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vana Blues #12(2) – 쿠바, 카마구웨이

Havana Blues #12(1)에서 이어집니다

 

반가운 사람이 도착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카마구웨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발걸음이 가벼웠다. 반가운 사람을 맞으러 가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트리니다드의 ‘레오네 까사’에서 마주쳤던 현정 누나다. 누나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카마구웨이부터 여행 경로가 같다는 걸 알게 되면서 함께 여행하기로 했었는데, 드디어 합류하게 된 거다. 여행이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몸도 지치고 주머니 사정도 빠듯한 때였다. 좋은 동행자를 만날 수 있어서 많은 힘이 됐다. 행운이었다.

터미널에 나가서 얼마간 기다리자 외국인 버스에서 익숙한 얼굴이 내렸다. 너무 반가웠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쉴 틈 없이 폭풍 수다를 떨었다.

 

‘누나! 와, 이렇게 또 보네요! ’
‘그러게 잘 지냈어? 밥은 먹고 다녀? 하하하’

 

 

카마구웨이 풍경

 

반가운 재회도 잠시, 우리는 숙소에 들러 짐을 풀고 거리로 나섰다.

 

‘누나, 여기 맛있는 스파게티 파는 데를 알아놨어요!’

 

나는 자신 있게 어제 미리 봐둔 스파게티집으로 누나를 데리고 갔다. 쿠바의 여느 음식점과 달랐다. 마치 화려한 패스트푸드점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치즈와 햄이 잔뜩 올라간 스파게티 한 접시가 단돈 800원이었다

 

‘와 정말 맛있어! 감동이야. 쿠바에서 이런 퀄리티 스파게티라니!’
‘그러게요. 진짜 카마구웨이는 천국이야! 심지어 여기 펩시콜라도 판다니까요!’

 

쿠바를 여행하면서 시원한 콜라 한 캔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모른다. 물론 그냥 콜라가 아니다. 펩시나 코카콜라 같은 오리지널 콜라들이다. 안타깝게도 쿠바 특성상 수입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어설프게 콜라를 흉내 낸 ‘Ciego Montero’(국영 콜라)뿐이었다. 오리지널 콜라에 대한 갈증은 도무지 해결할 길이 없었던 상황. 그러니 파란 바탕에 태극무늬를 한 펩시콜라를 본 순간 나는 이성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냉장고 안에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태극무늬 콜라 (아… 자본의 맛이란..!). 그리고 쿠바의 콜라 Ciego Montero

 

스파게티와 목구멍을 간지럽히는 콜라를 금세 먹어 치우고 우리는 카마구웨이 교외까지 걸어 나가보기로 했다.

 

 

쿠바의 야구를 눈앞에서 만나다

 

무작정 걷다 보니 저 멀리 야구장이 눈에 들어왔다

 

‘누나! 저 야구장 꼭 가보고 싶어요. 운 좋으면 쿠바 선수들이 야구 경기하는 걸 볼 수 있을지도 몰라요!’

 

나는 흥분해서 말했다. 나는 야구를 사랑하는 야구 마니아다. 야구 강대국인 쿠바의 야구를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충만해졌다. 나는 성큼성큼 야구장으로 향했다. 야구장에 들어서니 어디선가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펑! 펑! 펑!’

 

쿠바의 야구를 눈앞에서 만났다

 

마침 운 좋게도 카마구웨이의 대표 팀이 훈련하고 있었다. 선수들을 비지땀을 흘리며 열심히 타격 연습 중이었다. 나는 쿠바의 야구를 직접 보고 있다는 사실에 몹시 흥분해 있었다. 그때 한 선수가 친 공이 쭉쭉 뻗어 담장을 넘겼다. 홈런이었다. 나는 내가 친 것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그렇게 대표 팀의 훈련을 끝까지 지켜봤다. 야구장을 나서려고 자리에 일어섰는데, 선수 한 명이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붙임성 좋은 현정 누나가 먼저 나섰다.

 

‘같이 사진 한 장만 찍어줘요!’
‘물론이지. 자, 찍어요. 하하하!’

 

좋았어! 자연스러웠어!

 

그는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어줬다. 뭔가 쿠바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넉살 좋게 팔 하나를 그의 어깨에 올리고 포즈를 취했다. 나는 우리와 전혀 다른 그의 골격에 잠시 당황했다. 그는 태평양 같은 어깨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태연한 척 사진을 찍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야구선수가 ‘야시엘 푸이그’ (쿠바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야구선수. 메이저리그 LA다저스 소속이다)예요. 쿠바 야구는 정말 대단해요!“
‘한국 야구도 세계 최고 수준이지. 만나서 반가웠어! 즐겁게 여행해! 하하하’

 

우연히 들렀던 카마구웨이 스포츠바

 

 

쿠바의 흥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카마구웨이의 풍경

 

야구장을 나와서 누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는데 음악이 흘러나오는 건물 앞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건물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누나! 저쪽에 사람들 모여있는데 공연 같은 걸 하나 봐요? 저기 가볼까요?’
‘그러게? 무슨 학원 같은데?’

 

웬만한 성인 댄스팀보다도 짜임새 있고 파워풀한 군무를 보여주었던 아이들

 

유리창 너머로는 10살 전후로 보이는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선생님처럼 보이는 남자는 아이들의 춤이 만족스러운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손뼉을 쳤다. 밖에 서서 구경하고 있던 우리와 다른 사람들도 같이 박수를 보냈다. 댄스 공연의 관객이 된 것 같았다.

나는 뭐 하는 곳인지 궁금해서 같이 구경하던 아주머니께 물어봤다. 이곳은 카마구웨이뿐만 아니라 쿠바에서도 잘하기로 손꼽히는 댄스 아카데미라고 한다. 그 얘기를 들으니 쿠바 어디를 가도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살사 스텝을 밟고 있던 장면이 떠올랐다. 아이들이 열정적으로 추는 살사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우리는 말 없이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와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쿠바 사람들의 흥은 뭔가 타고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누나…’

 

우리는 마지막 연습장면까지 다 보고 나서야 걸음을 뗄 수 있었다. 시내에서 대충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완전히 지친모습으로 숙소에 도착했다.

 

‘준형아, 우리 내일은 어디로 이동하는 거야?’
‘따로 정해둔 곳은 없어요 라스 투나스(Las Tunas)나 올긴(Holguín) 정도 가보면 어떨까 싶은데…
‘그래! 그럼 내일 날 밝으면 버스터미널로 가서 표 있는 버스 타고 어디든 가자!’

 

나도 나지만, 이 누나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터미널 가서 표만 있다면 어디든 가자니… 이 누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멋있었다.

 

‘그래요. 내일은 뭐 어떻게든 되겠죠. 일정 정해서 다니는 사람들도 아니니… 하하하!’
‘여기까지 잘 왔잖아. 내일은 더 재미있는 일들이 있을 거야. 끝까지 완주해보자 우리!’
‘맞아요. 어디라도 못 가겠어! 얼마 남지 않은 여행, 불태워 봐요. 우리!’

 

무슨 주문처럼, 앞으로 남은 여행이 술술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카마구웨이에서의 마지막 밤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우리는 세상 모르게 깊은 잠에 빠졌다. 다음 날 얼마나 버라이어티한 하루가 될지 모른 채로…

 

매번 지나는 길에 앉아 항상 밝은 미소를 보여주셨던 앵무새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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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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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행하는 모든 곳에서 그들의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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