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크루즈 승무원이 되었다
여행을 좋아하고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늦깎이 청년이, 크루즈 승무원이 되었다. 보통 승무원이라고 하면 Flight Attendant를 떠올리겠지만, 선박 객실 승무원 즉, Crew 혹은 Ship’s company라고 불리는 직업을 가진 한 대한민국 청년의 이야기다.
한국의 항공기 승무원들은 예쁘거나 잘생겨야 하고 또 나이까지 어려야 한다. 그들과는 정반대에 있는 내가 크루즈 승무원이 되었다. 입사 때도 그랬지만 크루즈에서 일을 시작한 첫날까지도 ‘과연 내가 이곳에서 일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반복했다. 2013년 11월에 입사한 뒤 다음 해 3월, 나는 드디어 L.A에서 Sapphire Princess 호에 승선하게 된다.
사실 배에서 일을 시작한 뒤로는 실무에서 이리저리 치이다 보니 걱정이고 뭐고 다 뒷전이 되었다. 막 회사에 들어갔을 당시 Sapphire Princess는 창립이래 최초로 아시아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었는데, 크루즈는 중국 상하이로 이동하기 위해 내부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이었다. 신입사원이라 크루즈 생활에 적응하기도 어려운 마당에 밤샘 작업까지 더해지니 나를 비롯한 승무원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런 중에 가까스로 배에서 내렸던 첫 번째 날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동료들과 노는 것도 좋았지만 술자리는 잠시였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면 언제 다시 돌아오겠냐는 생각에 이들을 뒤로 한 채 거리 구경을 나갔다. 물론 그때는 이곳을 주야장천 오게 될 거란 걸 전혀 몰랐다.
혼자 시내 구경을 마치고 다시 식당으로 돌아가 동기들과 합류했다. 출항까지는 아직 3시간이나 남았지만, 술도 마셨겠다, 서둘러 배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보통 근무 전까지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는 게 승무원들의 루트라고 한다. 배가 출항하기 시작하면 마음 놓고 푹 쉴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밟은 땅이 아쉬웠다. 하지만 우리는 승무원이다. 다시 일을 하러 가야 한다는 투철한 직업의식과 함께 다음을 기약하며 엔세나다를 빠져 나왔다.
여행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사진을 찍고, 돈도 벌겠다는 나름의 거대(?)한 꿈을 가지고 입사했으나 크루즈 생활 초기에는 마치 군대에 재 입대한 것처럼 느껴졌다. 모든 게 어렵고 힘들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는데, 그때는 왜 그리 엄살이 심했는지 모르겠다. 뭐 그런 생각을 나 혼자 했던 건 아니었을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