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Problem – 인도여행기 #3

브라만(Brahman)을 만나다

 

어제의 뿌자의식을 떠올리며 아침 일찍 일어났다. 벌써 바라나시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었다. 서둘러 카메라를 메고 가트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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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트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나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한 소년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코브라 보고 싶어?”

나는 못 들은 것처럼 지나치고 싶었다. 분명 보여주면 돈을 달라고 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소년은 자꾸 내 앞에서 매고 있던 바구니의 뚜껑 열려고 했다. 얼핏 봤는데 바구니 안에는 진짜 코브라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무섭지 않은 척하면서 그리고 뱀에는 관심이 없는 척을 하면서 다른 곳을 향해 셔터를 눌러댔다.

하지만 소년은 자꾸 카메라 렌즈 앞에서 왔다 갔다 하며 나의 촬영을 방해했다. 나는 웃으면서 소년에게 비켜달라고 부탁한 뒤 다시 촬영에 몰두했다. 하지만 소년은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뷰파인더 속에 담고 싶은 찰나가 들어왔다. 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파인더 속으로 소년이 등장했다.

나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여긴 인도다. 평화를 느끼러 왔는데 이런 조그마한 일에 무너질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년에게 돈을 주기로 마음먹고 소년을 불렀다. 소년은 마치 자신이 이겼다는 기세로 의기양양하게 내 앞으로 걸어왔다. 그런데 돈을 꺼내려고 하는 찰나에 주머니에는 500루피 지폐 한 장과 동전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소년에게 500루피를 주기에는 아까웠고, 동전을 주기에는 미안했다. 소년에게 내가 말했다.

“지갑을 두고 와서 그런데, 좀 이따 호텔 갔다 와서 돈 줄게. 대신 사진 한 장 찍어 줄게.”

소년의 사진을 한 장 찍어주고 LCD 화면을 보여줬다. 소년은 신기한지 사진을 이리저리 봤다. 사진을 보기위해 움직일 때마다 바구니가 꿈틀거렸다. 그렇게 소년과 헤어지고 나서야 다시 가트를 거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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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갠지스 강에는 목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음속으로는 나도 같이 물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싶었지만 쉽사리 그러지 못했다. 갠지스 강에는 세균이 득실득실하다고 한다. 인도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강물로 요리하거나 하면 목욕을 하면 물갈이나 장염 같은 탈이 나기 쉽다. 인도인들은 면역이 됐는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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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매우 즐거워보였다. 목욕에는 남녀노소가 없었다. 사람들은 목욕하면서 기도도 한다. 그들에게는 일상인 이 장면들이 나에겐 너무 멋져보였다. 아침에 일어나 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하고, 물속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기도를 하는 모습들.. 기도하는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기도하는 모습과 그 주위로 퍼지는 물의 파동이 인상적이었다. 난 너무도 멋진 모습들에 정신을 못 차리고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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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촬영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같이 나온 친구가 안 보였다. 친구를 찾아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친구도 사진을 찍으러 다른 곳으로 이동했으려니 하고 난 좀 더 주위를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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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목욕을 마치면 목욕했을 때 입었던 옷을 햇빛에 말리기 시작한다. 옷을 말리는 모습을 촬영하니 아주머니가 쑥스러워했다. 그래서 나는 다가가서 ‘지금 이 광경이 너무 멋진데 사진을 좀 더 찍어도 괜찮겠냐’고 말했더니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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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신나게 촬영을 하는데 친구가 너무 오랫동안 안 보여서 약간 걱정됐다. 친구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중에 한 브라만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내가 궁금해하자 그는 신나서 말을 이어나갔다.

“결혼했습니까?”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그는 계속 말했다.

“다음에 인도에 온다면 꼭 결혼해서 아내와 함께 와요. 다시 한 번 이 평화를 느끼세요. 여기에서 기도를 하면 부부에게 좋은 일이 생기고,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그 어떠한 것도 영원할 순 없으니, 너무 슬퍼하지도 기뻐하지도 마세요.”

내가 좋아하는 만트라의 글귀와 비슷한 말이었다. 나는 더 집중해서 그의 말에 귀 기울였다. 그러자 그는 내 이마에 붉은 점을 찍어주었다. 인도에 오면 꼭 해보고 싶었던 거였는데, 이 점은 세상을 보는 2개의 눈과 더불어 내면을 보는 3번째 눈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바닥에 제단을 가리키며 여기에 돈을 내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했다.

‘아!’
나는 이마에 점을 찍고 해맑게 웃었다.

처음부터 예상했지만 그래도 좋은 말을 들었으니… 가지고 있던 한국 동전을 모조리 주고는 자리를 일어났다. 나는 이마에 붉은 점을 찍힌 채로 친구를 찾아 헤맸다. 그때 저기에서 친구가 나를 향해 걸어오는 게 보였다. 그 친구도 이마에 붉은 점이 찍힌 채로… 우리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웃었다.

“너 얼마 뜯겼어?”
“나 한국 동전 주고 왔어. 넌?”
“난… 500루피….”

그 말을 듣고 또 한참을 웃었다.

 

 

Delicious India

 

한참을 웃었더니 배가 고팠다. 우린 바라나시의 명물 라씨(Lassi)를 먹으러 갔다. 라씨는 요거트 비슷한 음식인데, 인도에 오기 전 후기들을 읽어봤을 땐 다들 칭찬일색이었다. 그중 숙소에서 가까운 바바라씨라는 곳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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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문을 열고 장사를 시작했는지 손님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맛있을까? 내심 궁금했지만, 한편으로는 ‘이거 먹고 물갈이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됐다. 한 30분을 기다렸더니 주문한 바나나 라씨가 나왔다. 한 입 조심스럽게 먹어봤다. ‘맛있다!’ 그 자리에서 친구랑 아무 말도 없이 3분 만에 뚝딱 먹어치운 것 같았다. 물갈이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릇에 남은 것까지 박박 긁어먹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배가 고팠다. 우린 식당을 찾아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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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다가 친구가 사진을 한 장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노 프라블럼!”

우린 마치 유행어처럼 노 프라블럼을 남발했다. 친구에게 기둥 옆에 서보라고 주문한 뒤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뷰파인더 속으로 예수님이 걸어왔다. 그는 사진을 찍으려는 내게 ‘쉿’ 하며 싸인을 보내고 친구 뒤에 몰래 섰다. 나는 ‘씨익’ 웃으면서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사진을 찍었다. 그는 다시 아무렇지 않게 가던 길을 갔다. 친구는 나중에 사진을 보고 이 사실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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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의 골목길에는 소가 많았다. 인도에서는 소를 신성시하기 때문에 절대 소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소가 길을 막고 있다면 사람은 조심스레 비켜 가야 한다. 때때로 소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소를 지나쳐 가는 중에 ‘캡틴 인디아’를 만났다. 뿜어져 나오는 포스가 대단했다.

배는 고팠지만 중간중간 걸음을 멈추고 마음에 드는 장면을 담았다. 관광객들도 제법 있었는데, 생각보다 한국 사람은 많이 볼 수 없었다. 동양인은 가끔 일본인들이 보이는 정도였고, 서양인들이 꽤 많이 보였다. 나머지는 대부분 현지인이었다. 너무 당연한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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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아이를 안은 여인이 다가왔다. 그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순간 나는 긴장했다. 예전에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바티칸시국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섰던 적이 있었다. 그때 한 집시가 아이를 안고 내게 다가왔는데, 얼핏 보니 아이가 아닌 인형이었다. 그는 바로 내 앞에서 아이를 보여주며 돈을 달라고 했다. 나는 이미 인형임을 감지했기에 돈이 없다고 말하려는데, 그 순간 그가 아이를 감싼 천으로 앞으로 매고 있던 나의 가방을 가렸고, 손을 쑥 밀어 넣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의 손을 쳐냈는데,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돌아갔다. 소매치기였다. 아주 잠깐이었는데도 가방은 반쯤 열려있었다.

그때 일이 생각나서 나는 그녀의 손을 주시했다. 다행히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역시 돈을 요구했다. 하지만 500루피 지폐 한 장으로 밥을 먹으러 가야하는 처지였기 때문에, 미안하다 말하고 가던 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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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자주 보게 되는 인도의 수행자들이다. 포스가 대단했다. 모델 좀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많지 않았다. 몸에 저 흰색 가루는 뼛가루인 걸까. 독특한 복장과 행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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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식당에 도착했다. 인도에 와서 탕수육을 먹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고기는 약간 질겼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그리고 짜파게티까지. 인도에서는 라면이 귀하다. 가격도 비싸서 쉽게 먹기 어려운 음식이다. 그런 짜파게티에 계란 프라이라니, 이런 호사가 없다.

한참 밥을 먹는데 테이블 아래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내려다보니 웬 강아지가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친구에게 아래를 보라고 귀띔해줬다. 친구가 강아지를 보고 비명을 질렀고, 식당 모든 사람이 쳐다봤다. 엄청 놀랬나 보다. 그렇게 또 우린 한참을 웃었다.

이제 밥도 먹었겠다, 슬슬 바라나시에 작별을 고할 시간이 다가왔다. 짐을 챙기러 호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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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바라나시 공항으로 갔다. 원래 계획은 기차를 타고 바라나시에서 아그라로 이동하는 거였는데, 이동시간이 자그마치 13시간이나 걸린다고 한다. 우린 시간을 아끼고자 비행기를 타고 델리로 이동한 후, 델리에서 기차를 타고 아그라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델리에서 아그라까진 3시간 정도 걸린다. 돈도 많이 들고 번거로울 수 있는 비효율적인 루트다. 하지만 여행기간이 고작 일주일밖에 되지 않는 단기 여행자한테는 시간을 아끼는 것만큼 효율적인 일도 없다.

바라나시 공항에서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데 검색원이 나를 불러 세우고 짐을 다 열어보라고 했다. 나는 힘들게 싼 짐을 다시 풀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필름 카메라에 있던 작은 수은전지 때문이었다. 디카 배터리랑 핸드폰 보조배터리는 따로 챙겨놨었는데 필름 카메라까지는 생각 못 했다. 생각 외로 바라나시 공항은 엄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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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생겼다. 말로만 듣던 비행기 연착이었다. 프로펠러 이상이라는데, 정말 한쪽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델리에 늦게 도착하는 게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저 비행기가 안전할 것인가 때문에 불안해졌다.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5시간 정도 기다렸던 것 같다. 기다리는 동안 인도인들은 태평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었나 보다. 하지만 서양인들은 난리가 났다. 물론 나도 난리가 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바라나시에서 사진을 더 찍고 오는 건데… 혹시나 뭐 찍을 게 있을까 싶어 공항을 이곳저곳 돌아다녔지만 별것 없었다. 배는 고팠고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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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에서는 연착이 미안했는지 탑승객들에게 도시락과 물 한 병씩을 지급해줬다. 도시락의 뚜껑을 여는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정말 맛없게 생겼다. 그래도 배가 고프니 어쩔 수 없이 먹기 시작했다. ‘어라? 맛있네?’ 그 자리에서 싹 먹어치웠다. 물갈이에 대한 고민은 한 2초 정도 생각한 것 같다.  고생스럽게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델리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지난 여행기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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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진

김창진

어디서든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한명. 주제가 있는 사진을 찍고 싶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오늘도 기억에 남는 하루 되세요.

* 블로그 : blog.naver.com/urgaia
김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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