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를 비추던 곳 – 네팔, 포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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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Pokhara)라는 이름을 들어보신 분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반면, 안나푸르나(Annapurna)라고 하면 꽤 익숙하실 텐데요, 최근 오은선 대장의 등반 여부를 놓고 벌어진 논쟁 덕분인 것 같습니다.

포카라는 안나푸르나가 비치는 페와(Fewa) 호수에 자리 잡은 작은 도시로,  안나푸르나 등반이나 트레킹을 위한 전진기지라 할 수 있습니다. 매년 수만 명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등반/트레킹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 물자를 공급받고, 가이드를 구하곤 합니다.

반면, 저처럼 트레킹을 목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휴양도시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깨끗한 숙소와 많은 편의시설, 심지어 가게마다 Wifi가 제공되기도 합니다. 여기에 호숫가에 자리 잡은 수많은 카페테리아는 로맨틱한 풍경을 제공합니다.

 

포카라의 중심가는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 있지만, 그리 크지 않습니다. 걸어서 두어 시간 정도면 전체를 다 돌아볼 수 있지요. 길 한가운데에 모모(Momo, 네팔식 만두)를 파는 손수레가 놓여있고, 열대 과일들을 비롯한 이국적 풍경이 아주 여유롭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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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를 거닐다 보면 이런 과일주스 아저씨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 돈으로 천 원쯤을 내면, 과일을 믹서(손으로 돌리는)에 넣고 갈아서 작은 유리잔에 찰랑찰랑하도록 내줍니다. 바삐 길을 가던 사람들도 다 마실 때까지는 멈춰 설 수밖에 없지요.

 

제가 방문했던 때는 여신 락슈미(Lakshmi)의 축제가 한창이었습니다. 락슈미는 부를 가져다주는 신이라고 하는데, 이 기간 동안 물가가 20% 쯤 올라갑니다. 아이들은 옷을 차려입고, 가게를 돌며 마치 할로윈의 ‘Trick or Treat’ 같은 식으로 이곳저곳에서 사탕이나 과자, 용돈을 얻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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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의 하나는, 이렇게 버스 지붕에 올라있는 사람들입니다. 외국인들도 타려고 하면, 지붕 위의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끌어올려 줍니다. 재미있는 광경이기는 하지만, 나갈콧(Nagarkot)처럼 해발 수천 미터의 꼬불꼬불한 길에서 마주치면 아찔해지기도 합니다.

 

포카라 인근에는 올드 바자(Old Bazzar)라는 구시가가 있습니다. 현재의 호반도시가 개발되기 전에 중심지였던 곳인데, 다른 네팔 도시처럼 수백 년은 족히 된 풍경들이 자리 잡은 곳입니다. 낡은 풍경을 좋아하는 분들은 들러보실 만한 곳이지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페와 호수는 안나푸르나가 비치는 거울과도 같습니다. 새벽에는 일출과 함께 안나푸르나의 반영이 비치고, 저녁이면 호수로 떨어지는 일몰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풍경을 보기 데 필요한 것은 단지 배 한 척인데, 우리 돈으로 7천 원쯤을 내고 선착장에서 빌릴 수 있습니다. 배를 손수 저어 호숫가로 나가서 일출 또는 일몰을 보거나, 그냥 온종일 배 위에 누워서 호수에 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일출을 보기 위해 나간 날 저녁에 보니, 아침에 호수 위에 떠 있던 파란 눈의 친구는 그대로 풍경 속에 남아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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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의 페와 호수에는 안나푸르나가 비칩니다. 이날 날씨가 맑지는 않아서 상대적으로 흐릿하게 나왔습니다만, 실제로 호수 위에서 바라본 반영은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호수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 마차푸차레(Machapuchare)입니다. 마차푸차레는 마의 산이라고도 불리는데, 네팔리들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존재로 여기는 곳입니다. 실제로 마주해보니 인간의 풍경이 아닌 것처럼 보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왜 이곳 사람들이 늘 신과 함께 살아가는지를 알 것 같았고요.

 

사랑콧(Sarankot)은 포카라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해발 1,600미터의 높은 언덕 위에 있는 일종의 전망대입니다. 이곳에서는 멀리 봉우리들과 그 아래로 펼쳐진 깊은 계곡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에서는 봉우리들에 비추는 일출을 볼 수 있습니다. 캄캄한 하늘 한가운데에, 갑작스레 나타나는 산들의 실루엣은 다시 한 번 신들의 손길을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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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사랑콧에서 만난 네팔리들입니다. 저 높은 곳에서 평지까지 장을 보러 가는 길이라더군요. 뒷모습을 한참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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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기획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30년 쯤 하면 좋은 사진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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