 차례가 오지 않을까 봐 초조하게 기다리기도 했다.

 

여왕바위의 목은 해를 넘길수록 점점 가늘어져 대만 정부에서 바위 보존을 위해 철심을 심기로 했다고 한다. 가이드는 자연산(?) 목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모든 바위는 자연이 만든 것이다

 

스펀으로 가는 길에 가이드가 요즘 대만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디저트가 뭔지 아느냐고 물어봤다. 나는 들었던 풍월로 계란빵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호떡이라고도 했다. 답은 추로스(Churros)였다. 추로스? 추로스는 스페인 전통음식 아닌가? 뭔가 싶었는데, 가이드가 말하길 한국 드라마에 추로스가 나오면서 대만 사람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심지어 대만 사람들은 추로스가 한국 것으로 알고 있단다. 그만큼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많고 이미지가 좋다는 이야기겠지.

 

사람들은 천등에 각자의 소원을 적은 뒤 하늘로 날려보낸다

 

스펀은 천등 날리기로 유명한 곳이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생겼다. 날리고 난 등불은 어떻게 처리하는 거지? 가이드는 이 질문에 준비라도 한 듯 얘기해줬다. 일단 관광객들이 사는 등불에는 자연보호 기금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간접적이지만 환경보호를 위한 나름의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 땅에 떨어진 등불의 잔재들은 수거해올 때 소액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주민들이 스스로 치우도록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우리는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전 대구에서도 비슷한 등불 행사가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땅에 떨어진 등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해진다.

 

천등은 색마다 다른 의미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색의 천등을 골랐다. 우리가 천등 날리는 장면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남겨줬는데 지금 다시 봐도 뭔가 뭉클하다. 천등을 날리며 꼭 가족과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펀에서 기억에 남는 건 닭다리 볶음밥이다. 특이하게 이 볶음밥에는 무조건 1인 1다리가 들어간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으니 둘이서 하나를 나눠 먹자는 등의 여유를 부린다면 분명 후회할 거다. 그 정도로 맛있다. 센스 있게 가이드가 미리 음식 주문을 받았다. 실컷 스펀을 구경하고 버스로 돌아오니 주문했던 볶음밥이 도착해 있었고, 지우펀으로 가는 길에 맛있게 먹었다. 다 먹은 뒤에는 하나 더 사지 않은 걸 후회했다.

 

너무 늦은 시각에 도착해서 지우펀의 상징 같은 빨간 등을 많이 볼 수 없었다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지우펀에 도착했다. 지우펀은 유명한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유명세 때문에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 ‘지옥펀’이라고도 불리는데, 다행히 우리가 갔던 날이 월요일이어선지 사람은 별로 없었다.

대신에 늦은 시간이라 많은 상점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지우펀의 상징 같은 빨간 등을 많이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지우펀에는 계단이 많았다. 계단을 오르면서 엄마는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우펀의 명물 중 하나인 땅콩 아이스크림. 먹부림에 빠질 수 없었다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고, 내려가고 또 내려갔다. 투어의 단점은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여유를 부리면 안 된다는 거다. 한 번은 계단을 잘못 내려가 다시 올라오느라 너무 힘들었다. 이곳에서 가이드는 대만에서 꼭 사야 한다는 펑리수를 추천했는데, 그 가게 사위 같은 모습에 우리는 누가 크래커 하나를 구입했다. 다음에 간다면 펑리수 맞은편 가게에서 샀던 생강차를 더 사 올 생각이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도 가이드는 마지막 힘을 발휘해 쇼핑 팁을 알려줬다. 대만에서 꼭 사야 할 물건 두 개를 추천했다. 모사의 크림과 고량주였다. 자신도 한국에 들어갈 때마다 부탁받는단다. 그래? 그렇다면 사가야겠다. 시내로 들어오면서 버스는 야시장 근처에서 사람들을 내려줬다. 야시장을 갈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그만두기로 했다. 야시장은 스린 야시장으로 충분했다. 버스가 MRT에 도착했다.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내일이면 대만을 떠나야 한다. 아쉬운 마음이 밀려든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첫날 역사 안을 구경하다 봤던 펑리수 가게가 보였다. 가이드에 의하면 값이 싼 것은 진짜가 아니라고 했는데, 막상 가게로 들어가니 뭔가 유명한 냄새를 풍기는 것만 같았다. 직원은 우리에게 시식용 접시를 내밀었다. 한 조각을 집어서 입어 넣었는데, 내 입맛에 딱 맞았다. 굳이 면세점에 가서 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동생에게 여기서 사자고 했다.

동생은 점원과 한참 대화를 나눴다. 유통기한 때문이었는데, 만약 오늘 산 펑리수를 내일 다시 갖고 오면 유통기한이 좀 더 긴 것으로 바꿔준다고 했단다. 감동이었다. 어차피 우리는 내일 다시 이곳으로 와야 했다. 직원에게 내일 보자는 인사를 건넨 뒤 숙소로 돌아갔다. 대만의 친절함을 또 한 번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여행지에서 느낀 인상이 그 나라의 인상을 좌우할 때가 많다. 우리가 만난 대만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다. 그래서 다음 여행에도 대만을 와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올해 초 대만에서 택시 운전기사가 우리나라 여성 관광객을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대만은 생에 최악의 나라로 기억될 수도 있다. 서로의 경험이 이처럼 다르니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겠다. 너무 걱정만 해도, 너무 방심해도 안 되는 게 여행인가 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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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원

서혜원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의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를 읽고 라오스의 블루라군과 아이슬란드의 블루라군에 무척 가고 싶어졌습니다.
서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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