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 사자와 함께 아침을 거닐다 – 잠비아 여행 #2

잠비아 여행 중 가장 좋았던 순간

 

잠비아 여행에서 가장 특별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1위는 빅토리아폭포 트레킹, 2위는 치타, 사자와 아침 산책을 한 것이다. 이번에는 잠비아 여행 중에 2순위로 뽑는 치타, 사자와의 만남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지금도 아프리카 동물들을 만났던 추억이 생생하다.

아프리카 잠비아에 간다면 동물들과 만나는 걸 꼭 추천하고 싶다. 물론 완전 야생에서 만나는 건 아니다. 보호소에서 자라고  관리하는 동물들을 관광객들이 돈을 내고  구경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관광 상품으로 학대에 가깝게 마구잡이로 다뤄지는 동남아의 동물들과는 상황이 달랐다. 사파리에서 만난 동물들은 모두 편안해 보였다. 보호받기 때문이다. 사파리 사람들은 동물의 상태를 살피면서 사람들과 교감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 시간이 특별하고 즐거운 이유다.

내가 이용했던 건 무쿠니 빅5 사파리(Mukuni Big 5 Safaris)였다.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치타와 사자를 만나 교감하고 산책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일찍 일어난 덕분에 나는 빵과 맛있는 루이보스티를 마셨다. 함께 출발하는 외국 일행들을 기다리며 여유롭게 아침을 맞았다

 

그날은 이른 새벽 일어났다. 보통 치타와 사자는 날씨가 더워지기 전인 새벽에 주로 활동하기 때문인데, 사람들도 그런 동물들의 패턴에 맞추기 위해 같은 시간대에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부분도 참 마음에 들었다. 호텔에서는 새벽이지만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 주었다. 역시 고급 호텔은 다르다.

 

무쿠니 사파리를 소개하는 직원

 

나를 데리러 온 투어 버스를 타고 무쿠니 지역으로 이동했다. 약 20분 정도 이동하니 무쿠니 빅 5 사파리에 도착했다. 우리는 오자마자 사파리 직원에게 무쿠니에 대한 소개와 오늘 만날 사자와 치타에 대해 안내 받았다.

 

동물들을 만나기 전에 주의사항을 듣고,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외국인 친구들이 서약서를 쓰는 동안 실내를 구경했다

 

서류에는 다쳐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는데, 일종의 서약서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보호소에 지내는 동물들이지만 야생의 본능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나름 목숨을 걸고 야생 동물들을 만나러 가는 셈이랄까… 나는 신나서 동물들을 만나러 갔지만 사실 직접 보면 생각보다 넘치는 동물들의 카리스마에 압도된다. 특히 사자의 카리스마는 대단하다.

 

 

영락없이 고양이 같았던 치타

 

사육사에게 애교 부리는 치타. 그 모습이 큰 고양이 같았다

 

드디어 첫 번째 동물, 치타를 갔다. 치타는 본래 얌전하고 애교가 많은 동물이란다. 옛날부터 치타를 애완동물로 키우기도 했다고 한다. 어떤 영화에서 클레오파트라가 치타를 끼고 있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실제로 보니 애완용으로 키웠다는 게 실감 났다. 약간 대형 고양이 같다고 해야 할까? 누워서 꼬리를 흔들고 애교를 떠는 모습이 영락없이 큰 고양이다.

 

내가 사진을 찍고 있으니 내 카메라를 향해 얼굴을 돌려줬다. 표정도 그렇고 덩치에 비해 작은 얼굴도 너무 귀여웠다. 가까이에서 치타를 볼 수 있었는데, 눈물 자국처럼 생긴 털은 정말 신기했다

 

치타를 만지기 전에 사육사는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치타를 만지다 보면 그르렁 그르렁 소리를 내는데 이건 기분 좋다는 표시란다. 하지만 너무 흥분하면 예민해질 수 있어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나는 아예 누워서 만졌는데, 스릴이 넘쳤다. 치타는 생각보다 많이 컸다.

 

또 치타를 만질 때는 손끝에 힘을 주고 힘을 줘서 빡빡 만져야 한단다. 가장 신기했던 건데, 일반 동물처럼 살살 만지면 치타는 파리나 곤충들이 간지럽힌다고 생각해 물거나 꼬리로 칠 수 있단다. 그리고 등이나 목덜미를 보여주면 안 된다. 본능적으로 공격할 수 있어서 치타를 비롯한 야생 동물을 만질 때는 등 뒤로 가서 만져야 한다.

 

사육사들이 옆에서 항상 함께 있어서 위험하지 않았다. 치타도 기분이 좋은지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들어 준다. 치타의 걷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서 살짝 당황했다

 

이어서 치타와 함께 아침 산책을 했다. 마침 해가 뜨기 시작해서 빛이 가득했다. 선선한 바람을 쐬며 치타랑 자연을 함께 걷는데, 너무 신기했다. 치타가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줄은 되도록 느슨히 잡았다. 치타와 함께 발맞추어 걸으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영어를 못해서 힘들었던 아프리카 여행길이었는데, 잠시나마 치타와 산책하면서 특별한 친구가 될 수 있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치타는 산책을 마치고 쉬러 집으로 돌아갔다.

 

 

무섭고 매력적인 사자의 카리스마

 

우리는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사자를 만나러 갔다

 

다음으로는 사자를 만나러 갔다. 사자는 치타와 같은 고양이과에 속하지만 덩치부터 다르다. 그래서인지 주의사항이 더 많았다. 일단 사자에게 절대 등을 보이면 안 되는 것과 사자를 만질 때 손에 힘을 줘서 세게 긁어야 하는 건 비슷했다.

여기에 몇 가지가 더 있다. 눈을 마주치거나 정면을 보는 것은 사자를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이므로 자제해야 하며, 단독으로 떨어져 있으면 공격당할 수 있으므로 안전을 위해 항상 모여 있어야 한다. 특히 사자가 등을 돌릴 때는 재빨리 일어나 막대기를 이용해 사자의 시선을 유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육사의 설명이 꽤 길었는데 말이 많은 걸 보니 정말 위험하긴 하나보다, 싶었다. 우리는 사자가 사는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제 두 살이 좀 지난 수사자 테리와 암사자 다이애나. 나이로 치면 청소년기이지만 덩치는 어른 못지않다. 둘의 사이가 좋은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직 더 커야 하지만, 동물의 왕다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테리는 갈기도 제법 자라있었다. 무섭기는 했지만 그 카리스마는 참 매력적이다

 

사진에서 사자들은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나보다 컸다. 두 마리 모두 한 덩치 한다. 테리는 기분이 좋은지 배를 내밀며 다이애나에게 애교를 부린다

 

드디어 만난 두 마리의 사자. 무쿠니 사파리는 개인이 운영하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이지만 야생의 방식 그대로 살고 있다. 물론 계속 이대로 두는 건 아니다. 테리와 다이애나는 무쿠니에서 보호받다가 다섯 살이 되면 야생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사육사는 사자를 만질 때 조심해야 한다며 주의사항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제 사자를 만질 시간. 사육사는 다시 한번 사자를 만지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사실 말이 너무 빨라서 못 알아 듣다가 같이 있던 홍콩 친구가 천천히 말해줘서 이해할 수 있었다.

 

‘크아아앙’. 갑자기 사자가 몸을 돌려 위험한 상황이 될 뻔했다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사자에게 갔다. 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치타와는 급이 다르다. 하필 내가 만지러 갔을 때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자를 만지고 있는데 갑자기 한 녀석이 내 쪽으로 몸을 돌렸던 거다. 그때 사자와 정면으로 눈을 마주쳤는데 ‘아, 진짜 사자 맞구나’ 하면서 아무 소리도 못 내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다행히 사육사가 날 일으켜 줘서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 이제야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갑자기 몸을 돌려 나를 보던 사자의 눈은 잊을 수가 없다.

 

사육사가 찍어준 이 사진은 아마도 내 인생 최고의 사진이 될 것 같다

 

다행히 사자는 기분이 좋았다. 덕분에 아침 산책에 동행할 수 있었다. 산책할 때는 사자의 꼬리를 잡았는데, 등을 만지는 것보다 덜 무서웠다. 아니 오히려 재밌어서 계속 꼬리를 잡고 걸었다. 사자와 아침 산책을 마치니 아침 7시 정도였다,

새벽부터 시작한 치타와 사자와의 만남. 정말 짜릿하고 재밌었다.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누군가 잠비아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면 이 무쿠니 사파리를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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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연

민지연

아직도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배우고 있는 여행자이자, 나만의 시선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10년 차 경력의 사진가. 3년 전 생애 첫 해외여행으로 아프리카에 다녀온 뒤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따뜻한 꿈을 찾아 틈틈이 세상을 여행 중이다. 사진가인 남편과 함께 사진&여행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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