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으로 떠나다 – 일본, 야쿠시마 여행기 #2

 

야쿠시마(屋久島)는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일본 남서쪽 80km 해상에 있는 탓에 접근성이 좋지 않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여행을 위한 편의시설도 부족한 편입니다. 거기에다 일본어를 하지 않는 이상 소통도 어렵죠.

5월 초의 여행은 순전히 두 후배의 공이 컸습니다. 두 사람 다 일본 생활을 한 덕에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하고, 특히 한 친구는 여행 및 항공업계에 종사한 덕에 이 방면에 아주 뛰어납니다. 어쨌든 일사천리로 교통편과 민숙, 렌터카까지 예약하고 여행 스케줄까지 정리가 되더니 드디어 출발할 날이 되었습니다.

 

 

아침 9시 5분 비행기를 타고 후쿠오카(福岡)에 도착하니 10시 20분입니다. 후쿠오카가 일본 공항 중 가장 가깝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가기 전에도 얘기는 들었지만 정말 작은 공항이더군요. 국내선이 국제선보다 크다는데, 아마 일본인들이 휴양을 많이 오는 곳이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15분쯤 하카타(博多)역으로 달렸습니다. 교토의 좌석버스보다는 좀 작고, 어딘지 입석 버스라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하카타역에 도착해서는 에키벤(駅弁)을 사고 신칸센(新幹線)에 올랐습니다. 처음 타보는 신칸센은 꽤 넓고 쾌적했습니다. KTX가 물론 더 저렴하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부러웠습니다.

 

 

한 시간여 달리니 열차는 가고시마(鹿兒島)에 들어갑니다. 낮은 산과 바다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온천이 유명하다니 화산들도 섞여 있을 것입니다. 잠시 후 가고시마추오(鹿児島中央)역에 도착했습니다. 역 건물 위로 대형관람차가 보이더군요. 신기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선착장에 도착해, 드디어 야쿠시마 행 페리에 올랐습니다. 뒤로 보이는 섬이 사쿠라지마(桜島)인데, 2013년 화산이 분화했다고 합니다. 화산재가 5,000m 상공까지 치솟았다는데, 폼페이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꼬박 9시간의 여정 끝에 야쿠시마를 처음 마주했습니다. 맑게 갰던 하늘은 야쿠시마에 다가가며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섬의 중턱 위로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려운 생각이 잠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선착장에는 세계자연유산이라는 플래카드가 특산인 날치 그림과 함께 붙어있었습니다. 렌터카를 찾고 부지런히 숙소로 향했습니다. 예정보다 1시간가량 더 걸린 탓에, 미용실을 가지 못했습니다. 엉뚱한 얘기지만, 야쿠시마에서 이발을 하려고 예약해뒀었거든요. 야쿠시마가 좋아서 10년 전 낙향한 여성 마스터가 운영하는 곳인데,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긴 하루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음날은 동네를 돌아보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마을은 일본답게 작고 깨끗했습니다.

 

 

마을을 둘러본 뒤에는 센피로 폭포(千尋滝)를 보러 갔습니다. 센피로 폭포는 “못초무다케(モッチョム岳) 기슭의 거대한 화강암 암반을 다이노강(鯛之川)이 깎아서 장대한 V자 계곡의 경관을 만들어낸 것으로 폭포의 높이는 약 60m입니다. 중앙으로부터 대량의 물이 흘러 떨어지는 야쿠시마(屋久島)를 대표하는 폭포 중 하나입니다. 폭포의 왼쪽에 있는 암반은 마치 1,000명이 손을 잡은 정도의 크기라고 해서 센피로의 폭포(千尋の滝) 라고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출처 : 규슈관광정보)

 

 

원시림처럼 보이던 인근의 숲을 지나쳐, 작고 예쁜 샵 호누(HONU)로 향했습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호누는 야쿠시마의 조개껍데기, 돌, 삼나무 조각 등을 이용해 작고 예쁜 물건들을 만들어 파는 곳입니다.

두 사람도 일찌감치 야쿠시마에 자리를 잡고 기념품을 만들어 팔거나, 쉬는 날에는 서핑하러 다니면서 살고 있다는군요. 간판에 위에 있던 ‘Gone Surfing’ 팻말이 눈에 띕니다. 입구에서는 이루카(イルカ)라는 이름의 멍뭉이가 손님들을 반겨줍니다. 이루카는 돌고래라는 뜻이라네요.

마음에 드는 게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거북이 기념품과 조몬스기 유화 한 장을 구입하고 인근의 도자기 공방으로 향했습니다.

 

 

파란색 유약을 잘 다루는 것 같은 공방은 예쁜 그릇들로 가득했습니다. 문 앞의 부처님께 인사를 하고 히라우치(平內) 해중온천을 보러 갔습니다.

 

 

이곳은 입욕료 대신 기부금 100엔을 내면,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해수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마침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할아버지들과 남녀 관광객이 온천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문화는 확실히 우리와 다른 것 같았는데, 남녀가 알몸으로 서로 얘기를 주고받으며 눈길을 피하거나 어색해 하지 않더군요. 별로 가리지도 않구요. 낯선 혼탕의 풍경을 보며 잠시 발을 담갔습니다.

 

 

다시 길을 서둘러 오코노타키(大川の滝)를 보러 갔습니다. 가는 길에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집니다. 그런 중에 일본 10대 폭포에 들어간다는 오코노타키를 만났습니다. 88미터라는 높이도 그렇지만, 풍부한 수량과 엄청난 소음이 대단했습니다. 용소 바로 앞에까지 다가갈 수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구요. 기념사진을 찍고 돌아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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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유도마리온천에 들렀습니다. 히라우치와 마찬가지로 해중온천입니다만, 좀 더 아늑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온천 앞의 고양이가 인사를 건네옵니다.

이곳은 탕의 가운데에 칸막이를 세워 남녀 탕을 구분하고 있었습니다. 칸막이 한쪽에는 男자가, 반대편에는 女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지만, 어쨌든 히라우치온천과 달리 혼탕은 아니라는 뜻이겠군요. 아이들을 위한 탕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잠시 발을 담그고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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