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서 있었던 세 가지 짧은 이야기 – 라오스

라오스의 하늘은 갑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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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의 하늘은 ‘쨍쨍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마치 태양이 공기라는 거름막을 거치지 않고 세상으로 쏟아지는 것처럼 눈부시다. 그래서 해 아래 모든 것들은 명암이 확연하게 차이 난다. 하지만 그렇게 쨍하던 하늘에서 갑작스레 물덩이가 쏟아지기도 한다. 예측할 수 없는 라오스의 하늘은 갑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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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루앙프라방에 있는 고아원에 들러 음악 수업을 했다. 고아원 학교의 양철지붕을 뚫고 들어오는 무더운 열기를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 창문이란 창문은 활짝 열어둘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리코더 수업을 한창 하는 중이었는데, 창문 밖으로 갑작스레 쏟아 내리는 거센 빗줄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고정돼 있던 아이들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갑작스레 비가 쏟아지긴 했지만 한국에서처럼 그냥 지나갈 만한 사소한 일, 그쯤 어딘가일 거라고 생각했다. 빗소리에 개의치 않고 수업을 진행하려던 찰나. 한 학생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빨래를 널어놨는데 걷으러 다녀와도 될까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였다. 얼른 다녀오라는 우리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절반도 넘는 아이들이 참새 떼처럼 일어나 거센 빗줄기 사이를 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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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어놓은 빨래가 젖을 것에 대한 염려. 사실 한국이었다면 갑작스레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할 만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은 엄마가 알아서 할 부분일 테니. 하지만 이곳 고아원 아이들에겐 그렇지 않았다. 이 아이들은 스스로 삶을 지탱하고 일궈내야 한다. 라오스의 태양의 빛이 무엇도 거치지 않고 바로 그들에게 내리쬐듯이, 삶도 그들의 피부에 직접 닿아있는 것이다.

얼마쯤 지났을까, 다시금 하나둘씩 아이들이 들어온다. 이미 젖어버린 옷을 무심하게 툭툭 털어내며 우리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동자에는 빨래를 무사히 대피시켰다는 안도와 편안함이, 그리고 웃음이 흘러나온다.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즐겁게 음악 수업을 다시 시작하였다.

 

 

우리에게는 익숙하고 그들에게는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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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메콩 강을 건너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날이었다. 유유히 흐르는 메콩 강은 황토색으로 가득한 강이다. 강 위로는 모터가 달리지 않은 배가 유유히 흘러가거나, 허리가 잘린 늙은 나무토막이 위험하게 지나가기도 한다. 우리는 강을 건너기 위해 배에 올라탔다. 메콩 강을 지날 때면 눈으로 보기만 했던 그 배였다. 우리와 다른 사람들, 그리고 차를 태운 배는 강을 가로질러 건너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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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내린 우리 앞에는 아직 현대 기술이 닿지 않은 길이 있었다. 마치 시골길처럼, 어떤 이들이 쉼 없이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생겨 난 비포장 길이었다. 우리는 차를 타고 그 길을 따라 마을과 사람을 찾아갔다.

어제 쏟아졌던 빗줄기의 영향이었는지 사방이 진흙투성이고 여기저기 물구덩이들이 있었다. 우리를 태운 차가 오른쪽과 왼쪽으로 격렬하게 기우뚱거린다. 처음에는 그런 흔들림에 안간힘을 쓰며 버티려 했다. 하지만 온몸에 무리를 주기만 할 뿐, 헛된 노력이었다. 그 뒤로는 흔들리는 자동차에 자연스레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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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에 들러 라오스인 엄마와 아이를 태웠다. 우리는 그들이 좀 더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좋은 자리를 내어주었고, 차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풍경을 즐겼다. 함께 탄 라오스 꼬마는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신기했던지, 동그란 눈을 여기 저리 굴리고 고개를 연신 돌려댄다. 급기야 의자 위에 두 발을 내딛고 일어서서 지나가는 풍경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아이 엄마의 표정이 좋지 않다. 어딘가 아픈 건 아닐까 걱정이 되어 의자에 기대에 잠을 청하라고 말을 건넨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뒷좌석에서 검은 봉지에 구역질하며 힘겨워했다. 우리를 안내하던 한국인 선생님께서는 라오스 사람들이 차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설명해주셨다. 평소라면 이런 차를 탈 일이 없다는 말이다.

익숙하지 않음. 우리에게 차는 늘 보는 것이고, 당연한 존재다. 아니, 없으면 불편하니 필요한 존재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편하게 앉아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니 당연히 라오스인들에게도 분명 유익할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라오스인들에게 차는 익숙하지 않고 불편하기까지 한 존재다. 빠르게 이동하는 차는 되려 그들의 몸을 긴장시키기만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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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두 눈이 빨개질 정도로 구역질했다. 우리는 멀미약을 건네고, 불편하더라도 한숨 잠을 청해 보라 했다. 그녀는 익숙하지 않은 불편함에 몸을 맡겨보려 노력한다. 아이는 그런 엄마의 불편함을 안타까워했다. 차는 울퉁불퉁한 길을 조심스럽게 건너간다.

 

 

우리가 계산하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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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서의 모든 일정에는 라오스인 친구들이 함께했다. 그들 중에는 영어를 잘하는 친구도 있었고 오랜 시간 한국어를 공부한 친구도 있었는데, 모두 한국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와의 만남을 즐거워했다. 그들과 함께 시장도 가고, 메콩 강을 건넜다. 어디를 가든지 함께였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는 오후 5시가 넘어가면 야시장이 열린다. 야시장에는 라오스인들이 직접 만들어서 파는 공예품들과 맛있는 먹거리들이 가득해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물론 야시장에도 라오스 친구들이 함께했다. 야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는 무조건 깎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러기 위해선 라오스 친구들이 필요했다.

 

 

외국인들로 북적이는 야시장을 여기저기 살펴본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라오스 친구에게 얼마인지 물어보고 좀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 그 친구는 시장 상인과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으며 흥정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원하는 가격에 물건을 살 때면 모두가 흡족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라오스 친구가 중간에서 난감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사실 한화로 바꾸면 얼마 되지 않은 가격인데도 우리는 어떻게든 물건값을 깎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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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친구가 우리를 위해 앞장섰지만, 사실 우리는 같은 라오스 사람들끼리 불편한 흥정을 조장한 셈이었다. 서로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시장상인과 실랑이하고 있는 라오스 친구에게 미안해졌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좀 더 싼 값에 물건을 살 수 있었다. 누군가의 불편함과 수고로움은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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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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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정 가운데 잠시 쉬어가는 쉼표와 느낌표를 함께 나누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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