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세계일주 #2, 정성을 다해야 닿을 수 있는 곳 – 미얀마, 인레 호수 외

 

아무도 없었다, 인레 호수(Inle Lake)

 

전통 방식으로 낚시를 하는 어부의 모습. 인레 홍보 포스터에 늘 실리는 장면이다

 

만달레이(Mandalay)에서 인레 호수까지는 7시간이 걸렸다. 원래 계획은 만달레이와 인레 사이에 있는 마을 껄로(Kalaw)에서 하루를 묵은 뒤, 1박 2일 트레킹으로 인레 호수까지 가는 거였다. 그런데 막상 껄로에 도착하니 내리기가 싫었다. 차창밖에 내리쬐는 뙤약볕이 덥다 못해 끔찍했다. 하지만 나를 뒤따라오던 한국청년이 보내온 사진을 보고는 땅을 쳤다. 껄로의 광활한 들판과 밤하늘의 은하수가 담긴 사진이었다. 나는 아직도 껄로를 그냥 지나친 걸 후회 하고 또 후회하고 있다.

 

“나 맘이 변해서 그냥 인레 까지 가려는데 요금을 얼마 더 내면 되죠?”
“아~ 괜찮아요. 그냥 가시면 돼요.”
“2시간이나 더 가야 되는데?”
“신경 쓰지 마세요. 괜찮아요.”

 

기사의 쿨 한 대답을 듣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의 “Love in Portofino” 가 흘러나온다.

 

해질녘 마을. 일상이 잔잔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누군가 내 어깨를 살며시 누른다. 인레 호수 마을인 낭쉐(Nyaung Shwe)에 들어가려면 국가에서 지정한 입장료 10$을 내란다. 입장료를 내고 숙소에 도착했다. 주인장은 시원한 오렌지 주스 한 잔을 내오며 어서오라며 반긴다. 5명이 쓰는 도미토리였지만 사흘 동안 혼자 썼다. 상당히 편했다.

 

담배 만드는 아주머니

 

자전거를 빌려 타고 5년 전 묶었던 동네를 찾아갔다. 오래전 인연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양곤과 바간에서는 상봉의 기쁨을 만끽했는데 이곳에서도 그런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먼저 ‘니니 나잉’이라는 청년을 찾았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이 없다. 분위기가 이상했다. 내 머리를 깎아 줬던 이발사 친구도 보이지 않는다. 이곳저곳에 그들의 사진을 들이밀며 물어봤지만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아쉬움만 안고 돌아와야 했다.

숙소로 돌아와 선크림을 닦아내고 찬물을 끼얹었다.

 

 

정성을 다해야 닿을 수 있는 곳, 짜익티요(Kyaiktiyo)

 

겸손한 눈빛을 가진 노스님

 

짜익티요는 미얀마의 불교 성지로 손꼽히는 세 곳 중에 하나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순례자들로 늘 붐빈다. 5년 전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는 들리지 못해서 이번엔 꼭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인레에서 짜익티요까지는 상당히 멀어서 VIP 버스로도 무려 10시간이나 걸린다.

17시간 동안 기차를 타본 경험은 있지만 버스를 타고 장시간 이동은 처음이었다. 둘을 비교한다면 견디고 버티는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버스가 훨씬 열악하다. 하지만 교통수단이라고는 오로지 버스뿐인데 어쩌겠는가. 견디는 수밖에 없다. 10시간 동안 몸을 구부렸다, 폈다, 접었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그렇게 도착한 시간이 새벽 4시.

하지만 여기서 이동이 끝난 게 아니다. 도착한 곳은 짜익티요가 아니라 바고(Peh Kou)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여기서 미니버스를 갈아타고 2시간을 더 달려서 낀푼(Kinpun)이라는 마을까지 가야 했다. 이동의 연속이다.

 

이 장면을 보기까지 적잖은 정성을 들여야 했다. 아래에서 보면 황금 바위가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형태란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래서 신묘한 것일까?

 

사실 이번 짜익티요행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다. 바로 짜익티요 산에 있는 황금바위(Golden Rock)다. 안타깝게도 황금바위는 낀푼에서 다시 트럭을 타고 한 시간 동안 산을 올라야 한다. 인레에서 떠난 지 십여 시간이 지난 뒤에야 드디어 빛나는 바위를 마주할 수 있다. 아주 고된 시간이다. 부처님이 중생의 정성을 시험이라도 하시는 걸까?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아, 이건 하나님께 부탁드리는 기도 아닌가?

 

짜익티요의 얼굴

 

낀푼에 도착했다. 우선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숙소부터 잡아야 했다. 황금바위고 뭐고 몸이 천근만근이다. 일단 씻고 잠부터 자지 않으면 병이 날 것 같았다. 한 숙소에서 흥정 끝에 8$짜리 방을 얻었다. 가방을 풀고 샤워장부터 찾았는데, 아니 샤워장에 샤워기는 보이지 않고 물통과 바가지만 보인다. 이럴 수가, 물도 차가운데…

샤워장 문을 빼꼼이 열고 주인장에게 물으니 “여긴 더운물이 없어, 물도 미지근 하잖수?” 란다. 이미 허벅지 아래는 물을 쫙쫙 끼얹은 상태라 도로 옷을 입을 수도 없었다. 와들와들 떨면서 간신히 샤워를 마치고는 침대에 머리를 박고 잠이 들었다.

 

 

굿바이 미얀마

 

미얀마의 얼굴들

 

언제 다시 미얀마를 가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 미얀마. 많은 변화 속에서도 좋은 마음씨는 지금처럼 그대로 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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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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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시게~ 최 여사 40여 년 같이 사느라 고생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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