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남해 – 대한민국, 남해

소금기 어린 바다 내음이 그리울 때가 있다

삐걱이는 어선, 흘러가는 파도, 부서지는 물 빛. 불빛으로 눈 아프지 않고 햇살이 눈부신 곳. 곳곳에 자연의 소리와 움직임이 묻어나서 아무 말 없이 천천히 걸어도 마음이 놓이는 그런 곳.

내리쬐는 햇살 아래서 깊숙이 찰랑이는 바다결을 바라보면, 누군가의 품처럼 안도하고 가슴을 쓸어 다시 채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떻게든, 어디로든 가야만 했다. 그래야만 숨을 쉴 것 같아서, 마련한 차비로 짐을 챙겼다.

하루종일 끝없는 바람이 온몸을 감싸고, 밤이 되면 발자국 조심스러운 고요함이 머무는 곳으로.

 

 

남해는 평화로웠다. 농작물이 쌓이고, 강아지가 동네를 누비며, 길 한가운데서 염소도 만난다.

사람들이 선호할 만한 해변은 펜션과 게스트하우스가 존재하지만, 그렇게 혼잡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여행객 대부분은 마을의 풍경에 스며들었고, 온전한 마을의 냄새가 곳곳에 남아 있었다.

 

 

사람 사는 조용한 마을. 어르신과 마주치면 조심스레 인사를 드렸다. 멀리 계시면 목례로, 가까이에서는 유난스럽지 않은 목소리로. 너무나 자연스레 인사를 받아주셨고 한마디 말씀도 건네신다. 마치 마을 주민이 된 것처럼 어색함이 없다.

동네 구석에 쪼그려 사진을 찍고 있으면 그런 게 이뻐 보이냐 하시며, 저 언덕 언저리에 오래된 나무가 있다고 알려주셨다.

 

 

가장 더운 날의 도보여행. 바다에 들어가지 않아도 셔츠가 달라붙고. 불어오는 바람이 걸음을 부추기며 여행은 짙어간다.

어느 하루는 발바닥이 저리도록 걸었고, 그 다음 날은 그저 숙소 근처에서 지냈다. 그런 날의 반복이지만 시골길을 지나며 만나는 풍경만으로도, 내일의 고민을 잊기에 충분했다.

 

 

누군가 이미 머물렀겠지만 나만 알고 싶은 장소도 생겼다. 모두들 휴가지로 떠나는 시기라 같은 바닷가라 해도 때묻지 않은 장소가 확연히 구분되었고, 오래 머물지 못한 것은 아쉬워서 계절이 물들인 옷으로 갈아입을 때 다시 오리라 다짐했다.

살다 보면 언젠가 한번은 가겠지, 정도였던 남해는 이렇게 꼭 다시 가야 할 여행지로 꼽게 되었다.

 

 

지방을 여행할 때, 흔히 말하는 시골 정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까

사실, 시골 정서라는 표현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분위기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모두들 다르며, 어느 누구에게는 투박함이, 또 다른 사람은 친절함을 기준으로 할 수도 있다.

다만 지역 주민이 거의 없는 관광지에서 인심을 논하거나, 삶의 터전 앞에서 여행자라는 것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어떤 응대와 같은 특별한 ‘서비스’를 바라는 이들이 있다면 다소 주제넘더라도 조금은 다른 말을 하고 싶다.

그저 그 마을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좋겠다. 기대한 바와 다르다 해서 실망하지 않으면 좋겠다. 여행객이기 이전에 신원조차 모르는 외딴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좋겠다.

이를테면 마을 주민을 언제 한번 만났던 것처럼 반갑게 인사를 표하는 것이 좋은 의도라 해도, 이쪽은 굉장히 낯설 수 있다. 시골 인심이라고, 여행을 왔다며 기분 좋게 ‘하나 더’를 외칠 때, 듣는 사람은 그 단어를 하루에 몇 번이나 들었을까.

여행지에 사는 사람도 내 집 근처의 이웃처럼 평범하다. 그래서 나를 모르는 이들이 주는 작은 친절만으로도 기쁘고 좋았던 기억이 남는다.

언제나 해석의 여지가 다르고 결과를 알 수 없는 만큼 여행자의 들뜬 마음은 한발 물러서서, 마을 주민과 앞으로 방문하는 모든 이의 평온함이 우선이면 좋겠다. 마을은 분명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줄 것이다.

애써 잘 보이려 하거나 다가가지 않아도 서로의 기본이 지켜지고, 흐름이 깨지지 않았을 때 온전함이 가능하지 않을까.

 

“여행자는 잔잔한 호수 앞에 조약돌을 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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