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세계여행 #5, 악마의 섬 앨커트래즈와 금문교 – 미국,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의 핫스팟, 앨커트래즈

 

배를 탈 수 있는 Pier 33으로 향했다. LA처럼 샌프란시스코도 대중교통이 잘 마련돼 있었다. 뮤니패스(Muni Pass)만 구매하면 천하무적, 어디든 다닐 수 있다

 

어느덧 미국여행도 2주째 계속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LA만큼 관광지가 많은 것 같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나는 아무것도 볼 것 없는 동네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뭔가는 봐야 했다. 김양이 알려준 트립어드바이저 앱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평이 좋은 관광지를 찾아봤다. 1위는 앨커트래즈 섬(Alcatraz), 2위가 금문교(Golden Gate Bridge)였다. 앨커트래즈는 샌프란시스코에 딸린 작은 섬에 있는 악명 높은 감옥인데,  그 섬에 가면 샌프란시스코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단번에 가기로 결정했다.

 

오늘 티켓은 이미 마감되어 예약만 가능했다. 너무 비싼 너. 감옥이라는 테마에 야경까지 덤으로 볼 수 있어서인지 나이트투어도 있었다. 데이투어보다 6달러 더 비싼 49.45$

 

앨커트래즈는 배를 타고 들어가기 때문에 인원 제한이 있다. 굉장히 인기가 많은 투어라서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투어와 관련된 사이트가 여럿 있었는데 가격대가 제각각이다. 우리는 공식 사이트처럼 보이는 곳에서 티켓을 샀다. 11시 타임 투어였다. 모든 게 순조로웠지만 모노비노가 갔던 4년 전만 해도 26$였던 게 지금은 43.45$로 엄청나게 급등한 사실에 눈물을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미니 배를 타고 간다. 날이 너무 좋다. 점점 도시에서 멀어진다. 저 멀리 그 유명한 금문교가 보인다

 

배를 타고 15분 정도 가니 섬에 도착했다. 앨커트래즈는 1934년부터 1963년까지 감옥으로 사용됐다. 절대 탈출할 수 없는 감옥이라 해서 ‘악마의 섬’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죄수들은 대부분 유괴, 살인, 마피아 등 흉악범이었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너무나도 가까운 이 섬이 왜 절대 탈출할 수 없는 감옥이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앨커트래즈에 도착했다

 

앨커트래즈 감옥을 투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관광가이드를 따라다녀도 되고, 오디오 가이드 투어를 해도 된다. 하나가 더 있었는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모노비노에게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다고 들어서 오디오 투어를 했다. 이 모든 건 무료이다(티켓이 그렇게 비쌌는데 이것도 돈 받았으면 분노할 뻔했다). 오디어 투어는 오디오에서 지시하는 곳으로 가서 설명을 듣는 형태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흐름이 망가지기에 십상이다.

 

오디오를 빌렸습니다. 영롱한 한국어가 나옵니다

 

나는 사실 길치이기도 했고 이해력이 부족해서 손뱅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따라다녔다. 공부한다는 패기로 영어 가이드를 들어볼까 1초 정도 고민했었는데, 그랬다면 투어는 바로 망했을 거다.

 

 

감옥 내부. 훤히 뚫린 상태에서 화장실 일도 봐야 하는 건가… 모든 감옥이 독방으로 되어있었다

 

 

잘 못 했습니다

 

 

손에 닿을 듯한, 그러나 결코 닿을 수 없던…

 

앨커트래즈내부

 

흉악범들 프로필. 신기하게도 유괴범이 많다

 

오디오 투어의 재미 중 하나가 이 감옥에 갇혔던 죄수들이 나와서 그때의 경험을 털어놓는 거다. 그러니깐 죄짓고 감옥 갔다 온 경력으로 돈을 벌고 있는 거였다.

 

탈출을 시도하던 죄수들이 교도관들과 총격전을 벌인 현장

 

 

절대 탈출할 수 없다는 앨커트래즈였지만 죄수들의 탈출 시도는 몇 번 있었다. 한 번은 총격전까지 벌어지면서 여러 명의 교도관이 사망하기도 했다. 물론 모든 죄수가 탈출을 시도했던 건 아니다.  형을 마치기까지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던 낭만파 죄수들도 있었다.

 

탈주범들이 만든 밀랍인형

 

몇 건의 탈출극 중에서도 정말 그들이 탈출했는지 익사했는지 소문이 분분한 3명의 탈주범이 있다. 그들은 벽을 파내고는 그 구멍으로 탈출했는데, 교도관들의 시선을 피하려고 자신들의 밀랍인형까지 만들어 놓는 치밀함을 보였단다.

 

앨커트래즈에서 바라본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앨커트래즈 섬까지는 불과 2킬로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배로는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감옥에서도 도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말이지 손을 뻗으면, 조금만 헤엄치면 닿을 수 있을 거 같다. 그래서 죄수들은 더욱 탈주의 꿈을 꾼 게 아닐까. 하지만 이곳은 물살이 세고 온도도 차가워 맨몸으로 건넌다는 건 굉장히 어렵단다. 악마의 섬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것. 과연 그 탈주범 3명은 살았을까 죽었을까? 아마도 어디선가 잘살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앨커트래즈가 다른 감옥과 비교해 특별한 건 아니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도심과 함께 바라볼 때면 두 곳이 선명하게 대비되면서 특별해진다. 탈출할 수 없는 감옥에서 활기찬 도시를 바라보는 건 얼마나 잔인한 일이었을까.

 

다시 떠나는 배 안. 안녕 (구)감옥아. 세상이 뒤집어져서 다시 감옥이 될 일이 없길 바란다

 

비싼 티켓 값에 마음이 쓰렸지만 샌프란시스코를 조금 멀리서 볼 수 있었고 감옥 투어까지 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름다웠던 금문교 앞에서 나는 점점 침체됐다

 

투어를 마친 우리는 출출해졌다. 길을 걷다 우연히 기라델리 스퀘어를 보게 됐다. 초콜릿 마니아 손뱅이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 우리는 마치 자석에 끌리듯 달려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기라델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만들어진 초콜릿 브랜드인데 진짜, 진짜 너무 맛있었다. 샌프란시스코를 벗어나니 더 이상 이 카페를 볼 수 없어서 이때 더 먹고 오지 않을 걸 두고두고 후회했다.

 

금문교 풍경. 아름다웠다

 

아이스크림을 흡입하고 그 유명한 금문교에 갔다. 사실 나는 금문교(Golden Gate Bridge)라고 해서 다리가 금색인 건가, 무식한 생각을 했었다. 골든게이트는 골드러시 시대에 샌프란시스코 만을 부르던 이름에서 시작됐단다. 골든게이트 해협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금문교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다리는 정말 예뻤다. 풍경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그런데 정작 금문교는 내 눈에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손뱅에게 이 다리가 도대체 왜 유명한 거냐, 서해대교랑 다른 게 뭐냐는 등 또다시 무식한 질문을 했다.

 

금문교 케이블 단면. 작은 철 케이블을 엮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대단하다

 

금문교가 건설될 시기에 미국은 대공황을 겪고 있었다. 많은 건설 전문가는 금문교를 절대 건설하지 못할 거라고 호언했는데, 이때 한 건설가의 피땀으로 다리가 완성될 수 있었다.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고, 미적으로나 실용적으로도 높은 가치가 있단다. 사람들은 이 다리를 건널 때마다 상당한 톨비를 부담해야 한다.

우리는 다리를 건너보았다. 끝까지 가면 걸어서 40~50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한 2/3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게 걱정돼서 방향을 틀었다. 우리처럼 그냥 걸어도 되고 자전거를 빌려서 탈 수도 있다. 긴 거리 때문인지 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았다.

 

도대체 이 좋은 걸 보고도 난 왜 그랬을까. 이렇게 사진으로 다시 보니 그때 온전히 즐기지 못한 게 후회된다

 

사실 나는 이때 계속되는 여행으로 인해 피로도가 너무 높아져 있었다. 100이라는 아무리 좋은 걸 봐도 나에겐 10 정도로 밖에 다가오지 않았다. 감동은커녕 이 여행이 별로 즐겁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금문교와 서해대교를 자꾸 비교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오늘 하루 모든 것이 완벽하게 아름다웠고 즐거웠지만 나는 이상하게 점점 침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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