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난 여행 #2 – 미얀마, 양곤

아침이 되자마자 나는 짐을 주섬주섬 챙기고 떠날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 전날 점심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상당히 배가 고픈 상태였다. 그래서 체크아웃하기 전에 밥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양곤 차이나타운에 가서 아침을 먹으려고 나갔는데, 막상 길거리 음식들을 보니 사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음식은 조금 가리는 편이다. 한참을 고민하다 다른 가게들에 비해 깨끗해 보이는 동네 빵집을 발견해 들어갔다.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사람들은 많은 편이었다.

가장 만만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였던 소시지 빵과 갈릭 브레드를 골랐다. 그리고는 내가 좋아하는 망고 스무디도 함께 주문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입맛에 맞아서 맛있게 먹고 있는데 갈릭 브레드에서 작은 머리카락 하나를 발견했다. 하지만 참고 넘어갔다. 그래, 여긴 미얀마니까!

 

1박에 30불 정도였다. 깨끗하기도 했고 무엇 하나 빠질 것 없었던 호텔. 화장실도 정말 좋았다. 샴푸, 바디워시 꽉꽉 채워져 있고 칫솔이 완비돼 있었다. 물까지 잘 나왔다

 

드디어 호스텔에서 체크아웃하고 새로 예약한 호텔로 이동했다. 사실 호스텔을 예약할 때 며칠 치 숙박료를 지불했었는데, 과감히 포기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편하고 깨끗하게 지내자는 마음뿐이었다. 새로 옮긴 호텔은 중심지에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사쿠라 타워에서도 위치가 꽤 가깝고, 근처에는 영화관도 있었다.

호텔에 도착하니 버틀러 4명이 문을 열어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중 한국말을 잘하는 한 직원이 “덥죠~? 앉으세요~” 라며 유쾌하게 말을 걸었다. 호스텔에 있다가 여기에 오니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랄까. 한국말을 잘하는 직원은 내 방까지 데려다주고 “물은 공짜~ 커피도 공짜~” 라며 친절하게 숙소 안내를 해줬다. 마지막에는 에어컨까지 켜주는 센스! 어제의 우울했던 기억이 사라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마음에 들었던 보족 마켓과 칸도지 호수 그리고 텅 빈 수영장

 

미얀마에서는 낡고 오래된 버스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창문에 유리가 없는 버스가 있을 정도다. 여러 나라로부터 수입도 하는지,  우리나라 버스부터 일본 버스까지 다양한 나라의 버스를 볼 수도 있다

 

오늘의 첫 행선지는 아웅산 보족 마켓이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매번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미얀마 날씨는 가만히 있어도 습하고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더웠다. 택시의 가격은 보통 1,500~2,000챠트(kyat) 정도로 저렴한 편이라 자주 타도 부담이 없었다.

보족 마켓은 양곤, 아웅산 거리에 있는 영국식 시장이다. 처음 시장이 들어선 것은 1926년으로, 원래는 양곤의 지방행정관이던 영국인 스코트(C.Scott)의 이름을 따서 ‘스코트 마켓’으로 불렀다고 한다. 후에 미얀마가 독립하면서 독립영웅인 아웅산(Bogyoke Aung San)의 이름을 따서 보족 아웅산 마켓으로 부르게 되었다. 이걸 줄여서 보족 마켓, 아웅산 마켓이라고도 한다.

 

보족 마켓 풍경, 예쁜 그림들이 많이 걸려 있다

 

마땅히 살 것은 없었지만 둘러보면 좋겠다 싶었다. 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와서 그런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도 많았다. 구경 하다 보니 호스텔 공용 화장실 옆에서 이를 닦던 서양 남자도 보인다. 액세서리를 파는 상점에서 꽤 기웃기웃했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그냥 나오기가 미안해서 2$짜리 옥 팔찌를 하나 사서 마켓을 빠져나왔다.

 

보족 공원에서 모처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시 택시를 타고 보족 공원과 칸도지 호수(Kandawgyi)로 향했다. 칸도지 호수는 미얀마 청춘들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하다더니, 실제로도 그랬다. 많은 커플이 양산을 쓰고 앉아 호숫가 근처에서 데이트하고 있었다. 사실 깐도지 호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양곤의 있는 크고, 작은 공원을 지나칠 때마다 데이트 하는 커플들을 볼 수 있었다. 혼자 공원을 거닐던 나는 스프링클러에서 나오는 물을 정통으로 맞기도 했다.

칸도지 호수에는 넓은 호수와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다. 1917년에 영국 식민지 정부에 의해서 만들어진 유럽식 정원이다. 여기서 깐(Kan)은 호수를 도시(Dawgyi)는 왕실이라는 의미이다. 호수에는 거대한 새 모양의 배가 떠 있다. 이것은 힌두신 비슈누가 타고 다니는 새인 커러웨익(Karaweik, 산스크리트어로 가루다를 뜻한다)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고급 레스토랑으로 디너쇼가 유명하다.

 

공원을 둘러보다 발견한 평상, ‘앉아서 편하게 경치 구경이나 해야지’ 하고 신나게 달려갔다가 심장마비 걸릴 뻔했다. 5마리나 되는 큰 개들이 평상 밑에서 낮잠을 자는 게 아닌가! 아무리 내가 개를 정말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떠돌이 개들이라 순간 달려들까 봐 너무 무서워서 소리도 안 내고 살금살금 도망갔다. 근데 정말 쿨쿨 잠만 잘 자더라. 무서워했던 내가 더 민망할 정도로…

 

칸도지 호수와 함께 있는 보족 공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습하면서도 쨍쨍 내리쬐는 햇볕 때문에 너무 더운 게 함정이었지만 공원을 걸으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바위 위에 앉아 시원한 물을 마시면서 쉴 수도 있었다. 모처럼 제대로 여유를 즐겼다.

 

아무도 없는 수영장을 계속 서성 거리자 근처 식당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날씨도 덥고 동남아에 왔으니 남은 오전 시간은 수영하며 보내려고 했다. 검색을 통해 지역 내에 있는 수영장을 찾았다. 신나게 택시를 타고 달려왔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수영장에는 물만 가득 차 있고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물어 보니 수영장은 5월 말부터 개장한단다. 애써 수영복까지 챙겨왔건만… 어쩔 수 없이 저녁에 가려던 쉐다곤 파고다로 발길을 돌렸다.



아름답지만 뜨거웠던 쉐다곤 파고다와 양곤의 명소들

 

쉐다곤 파고다 스타일이 완성됐다. 위에 입은 검은 재킷은 입구에 계신 할머니께서 어깨를 꼭 가려야 한다며 협찬(?)해 주셨다. 나중에 집에 갈 때 꼭 반납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시며… 물론 가져갈 마음은 전혀 없었다. 바지는 강제로 사야 했던 룽기. 다시 입을 일이 없어서 돈이 좀 아깝긴 했다

 

더운 날씨 때문에 반바지와 나시 티를 입고 갔는데, 입구에 있던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이 이런 복장으론 입장할 수 없다고 한다. 룽기(Lungi 또는 Sarong) 동남아에서 입는 전통적인 옷을 사야 한단다. 룽기는 사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지 않았지만 복장을 갖추지 않으면 입장이 안 된다니 방법이 없었다. 결국  룽기를 사고 말았다. 입장료 8,000챠트와 룽기 5,000챠트, 쉐다곤 파고다에서 총 13,000챠트를 내야했다. 예상치 못한 상당한 지출이었다.

 

그 이름처럼 건물의 많은 부분이 황금색으로 칠해져 있다

 

양곤 최대의 관광명소인 쉐다곤 파고다. 금(Shwe는 Golden을 뜻함)으로 된 다곤의 불탑,  파고다라는 의미로 미얀마인들에게는 신성한 종교 성지다.  2,600년 전 고타마 싯다르타 부처의 생존 시 미얀마 상인이 8개의 부처님 성발을 얻어와 안치한 후 불탑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초기 쉐다곤 파고다는 약 20m에 불과했으나 계속 증축되어 현재 높이인 99m에 이르렀다.

 

사진의 여자분이 입은 바지가 룽기(Lungi)다. 햇볕에 뜨거워진 바닥 때문에 쉐다곤 파고다는 해가 지고 난 뒤, 저녁에 가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쉐다곤 파고다를 입장할 때는 신발을 맡기고 맨발로 다녀야 한다. 몇 번을 강조하지만 미얀마의 햇볕은 너무 강렬해서 땅까지 뜨겁게 달구는 건 물론이다. 그런 바닥을 맨발로 다닌다는 건 불 위를 걷는 것과 마찬가지. 나는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사진만 찍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제대로 구경도 못 하고 나왔다.

 

거리가 가까운 덕분에 공원에서는 쉐다곤 파고다가 보였다

 

많은 돈을 내고 들어간 쉐다곤 파고다에서 오랜 시간 머물지 못해 아쉬웠다. 아쉬운 마음에 택시를 타고 지나갈 때 봤던 시민 공원(People’s Park)로 갔다. 거리도 가까워서, 쉐다곤 파고다에서는 10분 정도만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 사실 물가에 떠 있던 오리배가 탐났지만… 공원에는 많은 사람이 잔디에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쪽에는 시원한 음료를 파는 노점상과 오락을 할 수 있는 시설들이 있었다.

공원에서 주변을 걷고 다시 양곤 다운타운으로 왔다. 다운타운 중심에 있는 팍슨 백화점에 들러서 먹을거리를 샀다.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불현듯 카페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얀마 양곤 스타벅스’를 검색하니 마침 한 곳이 나왔는데, 스타벅스가 아닌 바 분(Bar Boon)이었다. 마침 위치도 내가 있던 팍슨 백화점 1층이었다. 미얀마 양곤에서 처음 본, 시설 좋은 카페였다. 정말 내 스타일이었다. 손님들은 대부분 서양인들 아니면 한국인들이었고, 가격은 생각보다 꽤 비쌌다.

 

동남아를 갈 때마다 빠지지 않는 나의 망고 사랑 때문에 이번에도 망고 스무디를 시켰다. 그런데 가격은 무려 $6. 미얀마 물가에 비하면 엄청 비싼 가격이다

 

다만 내가 앉은 자리는 에어컨이 없어서 더웠다. 왼쪽에 있던 쇼파 좌석으로 옮기니 그나마 시원했다. 미얀마에서 빵빵한 에어컨을 기대하는 건 아직 어렵다. 미얀마에서는 전기가 끊기는 건 일상이기 때문이다. 날씨가 워낙 덥다보니 라지 사이즈의 망고 스무디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음료를 마신 뒤에는 좀 더 돌아다닐까도 싶었지만 너무 더워서 결국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숨만 쉬어도 진땀나는 미얀마 날씨를 경험한 뒤로는 여행 스케쥴을 오전과 저녁으로 나누었다. 아침 일찍 호텔에서 나와 둘러보고 오후가 되면 다시 숙소로 들어가서 낮잠을 잤다. 그러다가 해가 떨어지면 나와서 구경하는 식이었다.

 

해가 떨어지면 낮보다는 다닐만 했지만 덥고 습한 건 여전했다. 숙소로 돌아갈 때는 땀범벅이 된다

 

다행히 새로 옮긴 숙소의 위치가 좋았다. 술레 파고다(Sule Pagoda)까지도 쉽게 걸어갈 수 있었고, 구글을 검색해 보니 양곤의 명소들이 인근에 많았다. 걸어서 가기에도 아주 가까워서 이때까지 괜히 택시를 타고 이동했나 싶었다. 저녁에 술레 파고다까지 걸어갔다. 역시나 야경은 멋있었다. 이곳에서도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연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마하반둘라 공원(Mahabandoola Park). 이곳은 낮에 봐도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야경도 좋았다. 숙소에서부터 걸어서 성 마리 성당(St Mary’s cathedral)과 총리 관저(Minister’s office)까지 다 둘러보니 딱 한 시간이 걸렸다. 돌아다니는데 현지인들이 뚫어지게 쳐다봐서 조금 무섭기도 했다.

해가 지긴 했지만, 미얀마의 밤은 여전히 더웠다. 반바지에 반팔을 입고 나갔는데도 땀범벅이 되었다. 양곤의 다양한 모습을 경험했던 날이었다.

양곤 공항을 통해 미얀마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연간 15만 명 정도라고 한다. 한국에선 불교 신자들이 주로 방문하고 있었는데, 최근 미얀마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여행자가 느는 추세란다. 양곤은 1855년부터 미얀마의 수도로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중심지로 자리매김했지만 쉐다곤 파고다를 제외하고는 매력적인 관광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미래가 모습이 기대되는 나라임은 틀림없다.

내일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설레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지난 여행기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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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에 200만 원을 들고 서호주 퍼스로 떠났다. 호주를 시작으로 싱가폴에서 3년 동안 살기도 했다. 14개국을 5년째 여행 중인 방랑자

* 200만원으로 시작한 세계여행(브런치) : brunch.co.kr/@travel-heather
* 인스타그램 :instagram.com/wanderlust_hea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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