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꼬꼬마와 함께한 인도네시아 여행 – 족자카르타, 프람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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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람바난 사원

 

인도네시아에 온 이래 처음으로 오전 내내 비가 내리고 있다. 해가 쨍하면 더위 많이 타는 꼬꼬마가 다니기 힘든데, 우산을 들고 다니기가 번거로워 그렇지, 이렇게 비가 오니 꼬꼬마는 더 잘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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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꼬꼬마의 컨디션은  ‘good’. 시골 모텔에 가서도 “호텔! 호텔!” 하며 좋아한다. 이 정도 환경에도 크게 만족하면서 매일 기분 좋은 모습만 보여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오늘은 트랜스족자를 이용해서 프람바난(Prambanan)에 다녀오는 것이 주요 일정이다. 다녀와서 시간이 되면 크라톤(Kraton, 왕궁)과 타만사리(Taman Sari, 물의 궁전)까지도 가볼까 싶지만, 안 되면 말고…

트랜스 족자(Trans Jogja)는 거리와 관계없이 무조건 1인당 3,000루피아면 탈 수 있다. 정류장에 있는 매표소에 목적지를 말하면 표 파는 아저씨는 물론 정류소 안내원, 버스안내원 아저씨들이 모두 친절하게 도와준다. 종류에 따라 노선과 정류장 위치가 다르고 방향도 약간 헷갈릴 수 있는데,  길 가다가 아무한테나 물어도 친절하게 알려줘서 이용하는 데 크게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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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오보로(Malioboro) 거리에는 오전부터 상점들이 부지런히 물건을 팔고 있었고, 체스 놀이에 빠진 아저씨들도 많았다.

버스정류장을 물어보는 사이에 꼬꼬마는 딱 제 눈높이에 주렁주렁 달린 팔찌에 꽂혀서 사달라고 조른다. 결국 5,000루피아 주고 하나 사고야 만 알록달록한 팔찌. 예상대로 1분도 안 돼서 불편하다고 빼서는 “엄마 가져~”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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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떡 같은 내 얼굴이 부담스럽지만, 셋 다 나온 사진은 일단 무조건 저장. 우리 셋이 함께한 첫 배낭여행이니깐! 배낭 세 개를 꾸려서 떠나는 날도 곧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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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람바난 터미널에서 하차했다. 터미널에서 내리면 바로 프람바난이 보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리저리 둘러봐도 보이지를 않았다. 근처 경찰서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프람바난까지 가는 길을 알려준다. 모를 땐 경찰서가 최고다. 만약 경찰서가 없으면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길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뭔가 프람바난스러운 표시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프람바난 까지는 한참을 더 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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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이렇게 꼬꼬마가 보는 것마다 감탄하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니,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는 바람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렴 어떠랴, 꼬꼬마가 행복하면 된 거지.

 

꼬꼬마는 멀쩡한 길 놔두고 깨진 보도블록 위로 가서 깡충 뛰어본다. 재미있다고 또 뛰고, 뛰고… 그렇게 꽤 긴 시간을 보낸 뒤 프람바난 입구에 도착했다.

 

보통 인도네시아는 한 개의 입구에서 자국인과 외국인 요금을 따로 받는데, 쁘람바난은 아예 출입구가 구분 되어있다. 로컬 입구에서 알짱거리니 아저씨가 인도네시아 말로 나한테 말을 걸었다. 알아 들은 척하고 그냥 돈을 내밀걸 그랬나?

입장료는 현지인 30,000루피아, 외국인 198,000루피아로, 6배 정도 차이 난다. 꼬꼬마를 가리키며 “쟤도 칠드런인가요?” 했더니 “노 프라블럼!” 이란다. 완전 땡큐!

입구에서는 웰컴 드링크로 커피와 티, 시원한 물이 제공된다. 목마르던 차에 시원하게 물을 한 잔 마시고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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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람바난은 큰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공원 안에는 크고 쁘람바난을 비롯한 작은 사원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입구를 지나 공원을 조금 걸어가니 금세 프람바난이 나타난다. 보로부두르(Borobudur)와 마찬가지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한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됐는데,  꼬꼬마는 여전히 카메라만 들면 브이! 나도 따라 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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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마는 언제 어디서든 브이다. 저러다가 눈을 한 번 찌르지 않을까 싶다.

 

꼬꼬마가 좋아하는 미모사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꼬꼬마에겐 뜻 모를 돌덩이들보다 미모사가 훨씬 좋다. 덕분에 나와 남편은 한걸음 떨어진 위치에서 오래도록 사원을 바라볼 수 있었다.

 

프람바난은 지진으로 대부분이 무너졌다가 중심에 있는 메인 사원과 그 주변으로 몇 개의 사원만이 복원된 상태이다. 아직 복원되지 않은 사원은 돌무더기처럼 곳곳에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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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람바난의 중심에 있는 가장 큰 사원은 이렇게 안전모를 써야만 내부까지 돌아볼 수 있다. 들어가서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건 ‘너무’ 좋았지만, 모자에서 나는 냄새는 ‘너무너무너무 ’ 심각했다. 모자를 벗은 후에도 모자 냄새가 머리에 배어 온종일 머리가 띵했다. 그래도 안전을 위해 열심히 쓰고 다녔다.

 

힌두교 사원인데 어째 힌두 신들뿐만 아니라 부처상들도 곳곳에 보인다 싶었더니, ‘힌두-부다’사원이라는 설명이 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힌두교와 불교가 약간 결합된(?), 두 종교의 신을 함께 모신 사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해본다.

옛날 같으면 공부를 꽤나 한 뒤 돌아보고 돌아와서도 또 찾아보고 했을 텐데… 하지만 꼬꼬마랑 같이 떠난 여행이기도 했고, 이제는 둘러보기만 해도 좋다. 그래도 나중에 생각나면 한 번은 찾아 봐야지.

 

비가 ‘뚝’하고 그치자 햇볕이 다시 강렬하게 내리쬔다. 열심히 이곳저곳을 누비던 꼬꼬마도 뜨거운 햇볕에 지쳐버려서 얼른 나무 그늘로 대피했다. 우기인데도 그늘만 들어오면 시원하니 참 좋다.  그늘에서 땀을 식히니 꼬꼬마는 금방 살아났다. 또 정신없이 뛴다.

호텔에서 빌려온 우산으로 땅바닥에 이것저것 그리고 찌르며 잘 논다. 온 사원을 누비는 수다쟁이 우산맨.

 

하루 종일 종알종알 말이 많은 꼬꼬마. 여행의 초점이 대체로 나와 남편에게 맞춰져 있어서 꼬꼬마가 심심하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어딜 가도 우리와 똑같이 감탄하고, 뛰고, 걷고, ‘이건 뭐야 저건 뭐야’ 하며 궁금한 것도 많다. 힌두교의 동물 모습을 여러 신들을 보고는 자기 나름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주변에서는 딸 하나 낳아야 엄마가 나중에 외롭지 않다고 한다. 아들은 엄마 마음을 몰라주기 때문에. 나이 들어도 지금처럼 종알종알 말 많은 아들이면 참 좋겠다.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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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길에 사원을 바라보는데, ‘어?’, 사원 위로 U자 모양을 한 무지개가 떴다. 꼭 하늘에서 주는 선물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사진에는 흐리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거대한 사원 위로 크고 선명하게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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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무지개 리본을 단 사원을 뒤로하고 걸어 나오니 놀이터가 등장했다. 꼬꼬마와 함께 초미니 레일 기차에 나의 거대한 몸을 욱여넣고, 칙칙폭폭, 아니 ‘철커끄커러허러저어러거덕’ 하며 신나게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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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놀이터 곳곳에 그네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물이 고여 탈 수가 없었다. 멀리서 꼬꼬마 혼자 그네 타는 모습을 보니 약간 외로워 보였다. 내가 같이 탔다간 그네가 뚝 떨어질 것 같고, 이럴 때 동생이 있어서 같이 타면 둘 다 얼마나 신날까. 음…

좀 멀리 떨어져 있는 여러 사원을 두루두루 돌아볼 수 있도록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었지만, 꼬꼬마도 슬슬 지쳐가고 햇볕도 뜨거워져서 더는 다니기가 어려웠다. 결국 호텔로 돌아가서 수영하며 오후를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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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할 때부터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결국 비가 왔다. 저녁까지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내일이면 족자를 떠나 우븟(Ubud)으로 가야 하는데, 말리오보로를 떠나기가 참 아쉽다. 아쉬움도 남고 환전도 해야 해서 밤 산책을 나섰다.

 

족자의 이동수단인 안동(Andong, 마차)이다. 베트남의 시클로(Cyclo)와 같은 베짝(Becak)도 있다. 내일 크라톤과 타만사리를 오갈 때 한 번씩 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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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오보로 몰 입구에서 재미있게 사진도 찍고, 꼬꼬마의 마음을 빼앗아간 풍선과 갖가지 장난감들도 구경했다. 물론 눈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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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마는 500원짜리 오토바이를 보물처럼 종일 들고 다니고, 아빠는 그런 꼬꼬마를 안고 다닌다.

 

밤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찐 옥수수와 땅콩을 파는 수레를 발견했다. 꼬꼬마가 워낙 옥수수를 좋아하기 때문에 하나 사줄까 싶어 고민하는 사이에 수레를 놓쳤다. 앞선 수레를 뒤따라서 또 한 아주머니가 수레를 끌고 지나갔다. 이번에는 얼른 가서 옥수수를 하나 샀다.

가격은 3,000루피아. 아래쪽에 있는 숯불에서 열기와 연기가 위로 올라와 땅콩과 옥수수를 찌듯이 익히는 구조인 것 같았다.

아주머니는 수북한 땅콩 더미 안에서 옥수수를 하나 꺼내서 꼬꼬마에게 건넨다. 요 녀석이 들자마자 먹고 싶다고 해서 아주머니 앞에서 껍질을 벗기고 손에 들려주었는데, “우와~ 맛있다!”하더니 아주머니를 향해 ‘엄지 척’을 한다. 아주머니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모두가 만족스럽다. 찐 옥수수 하나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한 얼굴이 넷.

저녁 내내 힘들다고 안아달라고 조르던 녀석이 호텔로 갈 때까지 말 한마디 할 틈도 없다. 옥수수를 뜯어 먹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호텔에 도착할 때쯤에는 옥수수자루만 덩그러니 남았다.

꼬꼬마는 그 빈 자루를 나에게 건네며 “이제 엄마 먹어” 란 다. “헐…니가 다 먹어서 먹을 것도 없잖아~” 했더니 자루 안에 굴러다니는 옥수수 알갱이를 가리키면서 “여기 많이 있잖아”란 다. 허겁지겁 뜯어 먹느라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알갱이들이었다.

꼬꼬마의 성의를 생각해서 남은 걸 뜯어먹는데, ‘우와!’, 진짜 맛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두 개 살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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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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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뉘일 수 있는 곳은 모두 호텔이라고 생각하는 아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다음 떠날 곳을 생각하는 엄마, 냄새로 여행지를 추억하는 아빠가 함께 여행하는 역마살 가족.

* wcok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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