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로 떠난 첫 해외여행 #1 – 일본, 오사카

일단 저지르고 볼 일이다

 

생애 첫 해외여행. 그 설렘이란…

 

언론이 상당히 시끄러웠다. 한국으로 치면 명동, 일본 오사카에서 한국인 폭행 및 폭언 피해가 계속됐기 때문인데 이렇게 한창 시끄러울 때 나는 첫 해외여행을 일본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무려 시험 기간에 말이다.

한국에서 기차여행(내일로)을 준비할 때도 떨렸는데, 첫 해외여행의 떨림은 오죽할까. 그런 설레는 감정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셀카 몇 장과 함께 정말 넓었던 인천공항 이곳저곳을 찍고 다녔다.

 

우리가 타고온 피치 못할.. 아니 피치 항공

 

저녁 11시 40분쯤 일본 간사이공항 2 터미널에 도착했다. 내가 이용한 항공사는 ‘피치항공’.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피치 못할 사정’일 때 타는 항공사로 유명하다. 1시간 30분 정도 비행 동안 물 한 잔조차 돈 주고 사 마셔야 한다. 장점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예를 들어 피치항공은 2 터미널을 별도로 운영 중이라서 좀 더 빨리 입국할 수 있다.

 

입국심사서를 다시 작성해야 했던 우리는 결국 입국심사대를 마지막으로 통과했다

 

첫 해외여행을 준비한 기간은 불과 1주일이었다. 일단 저지르고 보는 남자들의 특성일 테다. 나와 친구는 즉흥적으로 일본 여행을 계획했고 준비는 허술했다. 그 허술함은 입국심사 때 빛을 발했다. 입국심사서에 제대로 정보를 기재하지 않아 다시 작성해야 했다. 우리가 열심히 심사서를 작성하는 동안 다른 여행자들은 익숙하고, 신속하게 빠져나갔다. 결국 우리는 ‘스미마셍’을 연발하며 마지막으로 심사대를 통과했다.

 

‘스미마셍’을 외치던 우리. 첫 여행의 첫 에피소드를 기념하며… 

 

2 터미널에서 1 터미널로 넘어오는 길목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 사진 한 장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훗날 10년, 20년 뒤 혹은 더 먼 미래에 이 친구와 웃으면서 이때를 추억하기를 바라면서… 남는 건 사진뿐이다, 꼭 찍어서 출력해서 보관했으면 좋겠다.

 

휑했던 새벽녘의 공항

 

일본 내에 혐한 분위기가 고조된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그렇게 걱정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한밤에 도착해서 어두운 시내를 헤매고 다닐 만큼 안심했던 건 아니었다. 우리는 공항에서 밤샘 하기로 했다. 사실 공항 안에서도 편히 쉬었던 건 아니었다. 내심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고, 첫 해외여행이라는 설렘 때문이었다. 우리는  잠 아닌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첫 열차를 타고 난바 역으로 출발

 

한국에서 미리 준비했던 라피트 왕복권을 교환했다. 우리의 계획은 공항에서 밤샘 뒤 첫차를 타고 난바 역까지 간 다음, 근처에서 목욕하는 거였다. 일본은 교통비가 비싸므로 아무래도 패스권을 구매하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오사카 패스와 주유 패스를 혼동해서(순전히 내 잘못이지만) 입장료 등을 거의 할인받지 못했다. 다행히 난바역까지는 무사히 갈 수 있었다.

 

부자가 아니라면 꼭 패스권을 사야 한다

 

난바 역까지는 별 다른 문제 없이 잘 도착했다

 

골목을 누비며 만끽하는 이국의 풍경

 

차분하면서도 질서 있게 움직이는 일본 직장인들. 한국에서의 출근 풍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공항 노숙으로 피폐해진 우리는 난바 역 근처를 돌아다녔다. 이른 아침, 출근하는 일본 직장인들을 보며 골목의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공항이라는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여행의 첫발을 뗀 느낌은 ‘좋다’의 연속이었다. 첫 해외여행이라 그런지 모든 게 다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특히 조용한 골목은 정말 좋았다.

 


첫 식사였는데 맛은 좀 아쉬웠다

 

막 씻고 나와서 그런지 나름 표정이 좋았다

 

나는 틈나는 대로 사진을 찍었다. 차도보다 넓은 인도, 그 인도 안에 자리 잡은 자전거 도로 그리고 자전거 대여소의 무인기기까지. 하나하나 눈으로 보며 카메라에 담고, 마음으로 기억했다.

 

오사카 시내. 쇼핑을 즐기는 중국 관광객들과 달리 우리는 사람 구경하기 바빴다

 

본격적으로 오사카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한국인을 혐오한다는 오사카라는 도시가 얼마나 그런지 확인할 시간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혐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사카 시내는 우리 명동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오히려 친절한 일본인에게 많은 걸 배웠다.

 

한옥마을의 골목처럼 오사카 골목도 잔잔했다

 

오사카에는 골목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자유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지나가다 우연히 본 자전거 하나도 새롭고 멋졌다. 그 모습을 연신 셔터를 눌러 사진으로 담으며 기억했다. 오사카는 도톤보리와 같은 번화가를 제외하면 골목길이 많고, 그 안에는 맛집이 숨어있다. 아마도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음식점이 아닐까 싶다.

 

 

내가 느낀 일본은… 

 

나의 아픈 몸을 낫게 해줬던 고베 모자이크의 야경. 그리고 우리를 이곳으로 친절히 인내해줬던 고마운 현지인

 

친구에게 오사카를 벗어나 보자는 제안을 했다. 애초에 여행부터 즉흥적이었으니 어색한 일은 아니다. 우리는 오사카 시내에서 1시간이 조금 넘는 거리에 있는 고베로 향했다. 야경이 엄청나게 아름다웠던 모자이크. 사실 우리는 이곳을 못 볼 뻔했다. 고베 역은 출구가 엄청나게 복잡해서 초행길인 우리에겐 미로 같았다. 게다가 이날 먹은 아침이 문제였는지 나는 온종일 배탈로 고생이었다. 길도 헤매고 컨디션도 안 좋고, 여러 모로 힘든 일정이었다.

그때 우리에게 구원의 손길을 건넨 이가 있으니, 고베에 사는 스무 살 여대생이었다. 그녀는 약국에서 약을 사는 것부터 목적지였던 하버랜드 모자이크까지 우리를 친절하게 안내해줬다. 너무 고마웠다. 일본 사람들은 한 번 도와주면 끝까지 동행한다더니, 정말 그렇더라.옷

 


발상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적어도 나에겐 상당히 인상적인 아이디어였다

 

일본은 정말 인문학적 요소가 강했던 나라다. 도부쓰엔마에라는 지하철역이 있다. 이 부근에는 신촌처럼 술집, 그중에서도 꼬치 집이 활성화된 동네다. 이곳의 지하철 의자는 특이하게 마주 보는 식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첫날은 이 이상한 배치를 이해 못 했지만 마지막 날 우연히 벽에 붙은 안내 문구를 보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워낙 음주로 특화된 지역이라서 만취 승객들로 인한 안전사고가 빈번했다고 한다. 음주로 인해 졸거나 힘들어하는 승객이 있다면 서로 깨워주자는 의미에서 의자를 서로 마주 보게 만들었다고 한다.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광고 전공자인 나에게는 물리적으로 강제하는 것보다 사람이 사람을 살핀다는 접근이 훨씬 인상적이었다.

 

한국만큼 밤 문화가 발달한 나라도 없다던데..

 

일본 밤 문화는 생각보다 짧았다. 오사카의 번화가인 도톤보리 시내조차도 대부분 9시면 셔터를 내렸다. 24시간 운영하는 가게는 몇 되지 않는다. 치안에 대해선 아무래도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밤이 되면 성문화가 개방적인 나라인 만큼 잠잠했던 곳들도 수위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늦은 시간 혼자 다니기에는 이러저런 이유로 불편해진다.

 

작은 여진을 느끼며 잠자리에 들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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