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세계여행 #6, 자연이 빚은 거대한 숲 –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샌프란시스코를 지나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서 요세미티(Yosemite)까지는 차로 4시간 정도가 걸린다. 적당한 대중교통수단이 없기 때문에 렌터카를 이용해서 가는 방법이 제일 수월하다. 물론 렌터카를 제대로 빌렸을 때 말이다.

요세미티를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하고 싶은 욕심에 아침 6시로 알람을 맞춰 놓았지만 전날의 피로 덕분일까. 우리 둘 다 7시 반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버스만 타고 렌터카만 빌렸는데도 이렇게 피곤하다니.

부랴부랴 짐을 정리하고 8시에 집을 나섰다. 샌프란시스코의 아침은 안개였다. 장거리 운전인데 계속 안개면 위험할 텐데… 하는 생각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안개가 사라진다. 요세미티까지는 차 한번 막히지 않고 도착했다. 이제 4시간 정도는 거뜬히 운전하고도 남는 체력이 되었다. 미국에서 4시간 운전은 그냥 옆 동네 가는 수준이 된 거 같다.

요세미티 가는 길은 또 다른 매력이었다. 미국은 나라가 넓어서 길마다 서로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운전하는 맛’이 아닌가 싶다. 침엽수림을 가로지르는 장면은 혼자 보기 아까워 액션캠으로 촬영 했다. 날도 맑아 멋진 영상이 잡힐 것만 같았다. 나중에 미국 도로만 모아서 Driving USA라는 동영상도 만들어야지.

 

안전을 위해 모든 음식은  텐트 입구 옆에 있는 초록 통에 음식을 넣어야 한다

 

요세미티도 다른 국립공원과 마찬가지로 30달러의 입장료를 받는다. 나는 하프돔 빌리지(Half dome Village)의 캔버스 텐트를 예약했다. 요세미티 안에는 여러 숙박시설이 있다. 우리가 빌린 텐트가 가장 저렴한 시설이고 호텔이나 리조트 같은 가족 방도 여럿 있다. 물론 가격이 시중보다 비싼 편이다.

처음에는 체크인 사무실을 찾지 못해 주변을 좀 헤맸다. 지나가던 꼬마가 나를 보고 말을 건다.

 

“어디 찾아?”
“체크인 하려는데 비지터 센터가 어디 있는지 알아?
“어…여기서 내려가면 공사 중인 도로가 있는데 어쩌구 저쩌구…말로 설명하기가 좀 어렵네”
“그래 고마워 찾아보지 뭐. 너도 여기 텐트 예약했어?”
“아니, 나는 여기 살아”

 

요세미티에도 사람이 사는지 처음 알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요세미티에는 하프돔 빌리지, 요세미티 빌리지 등이 있는데, 주민들은 그곳에 살고 있었다. 아내는 요세미티에서 태어나 평생 이곳에서 산다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본다. 대도시로 나가고 싶지는 않을지, 심심하지는 않을지…

방문자인 우리가 보는 요세미티와 여기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이 보는 요세미티는 어떻게 다를까. 앞으로 1년 동안 온전히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는 아마도 풀기 어려운 숙제일 것이다.

 

텐트는 단출했다. 2인용 침대 1개와 1인용 침대가 2개. 그리고 히터와 선반이 전부였다. 다행히 전기는 들어온다.

 

체크인 센터를 찾아가니 온통 곰 이야기뿐이었다. 곰이 자주 출몰하니 음식은 별도로 마련된 음식 통어 넣어라, 자동차에는 절대 냄새나는 음식물이나 화장품 등을 놓지 말아라, 텐트 안에도 음식을 넣지 말라는 이야기. 사무실 한편의 화면에는 곰의 야생성을 살리기 위해 인간들이 함께 돕자는 비디오가 상영되고 있었다.

 

 

아내는 그런 사람이었다

음식을  보관통에 넣고 주변을 하이킹하러 갔다. 미러 레이크(Mirror Lake)라는 곳을 가는데 아내가 어제부터 팔이 저리 단다. 한국에서부터 목 디스크 기운이 있었는데 여행을 하면서 육체적으로 무리를 했는지 며칠 전부터 아프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짐을 아예 들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여행 처음부터 아파서 무거운 걸 못 든다고 자주 말했던 아내. 짐 드는 걸 줄여보려고 했지만 매일 강행군이다 보니 아무래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다.

 

트레킹 중에  만난 요세미티 풍경

 

나는 한국에서 왜 치료를 하고 오지 않았는지 짜증이 났다. 여행 준비하는 3달 동안은 뭐 하다가 이제 와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소리를 하느냐고 했다. 아내는 아픈 것도 서러운데 그런 말을 하냐며 화가 났다.

 

우리는 트레킹 하는 동안 말이 없었다.  화는 났지만 그래도 사진은 찍어야지

 

트레킹을 마치고 다른 곳을 보러 가기 전, 다시 액션캠을 자동차 지붕 위에 붙였다. 요세미티의 풍경을 놓칠 수 없었다. 단단하게 고정된 줄 알았던 카메라가 얼마 달리지 않아 떨어지고 말았다. 비극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반대 차선에서 달려오던 차의 바퀴에 깔리면서 카메라는 산산조각 났다.

 

카메라 협찬 문의. 손병익 농협 110-2358…

 

메모리카드라도 살아있기를 바랐다. 다급한 마음으로 바닥을 뒤졌지만 메모리카드 역시 산산조각 났다. 이로써 어제와 오늘 찍은 영상은 다 날아갔다. 울고 싶었다.

기껏 찍은 영상이 다 날아갔고(오늘은 새로운 각도도 시도해봤는데), 카메라를 다시 사야 할 생각을 하니 망연자실했고, 무엇보다 아내에게 뭐라 해놓고 정작 사고는 내가 저질렀다.

 

 

지 잘난 줄만 알고 남한테 뭐라 그러던 손병익, 너도 실수해보니 기분이 어때? 민망하지 않아? 아내의 그런 작은 실수쯤은 넘어갈 수도 있었잖아, 안 그래?  나는 미안한 마음에 아내에게 한동안 말을 걸지 못했다.

아내는 카메라야 얼마 안 하니 새로 사면되고 영상이야 우리 여행할 날이 1년이 남았는데 다른 멋진 곳에 가서 또 찍으면 되니 너무 낙심하지 말란다.

아내는 항상 그랬다. 내가 아내의 실수에 핀잔을 줘도 아내는 내 실수에 관대했다. 돈 나가는 실수를 해도 사람만 다친 게 아니면 괜찮다며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었다.

여행을 하며  아내에게 작은 실수로 핀잔을 주고 짜증내는 일이 종종 있었다. 나는 주어진 것을 당연히 여기고 모진 말만 하는 못난이였다. 자연이 빚은 거대한 요세미티에서 내가 간절히 바라진 않았지만 온 우주가 나서서 나의 반성을 도와주었다.

 

 

카메라 때문에 우울한 마음이 좀처럼 가시질 않아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가로등도 없는 요세미티는 저녁 6시만 되어도 어둑어둑해지고  7시에는 완전한 어둠에 빠져든다.

 

‘뭐? 너 그 라면 국물 안 먹는다고?’ ‘그럼 내가 먹을게’

 

저녁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온 농심 컵라면. 요세미티에서 먹는 컵라면이라니. 미국 음식이 입에 맞는다고 노래를 하던 내가. 한국에서는 남은 라면 국물은 쳐다도 보지 않던 내가 아내의 라면 국물까지 다 먹어버린 걸 보니 아무래도 조금은 한국이 그립긴 한가 보다.

 

참고로 요세미티 안에는 식당도 있고 마트도 있으니 음식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마트에 가면 심지어 CJ에서 나온 쌀밥까지 있다

 

 

저녁을 먹고 나니 완연한 어둠. 강제로 자연이 휴식을 준다. 도시에서는 저녁에도 여기저기 다녔는데 여기서는 온전히 저녁을 쉴 수 있다. 그렇게 요세미티의 첫날이 넘어간다. 수많은 별이 요세미티를 덮쳐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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