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430일차, 춤추는 용암 앞에 서다 – 에티오피아, 다나킬 투어

 

쉬이레를 지나 악숨으로

 

어둠에 잠긴 곤다르를 뒤로 하고 터미널로 향했다

 

곤다르에서는 무려 8일이나 지냈다. 일주일이 지나자 슬슬 지겨워지기도 했고, 너무 늘어져 있다간 침대에서 영원히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 이동하기로 결심했다. 일반적인 여행자는 시미엔산(Simien Mt.) 트레킹을 거의 필수로 일정에 넣는데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시미엔을 빼고 용암을 볼 수 있다고 하는 다나킬(Danakil)만 가기로 했다. 여행을 하는 입장에서 모든 곳을 다 가보고 싶은 게 사실이나 가지고 있는 돈은 충분하지 않았다. 아무리 장기여행자라도 선택과 집중은 필요한 법이었다.

에티오피아의 장거리 버스는 죄다 새벽에 출발한다. 내가 탈 로컬 버스도 새벽 5시 30분에 출발 예정이라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했다. 깊은 어둠에 잠긴 곤다르를 혼자 걸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이스라엘 모녀 여행자가 있었다. 딸은 얼마 전에 한국에 갔었다며 엄청 좋아한다는 말을 나에게 건넸다.

지도상으로는 그리 멀어 보이지 않았지만 버스는 메켈레까지 한 번에 갈 수 없었다. 버스를 타고 나서야 왜 그런지 알 수 있었는데,  3,000m가 넘는 시미엔 산 주변을 넘어야 하는 데다가 길은 험준하고, 포장이 되지 않은 도로도 더러 있었다. 버스를 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피로가 몰려왔다.

 

쉬이레에 도착했지만 내친김에 악숨까지 가보기로 했다

 

목적지인 쉬이레(Shire)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가 넘어서였다. 점심을 먹지 못해 배가 고팠고, 근처에 호텔이 많아 여기서 하루 묵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마음을 바꿨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조금 더 유명한 악숨(Axum)까지 가기로 말이다. 다시 밴을 타고 1시간을 달려 악숨에 도착했다.

 

악숨의 시내 풍경

 

내린 곳에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호텔이 있었다. 시설이 나름 나쁘지 않은데다가 가격도 150비르라고 해서 바로 체크인했다. 다만 여기서는 오로지 꼬마 아이만 영어를 할 줄 알아 나에게 이것저것 설명해줬다. 물론 이 아이도 자신의 자전거 대여 비즈니스를 위해 열심히 설명한 것이지만… 허기를 채우니 졸음이 쏟아졌다.  8시쯤 자서 다음날 6시에 일어났는데, 정말 피곤하긴 했나 보다.

 

오벨리스크는 별 게 없어서 동네를 구경했다. 에티오피아의 소, 당나귀, 양에게는 그들의 목을 죄는 줄이 없다. 대신 길을 조금 벗어나면 몽둥이세례가 있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에티오피아 아이들은 순수하지 않다

 

다음날 악숨을 천천히 둘러봤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봐야 한다고 나를 꼬셨던 아이가 생각났지만, 지도를 보니 걸어 다녀도 충분했다. 일단 오벨리스크가 있는 곳으로 곧장 가봤다. 주변이 관광지라 몇 명의 외국인이 보였던 게 신기했을 뿐 특별히 관심을 끌 만한 곳은 없었다. 그래서 동네를 거닐었다.

악숨 거리를 걷다가 콩 비슷한 무언가를 파는 장면을 봤다. 마침 한 남자가 그걸 먹고 있길래 뭐냐고 물으며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돈을 달라고 했다. 헛웃음을 빵 터트린 후 무시하고 뒤돌아서 걸었다. 아마 이때부터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별로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악숨을 떠나기 직전 유창하게 영어로 말을 걸어왔던 그 꼬마와 작별 인사를 했다

 

버스를 예약하려고 버스터미널까지 한참을 걸어갔더니 예약은 따로 할 수 없고,  메켈레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그냥 새벽에 오란다. 새벽 같이 일어나 버스를 타는 일이 귀찮았다. 그냥 하루 더 악숨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러면서 난 여기서 다나킬 투어를 예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무실에 가서 물어보니 여기서 예약하면 메켈레까지 가는 교통편은 물론이고, 중간에 지나치는 관광지 몇 군데까지 데려다준다고 했다. 투어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서 망설였지만 결국 신청했다.

 

 

나를 질리게 한 관광지 투어

 

무려 200비르나 했던 입장료 덕분에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다

 

투어 차량은 독일인 4명과 한국인인 나를 포함해 5명을 태우고는 메켈레로 떠났다. 소위 말하는 관광지를 몇 군데 들렀는데 정말 입장료가 터무니없이 비쌌다. 먼저 세티 교회에 도착했는데 우리를 포함한 다른 차량의 외국인 모두 들어가지 않았다. 아무리 오래된 교회라고 해도 200비르나 내고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 작은 마을에 외국인이 몇 명 등장하니 동네 아이들이 전부 몰려왔다. 펜을 달라고 하는 건 아주 당연했고, 돈을 달라는 아이도 있었다. 어떤 아이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엽서라고 하면서 팔았다. 물론 가난이 죄는 아니다. 하지만 무슨 여행자가 자신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주는 그런 존재로만 인식한다는 게 너무 싫었다. 다른 나라보다 에티오피아가 유난히 심했다.

 

이곳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러보기 위해선 상당한 돈을 내야 했다

 

또다시 달려 도착한 곳은 데브레 다모 수도원(Debre Damo Monastery)이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정상 위에 있는 독특한 수도원을 만날 수 있는데, 수도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중간에 무조건 밧줄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역시 이곳도 입장료 명목으로 200비르 이상 요구했고, 밧줄을 당겨주는 사람에게는 팁도 줘야 했다. 처음에는 올라가 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변 경치를 둘러보면서 시간을 때웠다. 그때부터 알게 됐다. 에티오피아의 물가는 전반적으로 저렴하지만 ‘관광’을 하고자 하면 엄청나게 비싸다는 것을. 우리는 아디그라트(Adigrat)라는 도시에서 점심을 먹었다. 에리트리아 국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우리를 보고 어떤 녀석은 돈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이 아저씨는 여행자를 환영하며 사진을 찍어도 괜찮다고 했다. 묶인 소들은 계속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며 짚을 밟았다. 당연히 말이 통할 리가 없었지만 나름 우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카메라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

 

점심을 먹고 또 교회에 갔다. 어차피 나는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이 교회는 아예 올라가는 길을 아이들이 막고 입장료 명목으로 돈을 달라고 했다. 그저 외관만 보고 싶다고 말해도 돈을 내야 한단다. 나와 독일인 2명은 이런 상황에 질려서 그냥 내려왔다. 교회를 보는 대신 마을에 있던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기로 했다.

이후 독일인 2명은 중간에 내리고, 역시 독일인이었던 중년 부부와 나는 메켈레(Mekele)로 이동했다. 가이드는 중간에 또 다른 교회를 보러 간다고 말했지만 이미 교회는 질렸던 우리는 그만 봐도 된다며 메켈레 행을 택했다.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큰 단위가 100비르(약 5천 원)라 ATM에서 돈을 뽑으니 80장이나 됐다. 두둑했다. 물론 투어 비용을 내니 남은 돈이 몇 장 안 남았지만…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했던 숙소의 조명

 

메켈레에 도착하자마자 투어 사무실에 들러 잔금을 치렀다. 그리고는 숙소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갔던 곳은 물이 나오지 않아 체크인 직전에 나오고, 그다음 찾아간 곳은 러브호텔을 연상하게 할 정도의 화려한 조명이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했다.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독일인 부부도 이 조명을 보자 황당함을 넘어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맞은편 호텔은 더 비싼 데다가 시간도 늦어 그냥 체크인했다. 사실 조명만 이렇지 내부는 가격대비 무척 괜찮은 곳이었다. 나는 숙소 주인에게 관광객을 끌어오려면 조명부터 치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내가 조명을 칭찬하는 줄로 잘못 알아듣고는 다른 벽면은 더 멋지다며 자랑 했다.

 

 

척박하고 거대한 소금사막

 

다나킬 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3박 4일동안 타고다닐 4대의 지프 차량이다

 

다나킬 투어의 일정은 메켈레를 떠나 3박 4일간 다나킬 함몰지(Danakil Depression)라는 지역에서 소금사막과 화산 활동을 둘러보게 된다. 4WD 지프를 이용해 움직이게 된다. 다나킬 지역으로 들어갈수록 더운 바람이 불어온다. 에티오피아는 높은 고지대가 많아 낮을 제외하고 쌀쌀했는데 다나킬은 해수면보다 지대가 낮아 무척 덥다. 지역에 따라서는 50도를 넘기기도 한다.

 

맥주를 마시고 있던 동네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니 반겨줬다. 어느새 몰려든 아이들이 이스라엘 친구 갈리의 머리를 땋으며 즐거워했다

 

악숨에서부터 며칠간 함께 여행한 독일 중년 부부 버나드과 하니. 매년 1개월씩 휴가를 내서 여행하고 있다. 휴가가 짧은 우리에겐 참 부럽기만 한데 단지 긴 휴가 기간만이 아니라 자유로운 여행을 늘 계획하고 떠난다는 것이 부러웠다

 

동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가이드를 기다렸다

 

이동하기만 했는데 또 휴식이다. 이번에는 점심을 먹은 뒤 한참을 대기했다. 다나킬 지대는 에티오피아와 전쟁을 벌인 후 독립한 에리트레아(Eritrea)의 국경과 매우 가깝다. 그 때문인지 경찰이나 군인을 마주하게 되는데(혹은 동행하는 때도 있다),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는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동안 나는 밖에서 아이들과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투어의 첫 번째 목적지인 소금사막에 도착했다

 

저녁이 되기 직전 우리는 베이스 캠프에 도착했다. 이런 척박한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나 싶을 정도로 날씨는 무덥고,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당연히 전기도 없다. 베이스 캠프에 짐만 내려놓고는 소금사막으로 바로 이동했다. 처음에는 이곳에 무슨 소금이 있는지 의아했는데 흙을 파보면 반은 소금이다. 직접 맛을 봐도 짜다.

 

이곳 역시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이다

 

그리고 이 소금을 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땅을 내리쳐서 덩어리가 나오면 비슷한 규격으로 다듬는 게 이들의 일이다. 사람이 먹는 소금이 아니라 그런지 정제과정은 전혀 없었다. 동물에게 먹여 살을 찌우는 데 쓴다고 한다. 소금 덩어리를 확보한 후에는 직사각형의 형태도 다듬는다. 눈대중으로 다듬는데도 모양과 크기가 전부 일정하다. 소금을 가득 실은 낙타 무리를 아주 짧은 순간 지켜봤지만 그들의 삶 전체를 느낄 수 있었다. 이 낙타에 실은 소금은 3박 4일간 이동하면서 곳곳에 판다고 한다.

 

이곳에는 작은 소금탕이 있는데 사해처럼 소금의 농도가 높아 몸이 저절로 뜬다. 슬리퍼를 챙겨가지 않아 소금사막에서는 맨발로 다녔다. 햇볕에 그을린 부분이 너무 선명했다. 같은 지프에 탔던 일본인 쿠니오, 이스라엘인 갈리와 샤론

 

볼리비아에 있는 유우니 사막은 가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이런 느낌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소금사막에 도착했을 땐 거의 해가 지기 직전이었다. 낮에 왔다면 재밌는 사진도 많이 찍었을 텐데 싶지만, 해가 있는 낮에는 뜨거운 열기 때문에 도저히 머무를 수 없다고 한다.

 

소금 사막에서의 하룻밤. 쿠니오의 코콜이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해는 정말 순식간에 떨어졌고, 우리는 지프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바로 앞에 있었던 것 같았던 지프가 저 멀리 있어 맨발로 먼 길을 돌아가려니 너무 고통스러웠다. 나를 비롯한 몇 명은 비명을 지르며 한 발씩 걸었다. 너무 아팠다. 지프로 돌아온 후 와인을 마시며 소금사막에서의 마지막 분위기를 즐겼다. 물론 아무것도 안 보였지만.

베이스 캠프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쉬면서 참가자들끼리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미국 아저씨들의 질문이 너무 많았다. 지겨워진 나는 급히 빠져 나왔다. 사막에서 하룻밤은 그리 춥지 않았다. 다만 이 지역의 특성상 더운 바람이 계속해서 불었고, 옆에 있던 쿠니오의 코골이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샤론은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는지 끝내 침대를 박차고 나갔다. 다음날,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차려진 괜찮은 아침 식사를 먹었다. 다시 이동이 시작됐다.

 

바닥은 마치 팝콘을 뿌려 놓은 것 같았다

 

다나킬 투어라고 하면 보통 용암을 볼 수 있는 화산과 더불어 독특한 지형을 보는 게 주요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이곳 역시 화산활동으로 인해 지표면 위로 유황성분이 뿌려지면서 신비로운 색을 띈다. 달걀 썩는 냄새와 비슷한 가스가 여기서도 느껴지며, 곳곳에서 물 끓는 소리가 들렸다. 생경한 풍경이 여행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용암이 춤을 추는 곳

 

동네 아이들은 우리를 계속 쫓아왔다

 

두 번째 베이스 캠프는 메켈레에서 가까운 어느 마을이었다. 잠깐 휴식을 취한 후 나는 쿠니오, 갈리와 함께 동네를 걸었다. 우리가 등장하자 동네 아이들이 전부 뛰어나왔다. 대부분 “차이나!”라고 외쳤지만 내가 한국이라고 말해주자 수줍게 끄덕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우리 뒤를 계속해서 쫓아왔고, 일부는 ‘외국인’인 우리의 손을 잡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내 손을 잡고 있던 여자아이가 내 손을 다른 남자아이에게 빼앗기자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을 지었다.

 

두 번째 베이스 캠프는 현지인의 집이었다.  동네를 둘러보는데 이곳에서도 양이나 염소는 방목하고 있었다. 누구의 것인지, 또 그걸 어떻게 구별하는지 그게 좀 궁금하다

 

베이스 캠프는 현지인의 집이라 저녁을 먹은 뒤 약간의 수다를 떨다가 잠이 들었다. 메켈레 쪽이라 그런지 날씨는 꽤 추웠다. 커피 타임을 가진 곳에서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보는데, 이렇게 잘 닦이고 넓은 도로에 30분 동안 지나가는 차는 단 한 대도 없었다.

 

먼지 구덩이를 달리고 또 달렸다

 

다나킬 투어를 하는 동안 왜 4WD 지프를 타는지 몰랐으나 이 길을 달릴 때 비로소 이해했다. 비포장도로가 시작되면서부터 헛바퀴가 여러 번 돌았다. 지프는 엄청난 흙먼지를 날리며 질주했다. 사실 이 길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한 시간 가량 질주한 뒤 잠시 점심을 먹기 위해 멈췄다가 다시 질주가 시작됐다.

 

이런 곳에서도 사람이 사는데 역시 외국인이 탄 차를 쫓아와서는 펜을 달라고 했다. 사진 찍히는 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거부했다

 

이번에는 온통 돌로만 이루어진 길(사실상 길은 없었다)을 달렸다. 반동 때문에 몸은 저절로 춤을 췄다. 차에 탔지만 내려서 걸어가는 게 더 좋을 정도로 이곳의 지형은 사람의 출입을 환영하지 않았다.

 

거점에 도착한 우리는 트레킹에 오를 준비를 했다. 사실 트레킹이라고는 하지만 힘이 부치는 오르막길은 거의 없다. 그리고 밤에 걷기 때문에 땀도 나지 않았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1시간 30분 가량을 달려 거점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짐을 정리하고 화산 트레킹을 위해 필요한 물품을 받았다. 트레킹에 걸리는 시간은 3시간 정도다. 트레킹 초반에는 플래시를 켜고 걸었지만 나중엔 달이 너무 밝아 굳이 필요가 없었다. 평소 트레킹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후미에 있는 건 싫었다. 그래서 일부러 빨리 선두 그룹까지 갔고, 줄곧 맨 앞에 있었다. 혼자라 심심할 뻔했는데 옆에 있던 스위스인 클로드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며 걸으니 지루하지 않았다. 정확히 3시간이 지난 후 정상에 도착했고, 난 불구덩이와 마주하게 됐다.

 

붉은 기운을 내뿜고 있는 에르타 에일

 

에르타 에일(Erta Ale) 화산은 바로 앞까지 가서 볼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 화산을 갔던 적은 많았어도 용암을 직접 본 적은 처음이라 굉장히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밖으로 나가고자 출렁이고 분출되는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그렇게 활발히 움직이던 용암이 솟구치다가 떠오른 덩어리들이 금세 식어 검은색으로 변해버리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단지 너무 어두워 사진으로 담기는 정말 어려웠다. 사진 찍는 것을 포기하고 앉아서 용암을 바라보는데, 엉덩이가 점점 뜨거워졌다.

 

눈 앞에서 용암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용암은 출렁이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 여행자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이 순간을 담으려 노력했다

 

해가 뜨기 직전인 새벽에도 다시 용암을 봤다. 붉은 용암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저 밑에서 늙은 용이 거친 숨을 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그만큼 강렬했다.

 

3박 4일의 투어를 마치고 메켈레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 이곳은 엄청나게 더워지기 때문에 아쉽지만 서둘러 내려갔다. 우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달려 메켈레에 도착했다. 다들 4일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해 피곤함이 역력했지만, 나는 투어의 마무리도 함께 하고 싶었다. 내가 저녁을 함께 먹자고 제안하니 다들 좋다고 했다.

 

웃음으로 마무리한 다나킬 투어

 

일본인 쿠니오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가버려 같은 지프에 탔던 이스라엘인 갈리와 샤론, 악숨부터 같이 여행한 독일인 버나드과 하니, 그리고 초반에 나와 말다툼을 했던 가이드까지 함께 모여 저녁을 먹었다. 현지인이 찍어준 사진이 있는데 셔터를 누르지 못하거나 혹은 누르더라도 카메라까지 같이 내려 정말 답답한 상황이 연출됐다. 덕분에 우리는 흔들린 사진을 보며 한참을 웃었다. 웃음으로 투어를 마무리해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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