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곳 – 캐나다, 밴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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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여행했던 여러 나라의 도시 중에서 가장 좋았던 곳을 꼽을 때면 항상 탑(Top)을 다투는 도시가 있는데, 바로 밴쿠버(Vancouver)다. 사람들이 밴쿠버의 어디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으면, 첫 번째로는 ‘자연’, 두 번째로는 ‘여유로움’이라고 답한다.

캐나다는 나무만 팔아도 평생 먹고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자연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나라다. 지금도 천혜의 자연이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람이 모여 도시를 이룬 곳은 대부분 북미 대륙과 경계하고 있는 남쪽지역이다. 그중에서도 서쪽 끝에 자리 한 밴쿠버는 해변에 자리 잡고 있어, 우리나라에 비유하자면 부산에 가깝다. 우리나라의 이민자가 많은 도시로도 유명하다.

보통 밴쿠버는 생활하기에는 좋지만 여행지로는 다른 지역보다 못하게 여겨질 때가 많다. 하지만 얼마 동안 생활하면서 느꼈던 밴쿠버는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었다. 아마도 밴쿠버의 구석구석을 돌아본다면 분명 이 생각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본다.

 

밴쿠버의 여유로운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스탠리파크

 

스탠리 파크(Stanley Park)는 밴쿠버에 도착해서 관광지도를 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지도 위에 녹색의 큰 덩어리로 표시돼 있기 때문인데, 심지어 바로 옆에 있는 다운타운(Downtown) 보다 더 눈에 뜨인다. 이런 반응은 내가 처음 밴쿠버에 갔을 때도 그랬고, 친구가 방문 했을 때도 같았다. 꼭 스탠리 파크가 밴쿠버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는 ‘공원이 별 게 있냐’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처음 스탠리파크를 차로 둘러봤을 땐 ‘정말 크네’라는 느낌이 전부였다. 하지만 두 번째 산책 할 때는 공원에서 바라보는 동서남북의 풍경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아름다운 장면들이 연속됐다. 특히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 때면 곳곳에서 다양한 광경을 만날 수 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탠리 파크를 수십 번이나 찾게 만든 풍경이다.

 

도심 속의 자연. 소중하지 않을 수 없는 공간이다

 

스탠리 파크는 약 400헥타르 면적의 공원으로 자연원시림이 함께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도심에 접하고 있기 때문에 캐나다 사람들의 여유로운 일상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 아침이면 조깅하는 사람들로, 점심에는 관광객들로, 저녁에는 산책하는 가족들과 연인들로 스탠리 파크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차도나 보도와 완벽히 분리되어 있는 자전거 도로가 있어 자전거를 타기에도 더없이 좋다. 다만, 자전거도로는 일방통행이어서 한 번 들어서면 무조건 한 바퀴를 돌아야하기 때문에, 약간의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밴쿠버의 다운타운과 요트

 

스탠리 파크에 들어서면 가장 처음 눈에 들어오는 장면은 바로 밴쿠버의 다운타운이다. 바닷가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기 때문인데, 거대한 도심이 한눈에 보인다. 높은 빌딩들이 만들어내는 스카이라인과 요트들이 선착장에 줄지어 있는 모습들은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카메라가 없을 때면 가던 길을 멈추고 벤치에 앉아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봤다. 낮과 밤 전부 멋지지만, 그 매력은 사뭇 다르기 때문에 몇 번이나 발걸음을 할 수밖에 없었다.

길을 따라 공원의 안으로 걸어가면 캐나다 플레이스(Canada Place)의 하버프런트(Harbor Front)가 등장한다. 이곳에는 수상비행기(Sea Plane) 이착륙장이 있다. 바다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와 노스 밴쿠버(North Vancouver)를 오가는 수상버스(Sea Bus)도 볼 수 있다. 간혹 커다란 크루즈가 오기도 한다. 이곳에서 나는 ‘서울 촌놈’이 됐다. 바다에서 비행기가 이착륙 하는 장면이 어찌나 신기하던지, 그 모습을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지켜봤다. 거기에 물 위에 떠 있는 주유소나 타이타닉만한 크루즈까지, 이곳에서는 어린 아이처럼 모든 게 새롭고 신기했다.

 

라이언스 게이트 브릿지의 야경

 

공원의 동쪽 끝 코너를 돌면 노스 밴쿠버가 보인다. 멀리 그라우스 마운틴(Grouse Mountain)이 배경이 되었고, 산의 경사를 따라 주택들이 줄지어 있다. 라이온스 게이트 브릿지(Lions Gate Bridge)가 노스밴쿠버를 연결한다.

그밖에도 공원 서쪽에서는 잉글리시 베이(English bay) 같은 또 다른 해변을 만날 수 있다. 공원의 둘레가 10km에 다다르기 때문에 절반은 해변을 따라 걷다가 중간 정도에서 공원을 가로질러 안쪽을 구경하니 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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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아쿠아리움에서 만난 돌고래

 

밴쿠버 아쿠아리움(Vancouver Aquarium)은 한때 캐나다에서 가장 큰 수족관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에서 동물을 가둬놓는 것은 학대라고 반발하면서, 지금은 현상유지를 하는 정도라고 한다.

 

흰 돌고래인 벨루가(Belugua)도 볼 수 있다

 

가족단위로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공연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수족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사실 밴쿠버 여행에서 추천할 만큼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아쿠아리움이 훨씬 잘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밴쿠버에 장기간 머무른다면 한 번쯤은 가볼만 하겠지만.

 

 

가장 원시의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릿지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릿지(Capilano Suspension Bridge)는 스탠리파크나 다른 어느 공원보다도 가장 날 것의 느낌을 갖고 있는 곳이었다. 사실 이곳은 밴쿠버의 주요 관광 코스이다. 여행책자에서는 가장 앞쪽에 배치돼 있고,  실제로도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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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릿지

 

하이라이트는 역시 깊은 계곡을 가로지르는 서스펜션 브릿지였다. 다리 위로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땐 특유의 탄성 때문에 ‘지나가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몇 발자국 더 내딛으니 조금씩 흔들림에 적응되었고, 그때부터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리 주위로는 엄청나게 큰 나무들이 빼곡했다. 발아래로 엄청 깊은 계곡에서부터 자란 나무가 내 머리위로 한참 올라가야 끝난다. 이런 거대한 나무들이 즐비한 풍경을 지나치며 사람이 얼마나 작은 존잰지 새삼 느꼈다.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릿지

 

우거진 숲을 걷다보면 뜻하지 않게 특별한 사진 모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숲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동물들이다. 그런데 이 동물들은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도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사람들을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 아닐까.

 

멋진 모델이 되어준 다람쥐

 

인상 깊은 곳이지만, 스탠리파크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보니 사람들이 많고 입장료도 꽤 비싼 편이다. 그래서 정작 밴쿠버의 주민들은 잘 찾는 것 같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규모가 다소 작긴 하지만 비슷한 분위기를 내면서도 조용했던 린 캐년 파크(Lynn Canyon Park)가 더 좋았다.

 

린 캐년 파크.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릿지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훨씬 한적한 분위기다

 

 

멍 때리면서 쉬기 딱 좋은 딥 코브

 

딥 코브(Deep Cove)는 노스밴쿠버에 있는 작은 ‘만’이다. 다운타운에서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는 조금 먼 거리지만,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다른 스팟처럼 화려하거나 이렇다 할 랜드마크가 될 만한 게 있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한가로운 일상을 느낄 수 있다. 이를 테면 멍 때리면서 쉬기엔 딱 좋은, 조용하고 작은 마을이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나 커플끼리 피크닉을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딥 코브에선 누구나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딥 코브에는 스탠딩 패들 보드(Standing Paddle Board)나 카약(Kayak)처럼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는데, 나는 카약을 탔다. 물 위에서 마을을 바라보는데, 어디서보든 참 마음에 드는 분위기였다. 너무 신나게 노를 저었다가 돌아올 때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바다 위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밴쿠버는 캐나다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큰 도시이다. 도시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도시화가 많이 진행됐다는 것을 뜻한다. 도시는 늘어나는 인구에 맞춰 구획을 재정비하고 효율적인 관리와 편의를 위해 다양한 시설을 조정하게 된다. 결국 도시화란 ‘인공’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인공의 대도시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으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지 않나. 자연과 도시의 공존, 내가 밴쿠버라는 도시에 푹 빠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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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여행은 어디로 갈까?'
여행과 사진을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 카메라를 들고, 낯선 장소에 가는 것을 늘 기대한다.

* 블로그 : okaynh.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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