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 해 일주 #3, 거대한 열대 수족관 – 멕시코, 셀하

셀하를 가기 위한 우리의 결론은…

 

셀하는 일종의 천연 워터파크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부부는 한국에서 캐리비안 베이 같은 워터파크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마누라는 너무 당연하게 멕시코 최고의 에코 테마파크라고 하는 셀하(Xel-ha)를 일정에 넣었다. 셀하는 툴룸(Tulum)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다. 툴룸 일정이 계획되어있는 부부에겐 칸쿤에서 투어로 가는 것보단 직접 가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편리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홀보쉬에서 출발해 칸쿤에 도착한 날은 17일이었고 호텔 존 리조트 체크인은 20일이었다. 나흘 동안 남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겠다며 돈을 더 주고 셀하 투어(티켓, 교통 포함 94달러/1인)를 예약했다. 하지만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 내내 칸쿤의 날씨가 좋지 않아서 갈 수 없었다. 예약하며 걸어둔 보증금이 아까워 표를 버리지도 못하고, 결국 칸쿤에 하루 더 머무르며 셀하를 다녀오는, 바보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비싼 돈을 주고 어렵게 도착한 셀하. 그래도 우리는 즐겁게 놀기로 했다

 

리조트 후유증으로 아직 배앓이를 하는 신랑은 투어 버스를 타고 셀하로 가는 내내 인상이 꼬깃꼬깃, 마누라도 말이 없다. 게다가 대형 투어 버스는 한 좌석도 버리지 않을 정도로 꼼꼼하게 관광객들을 실었다. 탑승객 한 명, 한 명씩 꼼꼼하게 티켓팅 하는 건 물론이었다. 덕분에 한 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거리를 세 시간이나 걸려서 갔다. 6시 40분에 숙소에서 나섰던 우리는 10시가 넘어서야 셀하에 도착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태어나서 스노클링을 처음 해 본 마누라는 나름 재미있었고, 다이빙 자격증도 가지고 있는 신랑은 돈이 아깝다고 했다. 앞으로도 툴룸, 쁠라야 델 까르멘. 코수멜(Cozumel), 이슬라 무헤레스(Isla Mujeres) 등 스노클링 외에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여행지가 많이 남은 부부에게는 아무리 모든 게 포함돼 있다고 해도 198달러, 한화로 20만 원도 넘는 셀하 티켓을 산 건 살짝 후회되긴 한다.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본전 뽑기’

 

바닷속에서 수많은 물고기와 헤엄치는 기분이란!

 

셀하는 짠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 조성해 놓은 거대한 오션 파크이다. 마치 잘 꾸며진 넓은 어항에서 노는 것 같다. 깃발 꽂힌 스노클링 포인트에서 셀 수도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물고기 떼를 만날 때는 환상적인 기분과 함께 물고기 똥을 맛볼 수 있다.

 

마나티는 우리의 기대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스페인어로 마나티(Manatee)인 ‘해우’를 만나기 위해 어린아이들처럼 젖은 발로 뒤뚱뒤뚱 걸어 마나티 존으로 갔다. 그곳에는 상상 속의 동글동글한 귀여운 마나티가 아니라 고래만큼 크고 미련하고 못생긴 마나티가 있었다. 우리는 잠깐 할 말을 잃고 바라보다가 깔깔 웃었다. 벌렁거리는 콧구멍이 신랑을 닮았다느니, 꼭 ‘바다의 돼지’ 같다느니 하며…

말 못하는 마나티를 신나게 놀려대긴 했지만, 금이 그어진 좁은 수족관 같은 곳에서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의 어린이들이 주는 배추와 호박을 억지로 먹어야 하는 마나티였다. 추가 요금을 내면 마나티한테 먹이를 주고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는데, 할 일을 마친 뒤 풀죽은 모습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딱해 보였다. 입구에서 봤던 돌고래들 역시 마찬가지…

 

셀하에는 다양한 액티비티가 마련돼 있다

 

마나티 존 위에는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었다. 쌩하고 내려가는 로프웨이를 타고 2인용 튜브를 타고 오리발을 저으며 카야킹도 했다. 특히 카야킹할 때는 호흡을 맞춰 다리를 움직이니 튜브가 엄청난 속도로 전진했다. 튜브 위에서 둥둥 떠다니는 외국인들은 그런 우릴 보더니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린다.

자신감이 충만해진 우리는 ‘연습해서 부부 카약킹 대회나 나갈까?’하고 농담을 하는데, 갑자기 마른하늘에 얇은 소낙비가 쏟아진다. 비를 피하려고 튜브를 뭍으로 돌렸지만 바람이 거세지자 식당 근처까지 와서는 더는 앞으로 갈 수 없었다. 그때 마누라가 ‘나만 믿어!’라며 호기롭게 구명조끼를 챙겨 입고 튜브를 밀러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런데 내려가자마자 물 위를 둥둥 떠다니며 ‘아야~아야~’를 연발한다. 발에 쥐가 난 것. 결국 남편이 튜브를 몰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웬일인지 아까는 꿈적도 않던 튜브가 순식간에 뭍까지 달려간다. 신랑은 갑자기 튜브가 움직인 것이 ‘마누라가 내려서’란다. 결국 발에 쥐가 난 마누라는 두 팔로만 헤엄쳐 간신히 물에서 빠져나왔다.

부부는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는 무제한 뷔페에서 다소 제한적인 식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느새 돌아갈 시간이 됐다

 

셀하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이나 있었지만 밥 먹고, 장비를 빌리고, 옷을 갈아입는 등 이것저것 하다 보니 정작 놀 수 있는 시간은 약 4~5시간 밖에 없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툴룸에서 따로 오지 못했던 걸 후회했다. ‘아침 일찍 와서 밥도 많이 먹고 물놀이도 늦게까지 할 수 있었는데!’ 돌아가는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까지도 후회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름, 나름 재미있었다’를 강조하며 위안 삼을 수밖에…

 

 

나를 사로잡은 바닷속 풍경

 

눈앞에서 펼쳐진 거대한 물고기 떼의 유영. 황홀한 순간이었다

 

스노클링이라는 것을 처음 해본 마누라는 인위적이긴 하지만 처음 만난 바닷속 풍경에 완전히 매료됐다. 앞으로 가는 바다마다 스노클링을 하리라 신랑에게 굳은 결의를 내비쳤다. 신랑이 특유의 눈빛으로 ‘그렇게 재미있었어?’라고 묻기에 ‘응, 나는 이제 스노클링을 좋아하는 사람이야!’라고 답했다.

버스 시간에 맞추어 퇴장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기 전, 지친 신랑을 벤치에 눕히고는 마지막으로 바다 생명을 보기 위해 혼자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때 정말 신비로운 광경을 마주했다.

비바람으로 조금 흐려진 물속. 얇은 파이프에 숨을 의지한 채 헤엄치고 있는데, 저 멀리서 한 마리 은색 물고기가 이쪽을 향해 조용히 헤엄쳐 다가온다. 그리고 그 뒤로 수십, 아니 수백 마리의 물고기 떼가 조용히 그를 쫓는다. 감히 길이를 잴 수 없는 물고기의 행렬이었다. 놀랍게도 앞서거나 이탈하거나 멈추는 물고기 하나 없이 질서 정연하게 이동한다. 물 밖에서 온 이방인은 본체만체다. 거대한 물고기 떼는 유유히 내 앞을 지나서 흐릿한 물속으로 사라진다.

정말 황홀한 순간이었다. 처음 본 풍경이었지만 여기 물 아래의 세계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란 걸 직감했다. 자연의 섭리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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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수와 신애

찬수와 신애

비싼 웨딩드레스, 메이크업, 오글거리는 스튜디오 웨딩사진 촬영과 맞바꾸며 6개월간 중남미로 떠났던 배낭 신혼여행. 그 길지도 짧지도 않은 동행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앞으로의 60년을 어떻게 함께 해야할 지를 나누었습니다.

* 블로그 : pinkcham.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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