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6,088m, 나에게 박수를 보냈다 – 볼리비아, 와이나포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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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나포토시 정복기

 

와이나 포토시는 고도가 6,088m나 되는, 정상 등반이 힘들다고 소문이 자자한 설산이다

 

2박 3일 일정의 와이나포토시(Huayna Potosi) 트레킹은 엄청난 체력을 요한다. 고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아이젠이나 무거운 방한 용품을 온몸에 주렁주렁 매달고 꼬박 여섯 시간을 등반해야 되기 때문이다. 첫날과 이튿날은 고산지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산 중턱의 베이스캠프에서 고산병 약, 비타민, 홍삼 캔디를 챙겨 먹으며 체력을 비축했다.

 

헬멧에 부착된 한 줄기 빛을 내뿜는 헤드랜턴과 허리춤에 묶인 굵직한 로프에 몸을 의지해 등반을 시작했다

 

대망의 마지막 날, 자정을 갓 넘긴 새벽 1시. 어둠이 짙게 깔려 있는 데다, 눈으로 덮인 산을 개별적으로 오르는 것은 매우 위험했기 때문에 한 명의 가이드와 등반하는 사람 세 명, 총 네 명이 팀을 구성해 올라야 했다. 나는 이제 막 국방의 의무를 마친 건장한 노르웨이 청년 두 명과 같은 팀에 배정되었다. 이번 트레킹도 무사히 완주할 것이라는 믿음과 신념으로 눈밭에 발을 내딛었다.

 

정상의 능선이 정확하게 보이는 5,700m 지점에서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이번 트레킹도 문제없이 성공할 것이라는 나의 자신감이 아주 오만하고 방자한 착각이었다는 사실이다

 

선두에서 우리 팀을 이끌고 있던 가이드에게 이제 그만 내려가자고, 더 이상 오를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등반하는 것을 포기하면, 우리 팀원 모두가 정상에 오를 수 없었다. 이를 악물고 인내심을 발휘해 그 말을 목구멍 깊이 삼켜 냈다.

 

경사가 60~70도나 되는 난코스를 마지막으로 우리는 끝내 아찔한 정상에 섰다

 

이미 발가락의 감각은 잃어 버린 지 오래였고, 손가락 마저 얼어 버릴 것 같은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인생사진을 남기겠다는 간절한 바람 하나로 품 안에 고이고이 넣어둔 휴대폰을 꺼냈다. 하지만 영하 20도의 기온에 휴대폰의 전원마저 맥없이 꺼지고 말았다. 그래도 좋았다. 이 멋진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하게 되었지만, 전혀 아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순간만큼은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독하게 정상을 오른 내게 기특함과 대견함의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구름이 티티카카 호수를 덮고 있어 전경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 발 아래 펼쳐진 아찔한 설산의 전경, 그리고 정상을 뒤덮고 있는 새하얀 눈을 퍼먹는 경험 그 자체만으로 나의 심금을 울리기 충분했다

 

끝이 없을 것 같았던 오르막길엔 끝이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엔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은 온데간데없었다. 새로운 도전에 자꾸만 손을 뻗으며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을 느끼는 날이 많아지면서 어떠한 도전이든 감당하지 못할 것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사람이라고 믿었다.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는 용기의 씨앗에 따스한 햇빛을 쬐어주고 시원한 물을 뿌려 주며 나날이 나의 한계를 갱신해 나가는 모습이 스스로 마음에 들었다.

 

본 콘텐츠는 ‘쫄보의 여행(시드페이퍼)’ 저자인 이승아 작가님과의 협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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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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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자의 운영자. 얼마 전 육아의 늪에 빠져든 이후 당분간 여행은 포기했다. 해묵은 여행 사진을 뒤적이거나 남의 여행기를 탐하고 있다. 기고는 언제나 대환영! contents@travelwri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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