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의 섬, 여서도 #1 – 대한민국, 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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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어스로 본 여서도

 

완도에서 40km, 제주에서 40km 정도 떨어진 이 조용한 섬은 최근 ‘1박 2일’과 ‘남쪽으로 튀어’의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그 전부터 낚시 좀 한다 하는 분들에게는 감성돔, 돌돔, 대방어 등이 잡히는 곳으로 이미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는 ‘태랑도’라 불리다가 천혜의 아름다운 섬이라는 ‘여서도’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름대로 태고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이 섬은, 여름철에 잠시라도 풀을 베지 않으면 억센 풀들에 의해 금세 등산로가 묻혀버릴 정도로 자연의 생명력이 왕성하다.

 

 

지루했던 시간을 지나 신기루처럼 나타난 섬

 

완도 연안 여객선 터미널. 시설은 쾌적했다. 평일이라 한산한 분위기였다

 

3박 4일 동안 건강식을 먹을 게 분명했기 때문에 우리는 완도여객선터미널 앞에 위치한 중국집에서 맛있는 탕수육으로 단백질을 충전했다. 맛은 꽤 훌륭한 편!

 

여서도에 가는 배편은 하나뿐이다. ‘완도 연안 여객선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섬사랑7호’를 타고 ‘소모도’와 ‘대모도’, ‘청산도’를 거쳐 여서도에 들어가게 된다. 여름철 출항시간은 오후 3:00시. 서울이라면 버스를 타고 5시간 만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배를 타면 딱 좋은 시간이다.

터미널의 모습. 제주도, 청산도, 모도, 생일도, 추자도 등 남해 섬 대부분 지역의 여객선이 이곳에서 출발한다. 인천 연안 여객선 터미널이 서해 섬 여행의 시작점이라면 이곳은 남해 섬 여행의 메카라고 할 수 있겠다. 운항시간 및 정보는 링크에서 확인 가능한데, 지부별로 매일 업데이트 되니 사이트에서 해당 지역을 검색하여 확인하는 것이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다. 여서도는 ‘완도지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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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50분. 드디어 출항이다. 우리와 함께 출항한 섬사랑 7호.

 

터미널에는 섬사랑3호와 7호가 정박해 있었는데 두 배가 번갈아가면서 여서도로 출항하는 듯하다. 함께 출항한 섬사랑7호는 남해의 다른 섬으로 가는 것 같다. 지난 태풍 ‘너구리’의 영향으로 여서도에서 3일간 묶여있었다고 한다.

 

아늑한 분위기의 선원실. 괜히 저 침대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해보고 싶어진다

 

이제 3시간 동안 긴 항해가 시작됐다. 심심하던 차에 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섬을 좋아해서 동해부터, 남해와 서해 등을 가리지 않고 다녔는데 섬을 오가는 배란 배는 종류별로 다 타본 듯하다.

 

소모도와 대모도 그리고 청산도의 항구

 

30분 정도 지나자  소모도가 보이고, 다시 한 시간쯤 지나면 대모도에 도착한다. 이곳도 섬의 풍광이 무척 아름다웠다. 완만한 섬 지형이 여행하기에는 더없이 좋아 보였다.  대모도를 지나서 출발 두 시간 만에 도착한 곳은 들불같이 번져간 슬로우-시리즈의 발원지인 ‘슬로우시티 청산도’. 요즘은 너무 사람들이 몰려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된 것 같지만 게, 국토는 좁고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이려니 싶다.

 

섬으로 가는 배에는 기본적으로 콘센트가 있다. 가는 동안 스마트폰은 충전하면서 실컷 쓸 수 있다. 다만 자는 도중 다른 여행객에 의한 분실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목적지는 여서도, 이제 배에 남은 이들은 약 5명 정도. 두 시간을 넘기자 이제는 잠도 안 온다. 사진을 찍으며 지루함을 이겨내 본다.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 여서도. 스크류에 의해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을 보면 깊고 깨끗한 바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거품은 시린 하늘색을 띠고 있다

 

그러다가 눈앞에 희미하게 신기루처럼 섬이 나타났다. 육지를 떠나온 지 세 시간, 여기가 제주도와 육지의 중간이다. 급한 경사가 특징인 여서도의 윤곽이 점점 뚜렷해진다.

 

입항, 언제나 설레는 순간이다

 

드디어 여서도로 입항했다. 저 커다란 방파제 덕분에 여서도에 배가 쉽게 정박할 수 있다. 여서도는 외딴 섬치고는 콘크리트로 타설된 선착장이 안전하게 갖추어져 있다. 갑문이 열리고 이제 곧 도항이다.  바다 한가운데 솟은 섬 여서도에 드디어 발을 내딛는다.



 

여기가 섬인지 산골짝인지…

 

신비로운 자태의 여호산

 

해발 362m의 여호산은 구름에 휘감겨 있다. 첫인상이 신비롭기 그지없다. 히비스커스 뒤로 정박한 섬사랑3호가 보인다. 배는 이곳에서 하루를 지낸 뒤 아침 7시 30분에 청산도를 거쳐 다시 완도로 돌아간다. 배의 선원들도 교대로 하루씩 섬에서 보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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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항 주변을 산책하다가 발견한 뿔소똥구리

 

여서도는 소를 방목하는 섬으로도 유명한데, 한때는 마을 주민들의 절반 정도가 소를 키웠을 정도였다. 하지만 축사에서 발생하는 오폐수가 식수원을 오염시키면서 소를 키우지 않기 시작했고,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현재는 약 7마리 정도만 방목되고 있다.

 

섬 곳곳의 모습. 오래된 집들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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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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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덩굴에서 아름다운 색을 띠는 곤충을 발견했다. 이 녀석 이름은 주홍곱추잎벌레

 

여서도는 섬 특유의 경사 때문에 집들이 위치가 조금 특이하다. 마치 남해의 다랭이 논처럼 한 집을 지나쳐 다른 집을 가기 위해선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날이 어두워져 더는 올라가지 못했다. 잘 가꾸어진 밭에서 걸음을 멈춘 뒤 산 높이로 깔린 구름을 감상하고 하루를 끝냈다. 이렇게 보면 이곳이 섬인지 산골짝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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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밥상. 역시 섬밥이다

 

간단한 탐사를 마친 후 돌아온 민박집. 여서도에는 몇 개의 민박집이 있는데 이번에 머무른 곳은 항구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있는 민박집이었다. 시설이 깔끔하고 식사도 맛깔스레 잘 나온다. 역시 밥은 섬밥이 제맛이다.

 

낚시라고는 경험이 없는 나는 일행이 밤낚시 한다고 따라가서 밤바다를 즐겼다. 6월 중순인데도 긴소매와 긴바지를 입지 않으면 제법 쌀쌀하다. 뭔가 한 마리 낚였다. 이것저것 검색해보니 바다낚시도 재미가 상당할 것 같다. 그나저나 가정 있는 남자가 하지 말아야 할 취미 중에 단연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게 낚시라던데…

 



 

점점 사라지는 풍경

 

제주도를 닮은 돌담과 경작을 아직 하지 않은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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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돌담 사이로 핀 꽃에는 꽃무지와 풍뎅이들이 먹이활동 중이다

 

다음날은 다시 마을 주변을 둘러봤다.  섬 곳곳에는 폐가들이 보인다. 섬 주민들이 줄어들면서 다랭이논과 밭 역시 사라지고 있다.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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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군 청산면 여서리 마을의 풍경

 

관련 사진을 보면 70년대까지만 해도 지붕은 이대 등을 엮어 만든 초가지붕이 대다수였지만 현재는 주황색의 슬레이트 지붕이 많다. 슬레이트 지불은 우리나라 섬마을 풍경을 대변했지만, 요즘에는 이마저도 사라지는 추세다. 기왓장을 흉내 낸 정체를 알 수 없는 플라스틱 지붕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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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알 수 없는 구조물

 

울릉도에서 본 것과 같은 구조의 접안시설이다. 섬 주변의 수심이 깊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파도의 영향을 줄이기 위한 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특이하게 생긴 구조가 흥미롭다. 저 구멍이 섬의 하수도 역할을 하는 것 같기는 한데, 명칭을 모르니 검색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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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가 필요없다

 

점심을 먹으러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계란 프라이까지 나온 식사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봐도 군침 도는, 아름다운 전라도 섬의 밥상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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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인

박상인

케묵은 니콘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와 방구석에 놓여 있는 더플백을 번갈아 쳐다보며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시대착오자 / goliathus

* 블로그 : sangin1122.tistory.com
박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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