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꼬꼬마와 함께한 인도네시아 여행 – 우붓, 몽키 포레스트

드디어 발리의 꽃이자, 이번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인 우붓(Ubud)에서 간만에 늦잠을 푹 자고 상쾌하게 아침을 맞았다.

 

우리가 있었던 방이다. 숙박 사이트에서 예약해 하룻밤을 4만 원 정도에 묵을 수 있었다. 호텔이라기보다는 게스트하우스에 가까운 분위기랄까… 아무튼 나는 이렇게 투숙객이 적고, 규모가 작은 정원 안에 있는 숙소가 좋다.

 

남편의 감기 증세가 호전되어 이제 좀 다녀볼까 싶었더니, 이제는 꼬꼬마가 슬슬 열이 오른다. 그러고 보면 어제는 공항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었고, 늦은 오후에는 바람을 맞으면서 수영을 했다. 지난 5일 동안 여행의 흥에 취해서 잘 먹고 잘 다닌 것 같았지만, 역시 꼬꼬마에겐 강행군이었다.

다행히 꼬꼬마는 좀 늘어지긴 했지만 음식을 아예 못 먹거나 힘이 없지는 않은 상태였다. 얼른 준비해간 해열제를 한 번 먹였더니 열이 좀 떨어진다. 살만해졌는지 꼬꼬마는 다시 까불기 시작한다.

 

SHJH1649

간단한 과일과 음료가 메인이고, 후식으로는 초 간단한(인스턴트) 아침이 제공된다. 그런데 남편도 감기로 인한 컨디션 저하로 먹는 양이 확 줄었고, 꼬꼬마까지 식욕이 떨어져서 이마저도 남겼다.

오늘의 코스는 대망의 몽키 포레스트. 꼬꼬마는 여행 오기 전 ‘세계테마여행’ 발리-롬복 편을 보며 이곳에 홀딱 반해버렸다. 발리에 도착했던 첫날부터 몽키 포레스트는 언제 가느냐고 노래를 부른 바 있다. 하지만 그렇게 고대하던 몽키 포레스트에 가는 날 아파 버려서 미안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따뜻하고 평화로운 느낌으로 가득 한 거리. 꾸따(Kuta)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IMG_5976_resize

 

아파도 계속되는 꼬꼬마의 브이브이. 하지만 이내 힘들다고 하면서 엄마, 아빠에게 안아달라고 칭얼거린다.

 

SHJH1658

남편이 좋아하는 가면 가게들도 많이 있었지만, 사지는 않고 구경만 했다.

 

SHJH1657_resize

꼬꼬마는 원숭이 만날 생각에 신이 났는지 앞장서 걷기 시작하는데, 어울리지도 않게 뒷짐을 진다.

 

SHJH1659

드디어 몽키 포레스트 입구 도착. 사실 숙소에서 3분 걸리는 거리에 있다. 몽키 포레스트의 입장료는 어른 20,000루피아, 어린이 10,000루피아. 꼬꼬마의 만족도에 비하면 싸도 너무 싸다.

 

들어가기도 전인데 원숭이들이 문 밖까지 나와서 격하게 반겨주신다. 정확하게는 우리를 반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곧 사게 될 바나나를 반기는 거지만… 관람객이 살 수 있는 바나나는 대략 두 종류로 나뉜다. ‘정말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것 같은’ 바나나는 20,000루피아, ‘이건 좀 괜찮다 싶은’ 바나나는 50,000루피아 정도다.

일단 원숭이들에게 얼마나 던져줄지 몰라서 작은 것으로 한 송이 사서 가방 안에 얼른 넣었다. 멋모르고 손에 들고 있다가는 원숭이 떼들한테 습격당하기에 십상일 테니…

 

안으로 조금 걸어 들어가니 그야말로 몽키 포레스트, 원숭이들 천지다. 우리가 동물원에서 보던 원숭이는 이상한 걸 잔뜩 주워 먹어서 그런지, 아니면 갇힌 채로 온갖 더러운 것들과 함께 살아서 그런지 털이 숭숭 빠지고 엉덩이는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는데, 이곳의 원숭이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여긴 정말 몽키 포레스트, 아니 몽키 헤븐이다.

 

넋을 놓고 원숭이들을 구경하던 그때, 몽키의 습격!!  한 원숭이가 꼬꼬마를 향해 돌격했다. 꼬꼬마 몸에 매달리는 것까지는 그다지 위험해 보이지 않았는데, 꼬꼬마의 팔을 잡아서 입으로 ‘냥냥’ 깨물며 맛보는 바람에 꼬꼬마는 깜짝 놀라서 대성통곡을 했다. 이 ‘원숭이 시키’ 눈에도 애들은 만만해 보이는가 보다.

 

SHJH1664

그래도 꼬꼬마는 나가자는 말을 안 하고 아빠 품에 안겨 더 안으로 들어간단다.

 

카메라 앞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모델 아기 몽키.

 

SHJH1676

꼬꼬마는 조금 진정되니까 다시 원숭이들이랑 놀고 싶은 모양이다. 바나나를 주고 싶대서 하나를 손에 쥐여줬더니 원숭이가 오기도 전에 황급히 던져버렸다.

 

SHJH1678

아기 원숭이를 꼭 안고 다니는 엄마 원숭이에게도 바나나를 하나 투척, 기분이 좋아졌다.

 

SHJH1733

열대 우림이 어떤 것인지 살짝 맛볼 수 있던 숲 속의 풍경. 몽키 포레스트래서 원숭이가 많이 있는 작은 산 정도를 생각했는데, 정작 와서 보니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정글 느낌이 물씬 나는 거대한 열대 숲이다. 원숭이 구경도 재미있었지만 숲으로 들어가는 느낌도 너무 좋았다.

 

꼬꼬마가 좀 전의 습격으로 깜짝 놀란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하나도 무섭지 않은 척하면서 먼저 원숭이에게 접근하는 걸 보여주려 했는데, 나중엔 직원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아예 원숭이를 어깨에 올려보기까지 했다. 표정은 웃고 있지만, 속으론 상당히 무서웠다. 멀리 있을 땐 전혀 알 수 없었던 몽키들의 구린내도 느껴보고…

이렇게 내가 먼저 원숭이와 접촉을 시도하니 꼬꼬마의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SHJH1705

저 표정, 니가 몽키냐. 꼬꼬마는 나무 위로 휙휙 뛰어다니는 원숭이를 보고는 신나서 껌뻑 죽는다.

 

발리 섬의 자랑인 코모도왕도마뱀 석상 옆에서 꼬꼬마는 정의의 용사에 빙의됐다. 물론 용사가 되어서도 브이는 포기하지 못한다. 꼬꼬마가 나중에 이 사진을 보면 뭐라고 하려나 싶다. 꼬꼬마야, 절대 엄마가 하라고 시킨 건 아니란다.

 

SHJH1734

몽키 포레스트 안에는 이렇게 작은 힌두교 사원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사원에서 무슨 행사가 있는지 사람들이 전통 복장을 하고 열심히 드나들었다.

 

엄청난 크기의 나무다. 아래서 위로 올려다보고 있자니 무슨 다큐멘터리 영화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SHJH1735

숲 속의 계곡은 몽키들의 목욕탕이고 길다란 나무의 뿌리와 줄기들은 몽키들의 놀이터이자 이동 수단이 된다. 숲의 주인으로, 이리저리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동물들을 만난다는 게 참 좋았다.

물론 우리가,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

 

구석구석 다녀보려면 한나절은 보내야 했지만, 꼬꼬마의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좀 더 돌아본 뒤 밖으로 나왔다.

 

IMG_6011

몽키 포레스트 거리에 있는 나름 유명하다는 정원 카페에 들러 시원한 주스와 당근 케이크로 에너지를 보충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SHJH1752

햇볕이 가장 뜨거운 시간이라 꼬꼬마가 더는 다니기가 힘들어졌다.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 열도 떨어뜨릴 겸 수영 한판을 즐겼다. 물에서 놀고 나니 꼬꼬마는 열이 좀 떨어졌다.

꼬꼬마는 과하게 물놀이를 즐기느라 몸이 노곤해졌는지 금방 낮잠에 빠져들었다. 남편도 옆에서 잠들었다. 나는 방문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달달 시원한 아이스티 한 잔 시켜놓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읽을 수나 있을까’ 하며 가지고 갔던 산티아고 여행기를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읽기 쉬운 책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것 없이 오롯이 책에만 마음 두고 읽은 게 정말 오랜만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앉아 있던 라탄 의자는 어찌나 편안하던지, 폭신폭신 탱글탱글한 탄력으로 나의 묵직한 몸을 받아줬다. 그 의자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짧아서 더 달콤했던 휴식을 끝내고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다시 외출했다.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각자의 여행님께 있습니다. 텍스트와 이미지 등 콘텐츠의 무단 사용 또는 도용 시 저작권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콘텐츠 사용은 해당 작가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각자의 여행

각자의 여행

몸을 뉘일 수 있는 곳은 모두 호텔이라고 생각하는 아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다음 떠날 곳을 생각하는 엄마, 냄새로 여행지를 추억하는 아빠가 함께 여행하는 역마살 가족.

* wcoke@naver.com
각자의 여행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