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는 처음이었다 #1 – 대만, 타이베이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 여행은 처음이었다

 

대만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다. 눈에 익은 풍경 같다가도 낯선 풍경이 나를 반겼다

 

생각해보면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 여행은 처음이었다. 내가 줄곧 일본을 갔던 이유는 일본어로 어느 정도 소통할 수 있어서였다. 다시 말해 대만은 나에게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 혼자였다면 갈 생각도 안 했겠지만, 다행히도 함께 떠날 동생이 중국어를 할 줄 알아서 가기로 결정했다.

대만. 트와이스의 쯔위가 태어난 나라. 중국이냐 아니냐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다. 나는 지난해 내 사랑 JTBC에서 방영한 ‘차이나는 도올’을 꼬박꼬박 시청했다. 그러면서 알게 됐다. 대만을 세운 장개석이 어떤 인물인지 그의 부인인 송미령은 누구인지. 사실 이런 내용은 대만 여행, 특히 내가 계획한 샤오롱바오(Xiaolongbao, 小籠包)와 우육면(牛肉麵)을 주제로 한 수요미식회 콘셉트와는 전혀 상관없다. 수요미식회 콘셉트가 무엇인가 하면, 말 그대로 샤오롱바오 세 집과 우육면 세 집에 가는 것이다. 그렇다. 먹방 여행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풍미 작렬하는 샤오롱바오의 육즙이 생각나면서 침이 꼴깍 넘어간다.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은 우리나라의 서울역이라고 보면 된다. 이곳에서 기차를 타면 대만 전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공항을 오갈 때도 당연히 거치는 곳인데, 펑리수는 미리 사둘 게 아니라 마지막 날 여기서 사가는 게 훨씬 편하다

 

일단 나의 여행의 시작은 여행 책 훑어보기였다. 숙소는 먼저 대만을 다녀온 친구의 조언을 받아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 인근에 구했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여행 둘째 날 있었던 투어 버스의 모임 장소도 여기였고, 웬만한 편의 시설은 거의 다 있었다. 우리로 치자면 서울역 같은 곳이니까.

여행지를 대만으로 결정하고 항공권까지 예매했을 땐 2주 정도 시간이 남았다. 여행을 준비하기에 넉넉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대만은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이 잘되어있고 저렴하기까지 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실제로 부킹사이트를 통해 두 명이 3박 4일을 보내는데 12만원인 데다 타월까지 제공해주는 호스텔을 예약했다. 일본 숙소의 반값이다. 나와 동생은 숙소예약부터 신이 났다. 정말 대만은 좋은 나라구나.

이번 여행 콘셉트가 아무리 먹방 여행이라고는 해도 계속 먹기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유명한 예스진지 투어를 가기로 했다. 보통 예스진지는 택시를 이용하지만 우리는 둘이니 지마켓에서 버스투어를 예약했다. 너무 싼 투어는 중간에 쇼핑이 있다고 해서 나름 비싼 투어를 신청했다. 이것도 다녀오고 나니 너무 잘했다.

특히 가이드가 이동 시간마다 쉴 새 없이 대만에 대한 여러 얘기도 해주고, 무엇보다 투어 마지막에는 ‘대만에서 꼭 사지 않아도 되는 물건’ 같은 꿀팁을 알려줘서 우리는 곰돌이 방향제와 치약을 사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께 훨씬 좋고 대만사람도 외제 쓴단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팁은 펑리수(鳳梨酥)에 대한 이야기. 절대로 300원 이하의 가격에는 사지 말라는 것이다. 싼 건 진짜 파인애플이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한다. 그렇군. 우리는 여행 중간에 따로 펑리수와 누가 크래커를 사러 가지 않았다. 그저 먹으러 다니기 바빴다. 펑리수는 마지막 날에 샀다. 타이베이공항으로 가기 전 버스를 타기 위해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에 들렀는데, 그곳에 입점해 있는 펑리수 가게들을 돌며 시식했고, 그중에서 내 입맛에 딱 맞는 거로 한 박스 샀다. 알고 보니 펑리수만 4대째 만드는 가게였다. 서비스도 후하게 넣어줘서 비행기 타러 가는 내내 따로 맛볼 수 있었다.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알게 된 사실은 대만은 해양성기후라는 것이다. 비가 언제 내릴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사진에서와같이 날씨 축복을 받았다. 역시 하레온나 (일본어: 날씨 운이 좋은 여자-靑女). 하늘이 너무 예쁘니까 아무 데나, 막 찍어도 예술이다.

 

 

코끼리 언덕 너머로 반짝이던 타이베이의 야경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아야 했는데, 여러 블로그를 보니 가는 방법이 딱 나왔다. 아주, 일목요연했다. 매번 여행기에서 말하지만 블로거 만세(!)다. 숙소에 도착한 뒤로 우리는 쭉쭉 진도를 나갔다. 짐을 두고 바로 야경을 보러 나갔다. 타이베이 101타워에서 보기에는 야경이 참 별거 없어서 그 돈으로 한 끼를 더 먹자고 하고 샹산(Xiangshan, 象山) 전망대로 결정했다.

 

이번 미식회의 첫 메뉴. 주문할 때 약간의 실수는 있었지만 충분히 맛있었다

 

아 참! 그전에 숙소 근처 우육면 맛집으로 알아둔 가게로 갔다. 수요미식회 첫 번째. 메뉴판에서 한자로 우육면과 돼지고기 볶음밥을 시켰다. 그런데 차가운 고기가 나왔다. 왤까… 동생이 메뉴판을 정독해서 알아냈다. 아차차! 메뉴판을 잘 못 봤다. 원래 시켜야 할 것을 시키지 않았다. 하하하,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추가로 시켰다. 역시 맛있었다. 특히 보기와 다른 우육면에 깜짝 놀랐다. 국물 맛이 깔끔했다. 진한 맛이 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놀랐다. 우육면은 호불호가 갈리겠구나 싶었다.

 

사람들을 따라가니 눈앞에 계단이 나왔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도착한 샹산. 생각지도 못한 풍경에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좋은 동네였다. 이 근처는 3대 야시장 중 하나라는 라오허제(Raohe Street, 饒河街觀光) 야시장이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내려오거나 올라가는 곳이 보였다. 분명 전망대로 가는 길이었다. 사람들을 따라 이동했는데 눈앞에 계단이 나왔다. ‘엥? 이게 뭐지?’ 경사가 꽤 높아 보였다. 뭔가 불길했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래 가보자.’ 우리는 말도 없이 올라가는 데만 전념했다. 땀이 많이 났다. 높아 보이긴 했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올라가는 길이 힘들긴 했어도 반짝 거리는 타이베이의 밤 풍경은 만족스러웠다

 

잠시 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했다. 거기서 뒤로 돌아서니 타이베이101타워가 가운데 있고 그 주변으로 반짝반짝하는 야경이 펼쳐진다. 역시 옳은 선택이었다. 저 타워에 올라갈 게 아니라 야경에 두고 봐야 하는 거였다. 숨을 할딱거리며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었다. 야경에 취해 우리는 한참을 전망대에 있었다. 내려가는 길에 아까 우리처럼 헉헉거리는 소리를 내며 계단을 올라가는 외국인들을 만났다. 속으로 ‘조금만 참고 올라가’라며 응원했다.

 

중정기념당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동생의 중국어가 폭발했다

 

야경을 실컷 보고 내려와 택시를 타고 중정기념당(中正紀念堂)으로 향했다. 처음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원래도 궁금한 게 많은데… 맞다 그냥 포기하고 주변만 보면 된다. 하지만 그게 안 된다. 궁금하다. 저 나무들은 원래 있던 건지, 아니면 어디서 가져온 건지. 결국 동생을 시켜 택시 아저씨한테 물어보라고 했다. 친절한 아저씨는 이것저것 얘기해 줬다. 쭉 뻗은 도로와 도로에 심은 가로수에 대해서, 또 새벽 4시까지 논다는 백화점 단지까지. 동생은 열심히 듣고 나에게 설명도 해주느라 근 10년 만에 중국어 풀가동했다. 엄마가 봤으면 등록금 낸 보람을 느끼셨을 텐데…

 

멋진 조명을 받고 화려하고 빛나는 밤의 중정기념당. 광장 입구 임을 알려주는 문인데, 꽤 컸다

 

중정기념당은 밤에도 근사하게 조명이 설치돼 있어 운치 있었다. 마침 차갑지 않은 바람이 불며 등산을 했던 나를 시원하게 해주었다. 중정기념당 앞의 넓은 광장 덕에 눈도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여유로웠다. 우리는 광장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단체로 무엇인가를 연습하는 사람들도 있고 밤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부러웠다. 우리는 항상 길바닥 위였는데, 도심 한가운데 이런 광장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거구나. 등산도 했겠다, 중정기념당도 봤겠다 슬슬 허기가 졌다. 지하철을 타고 스린(Shilin, 士林) 야시장으로 가기로 했다.  내일 오전에 다시 이곳으로 올 예정인데 기대됐다. 밤도 좋으니 낮도 좋겠지.

 

내 마음 같지 않던 물컹 버섯과 왕감자치즈

 

상당히 기대했던 스린 야시장이었는데, 하필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카메라 배터리가 나가버렸다. 이래저래 내 마음 같지 않아서 아쉬웠다

 

여행 전에 봤던 대만 영상 중 스린 야시장이 나온 것을 보면서 이곳 먹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몇 가지를 꼽아 왔다. 리스트 1번은 단연 큐브스테이크. 먹자골목 같은 길의 초입에 있어 보자마자 주문하고 기다렸다. 맥주를 부르는 맛이었다. 그래서 두 번 먹지는 못했다.

길을 따라서 이런저런 음식들이 많았는데, 전부 패스하고 대만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에서 멈췄다. 뭘까, 싶어 살펴보니 양송이버섯에 양념하고는 한참 동안 지극 정성으로 굽고 있었다. 동생이 맛있냐고 줄 서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엄지를 세우면서 아주 맛있다고 했다. 그들의 열렬한 반응을 의심할 수 없었다. 일단 주문을 넣고 기다리는데, 엄지를 세웠던 그 사람은 자기는 많은 양을 주문했으니 우리에게 순서를 양보하기까지 했다. 이런 고마운 사람 같으니라고… 잠시 후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얼른 입에 넣었다. ‘물컹’. 버섯이었다. 그래, 버섯인 줄은 진작 알았다. 하지만 이런 맛을 기대했던 건 아니었다. 곤란한 생각이 자꾸 떠오르는데 ‘엄지 척’ 아저씨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태연하게 ‘맛있는 것’ 같은 웃음을 지으며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물컹거리는 버섯은 내가 다 먹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그 맛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우리는 버섯의 절망을 벗어나기 위해 왕감자치즈를 찾아야 했다. 워낙 시장이 복잡하다 보니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이곳저곳을 한참 돌아다녀야 했고, 왕감자치즈를 찾았을 때는 제법 늦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대기자 줄은 길었다. 마감 시간이 다 됐는데도 손님들이 계속 오니 끝내지를 못하는 것 같았다. 줄은 점점 줄어들었고 우리 차례가 되었다. 주문받은 음식을 만드는 손놀림이 볼만하다. 잠시 후, 눈으로만 수십 번 본 왕감자치즈가 우리에게 전달됐다. 잔뜩 기대한 마음으로 한입 떠먹었는데, ‘음! 음? 음…’ 역시 한국이나 대만이나 진리는 하나다. 그 가격에 많은 것을 바래서는 안 된다. 반면 동생은 맛이 괜찮다면서 꽤 많이 먹었다. 나는 동생 먹기 편하도록 짐을 들어줬다.

스린 야시장에서 원 없이 둘러보고 돌아가니 시간이 꽤 늦었다. 지하철은 이미 마감됐고 내일 일정도 있으니 편하게 택시를 탔다. 대만은 유류를 정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고 한다. 그래서 택시나 버스의 교통비도 저렴한 편이다. 그에 비해 지하철은 비싼 편. 다음 번 대만 여행은 버스로 해야겠다.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편의점을 구경했다. 역시 홍차 종류의 음료가 많았고 맥주도 다양했다. 결제는 공항에서 충전해온 이코카 카드를 사용했다. 수시로 물을 사 먹거나 맥주, 과자 같은 간식거리를 살 때 요긴해서 처음부터 카드에 꽤 큰 액수를 충전했다. 마지막 날에 친구에게 여행 다녀온 선물로 줄 맥주나 육포 등을 사면되니 혹여 돈 남을까 싶은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등산으로 시작한 일정이 알차게 마무리돼 기분이 좋았다. 동생과 맥주를 한 캔씩 마시고 잘 준비를 했다. 대만은 습기가 많은 나라여서 제습을 위해 에어컨을 가동해둔다. 우리가 간 11월은 그렇게 덥지 않아서 에어컨을 켜지도 않았는데, 잠잘 때는 제법 추웠다. 우리는 얇은 패딩을 입고 잤는데, 아마 이런 것을 몰랐다면 난방이 안 된다며 화를 냈을 테고, 감기 기운 같은 게 돌아 컨디션에도 난조가 왔을 것이다. 좋은 여행을 위해서는 이런 내용을 체크해가는 것이 좋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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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원

서혜원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의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를 읽고 라오스의 블루라군과 아이슬란드의 블루라군에 무척 가고 싶어졌습니다.
서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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