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 해 일주 #2, 배낭여행자에게는 꿈만 같던 그곳 – 멕시코, 칸쿤

다들 칸쿤, 칸쿤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더라

 

칸쿤의 다운타운 풍경. 날씨가 너무 더워 얼굴에 바른 선크림이 땀과 함께 뚝뚝 떨어졌다

 

우리는 저녁 무렵 칸쿤에 도착했다. 호텔존에서는 거리가 제법 떨어진 칸쿤 다운타운에서 조금 더 걸어야 하는 호스텔에 짐을 풀었다. 호스텔을 나와서는 인근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뒤 휴식을 취했다. 바다는 내일 보기로 했다.

 

호텔존으로 들어가는 길. 대체 칸쿤이 뭐길래 다들 그렇게 호들갑인지… 게다가 호텔 존은 온갖 리조트 둘러싸여 바다는 도통 볼 수가 없었다

 

다음 날, 드디어 호텔존으로 들어간다. 다운타운에서 칸쿤 호텔존으로 가려면 RUTA1와 RUTA2 둘 중 하나를 이용하면 되는데 칸쿤 시내의 콜렉티보와 버스요금보다 더 크고 예쁘고 시원하고 비싸다. 호텔존과 다운타운은 영 다른 두 개의 세상이라는 것을 벌써부터 느낀다.

꽤 오랫동안 달리니 드디어 바다가 보인다. 달리며 오른쪽으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혼자 생각한다. ‘해운대랑 비슷 하구만 뭘 그렇게 칸쿤 칸쿤 하는지, 참나’

우리를 태운 버스가 호텔존으로 입장했다. 고개를 쏘옥 위로 빼고 카리브 해가 펼쳐져야 할 왼쪽을 뚫어지게 쳐다보지만 빽빽하게 솟아있는 호텔들 덕분에 달리는 버스 안에서는 한 뼘 만큼의 바다도 볼 수가 없다. ‘그래, 일단 쇼핑몰에서 필요한 것을 구매하고 오후에 더위가 좀 누그러지면 그때 퍼블릭 비치로 가서 보면 되지’ 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호텔존의 도로 한 쪽에는 세계의 유명 브랜드 호텔이, 그리고 다른 한 쪽에는 온갖 명품 매장들과 면세점들로 가득하다. 구매해야 할 것이 있어 목적 있는 쇼핑(방수팩 등)으로 몇 시간을 소비한 부부. 누추한 행색이기에 명품 매장이나 고급매장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쇼핑을 하다 보니 벌써 세 시가 다 되어간다.

칸쿤에 도착 한 지 거의 24시간 만에 드디어 바다를 보러 가기로 했다. 쇼핑몰에서부터 걸어서 십오 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퍼블릭 비치-공용 해수욕장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 뜨거운 햇빛을 그대로 맞으며 걸어가는데, 걷는 내내 정말 단 한 켠의 ‘오션 뷰’도 허락하지 않는 칸쿤의 호텔존을 향해 ‘치사하다, 얼마나 이쁘길래!, 아니 바다가 뭐 다 지네꺼냐! 칸쿤 나랑 안 맞다!’ 구시렁구시렁. ‘여기 맞아? 퍼블릭 비치도 없는 거 아냐? 여긴 길도 아닌 것 같은데?’ 구시렁구시렁.

 

‘이래서 다들 칸쿤, 칸쿤 하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듣는 이 없는 핀잔과 함께 처음 만난 칸쿤의 바다. 칸쿤이 그렇게 우리랑 맞지 않는다며 구시렁거리던 부부는 칸쿤의 바다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이래서 다들 칸쿤, 칸쿤 하는 거구나. 씩씩거리던 마음이 한 번에 다 녹아버려서 ‘화’ 비슷한 것이 나는 것 같았다. 정말 화가 날 정도로 예쁜 바다다. 바다를 보자마자 ‘우아아아’하고 달려들기 위해 옷 속에 수영복을 입고 호스텔을 나왔지만 우린 그냥 모래 위에 철퍼덕 앉아 맑고 깊고 푸른 칸쿤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칸쿤의 바다도 이렇게 예쁜데 여기보다 더 좋다는 툴룸이나 이슬라 무헤레스의 바다는 도대체 얼마나 예쁘다는 걸까?

 

퍼블릭 비치에서 뜨거운 가을을 보내고 있는 멕시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분명 모래 잔뜩 섞인 파도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데 다리가 비추는 건 그림자인가? 환영인가? 정말 맑구나. 난 분명 삼 천 원 짜리 싸구려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데 왜 거무스름하게 보여야 할 바다색이 여전히 푸르게 보일까? 정말 푸르구나!

퍼블릭 비치를 나와서는 근처 쇼핑몰에서 식사를 때웠다. 닭날개 10개에 30페소. 맛있다. 비싸고 화려한 칸쿤에선 당분간 쇼핑몰이나 백화점 식품코너를 이용해야겠다.

 

 

꿈꾸듯 보냈던 2박 3일의 시간

 

배낭여행자들이 리조트에 입성한다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가 뭐라고 어제는 밤잠도 설치고 꿈에서도 리조트에 있었다. 새벽 한 시가 넘어 간신히 잠들었음에도 아침에 눈이 번쩍 떠진다. 잠자는 동안 비가 내리더니 아침 해가 중천에 뜰 때 까지도 제법 굵은 비가 내린다. 하지만 리조트에 가는 길, 구름 사이로 얼굴을 들이미는 태양이 제법 뜨겁다. 어서 너의 자리로 돌아오너라, 태양아!

우리가 이틀간 묵기로 한 곳은 로얄 솔라리스 칸쿤(Royal Solaris Cancun)으로, 솔라리스 계열의 리조트다. 바로 옆에는 같은 계열사이고, 보다 상위 리조트인 지알 카리브 바이 솔라리스(GR Caribe by Solaris)와 연결되어있다. 어제 이메일을 정성껏 보낸 신랑의 공인지 아닌 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감사하게도 우리가 예약한 방이 숙박비가 조금 더 비싼 지알 솔라리스에 배정돼, 우리는 두 개 리조트를 오가며 양쪽 리조트의 시설을 다 누릴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우리가 묵을 리조트로 향하는 길에서  대형 고급 리조트들을 바라보고있는 신랑의 눈빛

 

어제까지 너무 좋지 않은 날씨가 오늘 이렇게 화창해지고 있는 것도, 저렴한 가격으로 이 좋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도, 우리에겐 선물 같은 시간이다. 모처럼 신혼여행 중인 부부 흉내를 내며 기분 좋게 호텔 존에서의 하루를 시작한다.

엘살바도르 집을 떠나 배낭 메고 여행 시작한 지 석 달. 그동안 엥겔 지수 최고치를 자랑하는 부부는 식사량은 줄이지도 못하면서 밥 한 끼 먹을 때에는 궁상맞게도 물 값과 팁을 일일이 계산해야 했다. 그러나 이곳에선 따뜻하고 좋은 방을 포함해 식사, 음료, 간식 등 모든 것이 숙박 요금에 포함되어 있었다. 추가 요금이 있는 일부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약간의 팁 외에는 아무것도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천국이 따로 없다.

 

우리가 묵었던 시원하고 따뜻한 물 잘 나오고 배낭 부부라 불쌍해서였는지 샴푸 린스도 가득 가져다주던 좋은 방. 현관 문을 열면 저 멀리 바다도 보인다. 오션 뷰가 따로 있나, 바다만 보이면 오션 뷰지

 

하루 둘이서 170달러, 한화로 환율을 적용하면 180,000원 정도 하는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도 이렇게 맛있고, 서비스 좋고, 누릴 것도 많은데 도대체 한국 신혼부부들이 주로 간다는 하루에 5~60만 원한다는 리조트는 도대체 어떨까?

사실 신혼여행다운 신혼여행을 제대로 가지 않았던 우리 부부는 여길 예약하기 전 ‘그래도 남들 다 가는 고급 리조트 한번 가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신랑은 자긴 괜찮은데 나중에 마누라가 좋은 호텔 한번 안 가본 것 때문에 속상해할까 봐 고민했단다.

결국 평소에도 ‘남들처럼, 남들 다하는 것’  하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우리 부부는 지금의 우리와 어울리는 호텔 존 끄트머리에 붙어있는 패밀리 형 중저가 리조트에서 허니문을 즐기기로 결정해 여기에 와 있다. 그런데 좋아도 너무 좋다. 이보다 서너 배 비싼 리조트는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나중에 ‘특특특특특가’ 할인 티켓 나오면 한번 가 봐야겠다. 다른 게 아니다. 얼마나 좋은 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맛있는 거 다 먹어보려고 지도 펴놓고 머리에다 시간표 그리고 있으니 신랑이 머리를 콩 쥐어박으며 누리란다. 다 못 먹으면 하루 더 있어도 된다며 잔뜩 흥분되어 동물처럼 먹고 있는 마누라를 진정시키는 우리 신랑. ‘이런 신랑 만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고 삼시 육 끼 밥 먹기 전 기도했다.

 

그동안 누가 가방 훔쳐 갈까 싶어 한 명은 남아서 짐을 지켜야 했는데, 여기선 그러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모른다

 

너무나도 짧기만 했던 리조트에서의 2박 3일. 체크아웃 후 짐을 맡긴 후에도 리조트가 제공하는 식사 등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에 참 바지런하게도 마지막 날 오후를 누렸다. 야쿠시라고 부르는 노천탕에서 칸쿤의 신비로운 바다를 바라보다가, 높이가 아주 적당한 수영장에서 수영, 아니 헤엄을 치다가, 변에 누워 일광욕하며 바닷물 먹는 외국인들 바라보다가,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게임 시간에는 게임도 좀 즐기고 점심 시간에 바다가 보이는 식당에서 코스요리를 즐긴다.

기름기 좔좔 흐르는 맛있는 요리들을 마음껏 누리다 우리 입맛에 아주 딱 맞는 햇반에 간장이 그리워질 때 즈음 배낭여행자의 신분으로 돌아가기에 많이 아쉽지는 않다. 사흘간 정말 신 나게 놀고먹기만 했기에 일기에도 적을 것이 없다.

리조트에서 누린 사흘간의 포만감이 누그러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리조트 안의 레스토랑을 수도 없이 들락날락 하며 지출한 팁의 액수만큼 위장장애를 개선하는 약을 구매해 복용했을 정도. 뜨거운 팩으로 복부 맛사지를 하며 천천히 걷고 조심히 먹으며 다음 일정을 기다리고 있다.

 

 

칸쿤의 다운타운 아니, 센트로

 

센트로에서 먹은 닭똥집 요리. 주머니가 가벼운 배낭여행자에겐 딱 좋은 메뉴다

 

멕시코와 중남미에서는 시내 중심부를 말할 때 다운타운이 아니라 ‘센트로’라는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영어인 ‘다운타운’은 호텔 존의 미국인들과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사용하는 말이기에 왠지 주객이 전도된 것처럼 느껴져 개인적으로는 센트로라는 말이 더 마음이 간다.

칸쿤의 센트로는 멕시코의 여느 다른 도시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아무래도 호텔존에 100개도 넘는 수많은 리조트로 인해 일자리 창출도 상당한지, 대형 마트나 쇼핑몰에 가면 치아파스 주나 유카탄의 메리다보다는 경제적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생계를 위해 젖먹이 아이를 품에 안고 거리로 나온 인디헤나들과 굶주린 사람들은 여기에도 있다.

우리가 머무는 호텔의 조식은 두 명이서 350페소(약 28,000원)인데 길거리에서 사 먹는 닭똥집은 30페소(약 2400원)이다. 바다까지 20분 이상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칸쿤이 배낭여행자들에게 마냥 부담만 주는 도시는 아닐 것이다. 바다를 가리고 있는 높은 호텔 존을 바라보면 부러움과 함께 설명할 수 없는 착잡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주일 오후에는 홀보쉬에서 만난 멕시코 사람의 조언으로 인근 교회를 찾아서 예배를 드렸다. 예배 후엔 ‘달러’출금이 가능한 자동 인출기를 찾기 위해 호텔 존으로 다시 나왔다.

 

영화 마스크의 그곳, 코코봉고

 

칸쿤에 도착한 지 일주일 만에 그 유명하다는 칸쿤 최고의 나이트클럽 코코봉고(Cocobongo)의 화려한 외관을 볼 수 있었다. 영화 마스크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있기도 하다. 리조트에서 준 팔찌로 코코봉고는 아니지만 바로 옆에 있는 나이트클럽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지만 신랑은 워낙 취향이 아니셔서, 마누라는 모든 유흥을 섭렵한 뒤로 해 아래 새로운 유흥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셔서, 어느 누구도 서로에게 ‘들어가 볼까?’하고 제안 한번 않고 스쳐 지나왔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해변. 칸쿤의 다른 해변과 다르게 멕시코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대신 코코봉고 옆으로 퍼블릭 비치 입구가 보여서 들어가 보았다. 호텔 존의 거의 입구에 위치해 있는데다가 수심이 얕아서 수영하기에 좋았다. 멕시코 사람들과 배낭족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같았다.

뒤로는 해변에서의 파티를 준비하면서 호객행위를 하느라 매우 시끄러운 클럽들이 있고 해변의 고운 모래 위엔 가족들, 친구들, 연인들과 함께 칸쿤의 푸른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칸쿤 호텔 존은 멕시코 사람들조차도 ‘멕시코 안의 미국’이라고 말하는데 여기 ‘멕시코 안의 미국’인 칸쿤의 작은 퍼블릭 비치는 ‘미국 안의 레알real 멕시코’로 돌아온다.

리조트 후유증으로 배를 쥐여 잡고 센트로를 살살 걷다가 여보, 난 그래도 센트로에 있는 게 마음이 더 편해! 신랑이 리조트 예약 또 해주면 엄청 좋아할 거면서 말이다.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찬수와 신애님께 있습니다. 텍스트와 이미지 등 콘텐츠의 무단 사용 또는 도용 시 저작권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콘텐츠 사용은 해당 작가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찬수와 신애

찬수와 신애

비싼 웨딩드레스, 메이크업, 오글거리는 스튜디오 웨딩사진 촬영과 맞바꾸며 6개월간 중남미로 떠났던 배낭 신혼여행. 그 길지도 짧지도 않은 동행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앞으로의 60년을 어떻게 함께 해야할 지를 나누었습니다.

* 블로그 : pinkcham.blog.me
찬수와 신애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